SCMP는 미국 중앙정보국(CIA)가 대선 수일 전 작성한 정보보고에 “여당 간부들은 노태우 후보의 (당선) 전망을 놓고 분열했으며, 선거를 조작하려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광범위한 조작 계획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밝혔다.
1987년 민주화 투쟁의 결과로 마련한 대통령직선제 개헌에 의해 치러진 대선에서 노태우 민정당 대표가 여권 후보로 나왔으며, 야권에서는 김영삼, 김대중 후보가 출마했다. 대선 결과 노태우 후보가 36.6%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김영삼, 김대중 후보는 각각 28%, 27%를 차지했지만 대선 전 여당은 노 후보의 패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감이 상당했다고 CIA는 분석했다.
11월 23일 작성된 정보 보고에는 "민정당은 군부와 노태우 후보의 관계 때문에 선거에서 노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대해 갈수록 민감해졌다"며 "그 결과 그들은 흑색선전과 투표 조작 등 더러운 술책을 고려하고 있다"고 서술돼 있다. 정보보고에서 한 소식통은 "여당 전략가들은 초기 개표 결과 노 후보가 패배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올 경우, 조작의 증거를 날조해 전두환 대통령이 선거 무효를 선언할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고 전했다.
또 선거 직후 불만이 발생할 경우 계엄령 발동까지 검토했다는 정보도 접수됐다. 한 정보보고는 "김대중 후보가 선거 결과에 대한 대중의 저항을 선동할 경우 그를 체포하라는 명령이 준비됐다“고 서술했으며 12월 11일 정보보고에는 ”노태우 후보 승리 직후 불만이 발생할 경우 계엄령이나 제한된 긴급조치 발동 방안을 논의했다“고 적혀있다.
SCMP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박철언 전 의원 보좌관을 통해 사실 확인을 하고자 했으나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