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탐정' 이시대의 '김군'을 위한 묵직한 메시지

'구의역 김군 사건' 재조명…큰 울림 전해

구의역 김군 사고 현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SBS 수목 드라마 '닥터탐정'이 지난 2016년 지하철 스크린 도어 사고로 세상을 떠난 '구의역 김군'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그를 추모해 큰 울림을 낳고있다.

지난 17일 첫 방송된 '닥터탐정'(연출 박준우, 극본 송윤희)는 산업현장의 사회 부조리를 다루며 이를 해결하는 닥터탐정의 활약을 담은 신종 메디컬 수사물 드라마다.

'닥터탐정'은 '그것이 알고싶다'를 연출한 박준우 PD와 산업의학전문의 출신 송윤희 작가의 만남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됐다.

'닥터탐정'이 처음으로 다룬 에피소드는 바로 '구의역 김군' 사건. 지난 2016년 5월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다 안타까운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군은 당시 큰 파장을 이끌어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성실하게 일했을 이 청년은 시간에 쫓겨 채 먹지 못한 컵라면을 가방에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많은 시민들이 이 청년이 사고를 당한 구의역 9-4 승강장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국화꽃을 내려놓는 등 추모행렬을 이어갔고, '위험의 외주화'와 안전을 등한시 한 사회적 시스템을 질타했다.

더군다나 이 사고로 어둠 속에 만연해 있던 '메피아(메트로+마피아)'가 지하철 안전관리 업계 전반에 퍼져있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닥터탐정'은 재조명한 구의역 김군 사건을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라면 피할 수 없는 산업질환을 통해 접근한다. 그 속에서 나타나는 '마피아'들 역시 현실을 적나라하게 투영한다.

(사진=닥터탐정 방송화면)
드라마 속 김군인 하랑(곽동연 분)은 스크린 도어 정비 중 사망한다. 자신이 몸에 이상이 있음을 인지했지만, 정규직 심사를 앞두고 더 열심히 일해야 했다. 하랑이 사망하자 권력은 이를 조작하며 그가 술을 마신 정황이 있다고 밝히며 개인 과실로 몬다.

현실 속 김군도 구의역 사고 후 회사가 "김군이 작업 매뉴얼을 지키지 않아 사고가 났다", "김군에게 사고지점 스크린도어 수리를 지시한 적 없다" 등의 책임 회피를 했다.

'닥터탐정'은 이러한 부분까지 디테일하게 조명하며 현실을 고발한다. 3년이 지난 지금에도 크게 바뀌지 않은 비정규직 산업 현장에 대한 현실을 다시금 관통하는 것이다.

"회사는 안 변해. 몇 명 죽으면 그때 변할거야. 형이랑 나랑 일하다 죽으면 변할까? 그러니까 노조 그만해. 피켓 들고 시위해봤자 세상 안 변해. 그러니까 우리 열심히 일하자. 그게 우리들이 살아남는 길이야."


이 같은 죽기 전 하랑의 메시지는 구의역 김군 사고 이후 변하지 않은 우리의 현실을 또다시 고발한다.

비정규직에 내몰리며 또 다른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된 청년들의 모습을 투영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 11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한 청년이 야간 작업 중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한다. 이 역시 '위험의 외주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닥터탐정'은 에필로그를 통해 구의역 김군을 추모하며 그의 잘못이 아님을 강조했다.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선 '죽음의 외주화'를 우리 사회에 또다시 상기시켰다.

"3년 전 우리는 그곳에서 또다른 하랑이를 보았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다 혼자서 죽음을 맞아야 했던 19살 청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지만 하청업체 비정규직이라는 낙인은 19살 김군의 빛나는 젊음과 한 가족의 삶마저 무너트렸습니다.

제대로된 끼니는 고사하고 라면 한그릇 조차 먹을 수 없었던 김군의 마지막 하루는 생일을 몇시간 앞둔 날이었습니다.

7시간만 더 살아있었다면 20살이 되었을 김군에게 축하대신 추모를 전해야했던 3년 전 그날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만든 문이 죽음의 관문이 되고 만 현실. 우리가 누려온 안전이 누군가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것이었음을. 모두가 안전하지 않다면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김군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노동현장에서의 죽음은 결코 개인의 잘못이 아님을 알리고 떠난 청년. 우리는 그를 구의역 김군이라고 부릅니다."

우리 사회 곳곳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김군'. 비정규직이라는 낙인 속에서 누구보다 성실히 일하고 있을 김군들을 위한 드라마 '닥터탐정'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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