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중 승무원에 술 달라는 기장들…'음주 비행' 사각지대

'술 요구 기장 또 있다' 내부 문제제기에…사측 "사실관계 확인 중"
'음주 비행' 우려 커지는데…단속은 허술
국토부 "비행 중 음주 단속, 현실적으로 어려워…이뤄진 적 없다"
'비행 전' 승무원 음주 측정 의무화 한다지만…"보완 필요"

대한항공 이미지
최근 대한항공 기장들을 중심으로 '비행 중 술 요구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승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운항 승무원(기장·부기장)의 '비행 중 음주'는 승객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임에도,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정부 차원의 철저한 관리·감독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또 비행 중 술 요구' 내부 고발글에…대한항공 '일단 삭제'

CBS노컷뉴스는 대한항공 기장이 지난해 암스테르담 행(行) 여객기에서 비행 중 승무원에게 술을 요구한 사건을 최근 보도했다. 대한항공은 사건 발생 당시 기장에게 '구두 경고'를 내리는데 그치는 반면, 오히려 문제를 제기한 사무장은 '강등' 조치 했다. 보도 이후 국토교통부는 사건 경위는 물론, 회사의 인사 조치가 적절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이런 와중에 또 다른 기장이 비행 중 와인을 요구했다는 내용의 고발성 글이 지난 14일 대한항공 직원 전용 게시판에 올라왔다.

"팀원이 실제 겪었던 일"이라며 게시된 이 글에는 이달 초 비행 과정에서 기장이 승무원에게 와인을 물병에 담아달라고 두 차례 요구했다가 결국 거부당했다는 내용이 상세하게 담겼다. 현재 해당 글은 '직종 간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운영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삭제 조치된 상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18일 "회사는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익명 게시글에 대한 진위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의혹 제기와 관련해 철저한 실태 파악에 나설 계획"이라며 "만약 사실로 확인될 경우 엄중 징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실관계 파악을 하기 보다는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내부 고발성 게시물을 서둘러 차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은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 비행 중 음주는 '단속 제로'…"당사자 부인하면 끝"

연달아 불거진 '비행 중 술 요구' 논란은 허술한 음주 단속 체계와도 맞물려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실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비행 중 음주 또는 술 요구 행위로 적발돼 징계나 처벌을 받은 운항승무원은 한 명도 없었다.

이번에 알려진 '술 요구 사례'가 이례적이라고 볼 수도 있는 통계지만, 업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비행 중 음주를 단속할 시스템 자체가 없기 때문에 단속 사례도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비행기 안에서 기장이나 부기장이 술을 마시거나, 마신 장면을 다른 사람이 목격해도 당사자가 아니라고 하면 끝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토부 측은 "비행 중 음주 단속은 실시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운항승무원에 대한 정부의 음주 단속은 비행 전후(前後)에만 '불시에' 이뤄지고 있으며, 이마저도 대부분 비행 전에 집중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운항 중 (음주 여부를) 체크하려면 직접 감독관이 탑승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관련 규정을 개정해 오는 9월1일부터 '비행 전 음주 여부 의무 측정제'를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비행기에 오르기 전 모든 승무원들은 음주 측정을 받게 된다.

다만 측정 주체가 항공사인데다가, 비행 중에 음주를 하는 행위는 여전히 단속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이번에 대한항공 사례들도 비행 직전에 기장이 승무원에게 노골적으로 술을 달라고 요구한 경우였다.

이에 국토부 측은 "앞으로도 정부 불시 단속은 이어지며, 비행 후 단속에 더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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