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에 날개 꺾일까…초긴장 '일본車', 웃는 '경쟁車'

한국에서 호황 누리던 일본車, 불매운동에 '긴장'
국내 수입차 5대 중 1대는 일본車
전문가 "불매운동 단기적으론 분명히 타격"
장기적 타격은 물음표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때도 2년 뒤 할인하자 다 팔려"

지난 3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9 서울모터쇼에서 타케무라 노부유키 한국 토요타 사장이 신차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해 일방적인 수출 규제를 단행하면서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 여행과 맥주, 의류 업계에서 불매운동 영향이 나타났고 일본차 견적 문의가 40% 줄었다는 조사까지 나오자 일본 자동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한국에서 최고의 해를 보낸 일본차 업계는 우선 신차 공개행사를 취소하는 등 '조용히 기다린다'는 전략을 짰다. 전문가들은 "불매운동은 분명 단기적으론 판매량 저하 등 타격을 줄 것"이라면서도 장기적 영향에 대해선 의문을 나타냈다.

일반 제품과 달리 자동차의 교체 주기는 수년인데 불매운동 감정이 수년간 이어지긴 어렵다는 것이다. 디젤게이트를 일으킨 폭스바겐이 2년 뒤 국내에서 할인 판매를 하자 모두 팔린 것처럼 장기적 영향에 대해선 의문을 보였다.

◇ "5대 중 1대가 일본車"… 호황기에 덮친 '불매운동'

(그래픽=김성기 감독)

일본 자동차 업계는 한국 시장에서 그 어느 때보다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1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토요타는 지난해 한국에서만 1조 1,976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 2017년 매출액 1조 490억 원보다 14.2% 늘어나며 2년 연속 1조 원대 매출을 돌파한 것은 물론 모든 수입차 브랜드를 통틀어 영업이익률 1위(5.7%)도 기록했다.

호황은 토요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혼다와 닛산, 인피니티도 무섭게 성장하며 일본 브랜드의 올해 상반기 한국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9년 만에 최고치인 21.48%를 기록했다. 즉, 한국에 돌아다니는 수입차 5대 중 1대가 일본차인 셈이다.

일본차가 우리나라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데는 우선 '친환경차 열풍'이 컸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앞세운 일본 브랜드가 한국 친환경 시장 공략에 성공한 것이다.

한국 내 일본 친환경차 판매량은 지난 2015년 9,429대 수준이었지만 2016년 1만 5,906대로 1만 대를 돌파하더니 지난해에는 2만 6,041대를 기록했다. 미국 브랜드보다 약 4배, 독일 브랜드보다 7배나 많은 판매량이다. (2018년 기준 미국 6,175대, 독일 3,370대)

여기에다 지난해 'BMW 연쇄 화재 사태'와 '탈(脫) 디젤 움직임' 속에 독일 브랜드가 주춤한 것도 일본 브랜드에겐 반사이익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일본차 업계에도 불매운동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신차 구매 플랫폼 '겟차' 기업부설연구소는 전날 "토요타와 렉서스, 닛산, 인피니티, 혼다 등 일본브랜드 자동차에 대한 견적 건수가 전월보다 41% 줄었다"고 밝혔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도 탄력을 받고 있다. 회원수 130만 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일본 여행 정보 인터넷 커뮤니티가 잠정폐쇄를 결정했고 유니클로 본사 임원의 실언까지 겹치며 불매운동 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 납작 엎드린 일본車… 틈새 노리는 경쟁社

(그래픽=김성기 감독)

불매운동의 영향이 전방위로 퍼지자 일본차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우선 최대한 조용히 지나가려는 모양새다.

한국닛산은 신형 알티마의 공식 출시행사와 미디어 시승행사를 모두 취소했다. 신형 알티마는 닛산이 대대적으로 홍보한 닛산의 주력 차종이자 글로벌 판매량이 600만 대를 넘어선 핵심 모델이다.

또 올해 완전 변경을 거친 만큼 한국닛산도 대대적인 행사를 계획했지만 모든 일정이 돌연 취소됐다. 닛산 관계자는 "내부 사정으로 행사를 취소했고 급박한 결정으로 업무에 혼란을 끼쳐 죄송하다"면서도 '한일 갈등 때문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답하기 어렵다"며 답을 피했다.

도요타 등 다른 일본차 브랜드도 한일 갈등이 본격화된 이후부터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는 등 마케팅을 자제하고 있다.

일본 상품 불매운동은 일본 브랜드에겐 타격으로, 경쟁 브랜드에겐 반사이익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이호근 교수는 "올해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는 일본 브랜드의 성장에 제동을 거는 등 단기적인 타격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자동차의 교환 주기는 한 두달이 아니라 수 년"이라며 "불매운동의 감정이 몇년 씩 유지되는 것은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폭스바겐이 전 세계를 상대로 사기를 벌인 '디젤게이트' 당시에도 2년 정도 지나 (폭스바겐이) 할인행사를 진행하니 차량이 거의 다 팔렸다"고 덧붙였다.

경쟁사에겐 그 어느 때보다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에선 현대기아자동차, 외국업체에선 벤츠와 BMW 등이 친환경 기술력과 차량 라인업을 대폭 강화했다.

현대기아차는 니로와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과 아이오닉 전기차, 코나 전기차 등을 앞세워 국내시장은 물론 해외시장 판매량도 크게 늘리고 있다. 연말에는 신형 쏘나타와 쏘렌토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할 계획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를 앞세운 한국의 친환경차 수출량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간 연평균 33.1% 증가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한국 업계의 친환경차 기술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다"며 "기아차 쏘울EV는 출시 후 두 번이나 주행거리를 늘렸고(150→ 380km) 현대차 아이오닉EV는 2017~18년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소형차 중 연료효율이 가장 우수한 자동차로 선정될 정도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디젤 차량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한 독일 업계도 최근 잇따라 신차 파워트레인에 하이브리드 등을 추가했다. 벤츠는 'GLC 350 e 4매틱'과 'C 350e'의 판매량을 끌어올리고 있고 BMW도 최근 출시한 7시리즈의 하이브리드 모델인 740e를 앞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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