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방위 KBS사장 출석 요구에 '공영방송 흔들기' 파장

자유한국당, KBS 사장 불출석에 "심한 모멸감 느낀다"
양승동 KBS 사장 청문회 개최 촉구 기자회견 열기도
KBS "방송 독립과 자유 훼손 우려" 거듭 표명
언론시민사회단체도 "공영방송 흔들지 말라" 정치권 규탄

19일 오전 KBS '시사기획창' 불방사태 관련 현안보고가 예정돼있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양승동 KBS 사장이 불출석해 자리가 비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이하 과방위)가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KBS '시사기획 창'에 관한 현안 보고를 청취할 계획이었으나 KBS 양승동 사장이 불출석하며 무산됐다. 자유한국당은 모멸감을 느꼈다며 강력하게 성토했으나, 언론시민사회에서는 '공영방송 흔들기'라며 비판했다.

과방위는 이날 오전 회의에서 KBS 측으로부터 지난 6월 22일 재방송이 결방된 '시사기획 창-태양광 사업 복마전' 편 사태와 관련해 업무보고를 받으려 했다. 그러나 양승동 사장이 출석하지 않아 회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50분 만에 산회했다.

◇ KBS 사장 불출석에 한국당 '모멸감' 성토…여당도 유감 표명

지난 15일에 이어 두 번째 불출석에 한국당 의원들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양 사장을 강하게 성토했다. 앞서 과방위 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회의가 열리기 전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열고 양 사장의 불출석을 비판하는 동시에 청문회 개최를 촉구했다.

과방위 한국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양 사장 불출석에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 권위를 이렇게 심하게 모독할 수 있느냐. 심한 모멸감을 느낀다"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김 의원은 "이제 방송법 제59조에 따라 KBS 결산안을 상정해 경영상황을 제대로 점검할 수 있도록 요청한다"라며 "국회법에 명시된 KBS 청문회 개최도 요구한다. 청문회를 열고 2년째 논의 중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 심사도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같은 당 박대출 의원도 "양 사장이 또 출석을 거부하면 동행명령을 할 수 있도록 증인 채택을 의결해 달라"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간사인 신용현 의원도 "양 사장이 의혹을 해소할 자리를 두 번이나 만들어줬는데 나오지 않는 것을 보니 세간에 떠도는 청와대 외압 의혹이 사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라고 말했다.

여당 위원들도 양 사장이 두 차례에 걸쳐 국회에 불출석한 데 대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노웅래 과방위원장은 "양 사장이 국회의 정상적인 출석 요구에 두 차례 출석을 거부한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것으로 유감"이라며 "방송법에 따라서 경영진이라고 해도 제작이나 취재 현업에 관여하거나, 개입할 수 없고 그에 관해서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더라도 외압 논란이 생긴 만큼 국회에 나와서 당당히 소명해서 의혹을 말끔히 씻고 사실관계를 분명히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이 1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양승동 KBS사장 과방위 회의 불출석 입장 통보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박대출, 김성태, 최연혜, 박성중 위원. (사진=연합뉴스 제공)
◇ KBS "방송 독립과 자유 훼손 우려"…시청자위원회도 "출석 요구 자제해 달라"

과방위의 거듭된 국회 출석 요구에 대해 KBS는 공영방송 사장이 특정 프로그램과 관련한 국회 출석 요구에 응하는 것은 오히려 헌법과 방송법이 규정한 방송의 독립과 자유, 제작의 자율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학계와 언론 시민 단체들 역시 KBS 사장이 특정 프로그램 문제로 국회에 출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KBS는 19일 공식 입장을 통해 "어제(18일) 이러한 입장을 담은 양승동 사장 명의의 답변서를 과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 전달하고 출석이 어려움을 양해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라며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헌법과 방송법에 따라 방송에 관해서는 어떠한 외부의 힘으로부터도 간섭받지 않아야 하며, 최고의결기관인 이사회와 최고경영자 사장은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제일 앞장서서 지켜야 할 막중한 책무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KBS는 "국회가 청와대로부터의 외압이 있었는지를 청문하겠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방송법이나 다른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정당한 절차와 방식을 따르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라며 "방송제작과 표현의 자유, 편성의 독립성을 보장받으며 책임을 스스로 지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KBS를 믿고 응원해 주시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KBS 시청자위원회는 지난 18일 7월 정례 회의를 열고 국회의 KBS 사장 출석 요구에 대해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의 의견 개진과 설명, 시정 요구는 방송법 제88조에 의거한 시청자위원회의 본연의 기능이므로, 정치권에서 다뤄지는 것보다 시청자위원회 제도를 통하는 것이 좋다"라며 "아울러 정치권의 KBS 사장 출석 요구는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언론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있으니 자제해주시기 바란다"라는 입장을 정했다.

KBS 사옥 (사진=KBS 제공)
◇ "여당에도 배신감"…"정치권의 '공영방송 흔들기' 멈춰라"

언론시민단체도 국회의 거듭된 KBS 사장 출석 요구는 오히려 공영방송 KBS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인 것은 물론이고, 정치권의 '공영방송 흔들기'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청와대가 왜곡된 내용을 지적하며 정정 보도를 요청한 것을 위법이라 주장하며 고발까지 한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이 굳이 양승동 사장의 국회 출석을 요구한 것은 사실상 정치적 심문을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라고 꼬집었다.

민언련은 "이와 같은 출석 요구는 방송법에 명시된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며 방송법을 근거로 들었다.

방송법에서는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이 보장되어야 함은 물론 방송편성에 관하여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규제나 간섭을 금하고 있다. 방송사 구성원이라 하더라도 편성 보도에 관련되지 않은 인물의 간섭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사장도 방송내용에는 관여할 수 없다.

민언련은 "이런 이유로 개별 보도에 대한 질의를 위해 사장의 출석을 요구하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이 위법에 가깝다는 것"이라며 "이런 식의 부당한 출석요구가 용인된다면 공영방송에는 또 다른 정치적 압력이 작용하는 것이며, 정치권이 압력을 넣을 수 있는 또 다른 수단을 제공하는 선례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언련은 "자유한국당은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양승동 사장 출석 요구를 멈춰야 한다"라며 "더불어민주당도 정무적 이유로 이런 부당한 출석 요구에 동의한 것을 반성해야 하며 다시 용인해서는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방송의정치적독립과국민참여방송법쟁취시민행동(이하 방송독립시민행동)도 19일 성명을 통해 "정치권이 '방송의 정치적 독립'이라는 국민의 명령을 망각한 채 방송장악 시도에 나섰다"라고 국회 과방위를 규탄했다. 이들은 "방송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겠다던 현 정부의 약속과 엇나간 결정에 합의한 여당에도 배신감을 느낀다"라고 유감을 밝혔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지금까지 공영방송 사장이 개별 사안 때문에, 국회에 참석한 적이 없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이러한 압박은 공영방송으로 하여금 민감한 사안을 다루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외압과 공정성 논란에 대해 공영방송 스스로가 자기 책임을 다하도록 보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방송독립시민행동은 "공영방송 독립성 보장을 위한 법개정, 유료방송 합산규제 및 공공성 강화, OTT 등 새로운 미디어사업자에 대한 규제와 통합방송법 제정, 지역방송의 활성화 정책 등 국회 과방위가 시급히 다뤄야 할 주요 과제가 산적해 있다. 스스로의 책무를 다하면서 '대의기구'의 권위를 논하길 바란다"라며 "공영방송은 오로지 민주적 여론 형성과 공익, 공공성의 실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정치권은 제발 공영방송에서 손 떼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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