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안팎에서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자 '용퇴' 관례에 따라 윤 검사장 선배 기수들이 대거 사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물갈이' 수준에 이르는 교체로 검찰 개혁을 앞둔 인적 쇄신 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윤 검찰총장 후보자 임명안을 재가하기 전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동안의 관례가 변화를 맞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16일을 전후로 권익환 서울남부지검장, 김기동 부산지검장, 윤웅걸 전주지검장에 이어 박 고검장과 이 지검장까지 5명이 연이어 사의를 표명하면서 사퇴 규모가 다시 주목받는 모양새다.
고위직 간부들의 줄사퇴 여부가 주목받는 이유는 향후 검찰 조직을 운영할 윤 검사장의 운신의 폭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사퇴 규모에 따라 검사장 인사폭이 달라져 검찰 개혁 과제를 함께 완수할 인물을 기용하기가 쉽다는 의미다.
한편 이날 박 고검장은 퇴임사를 통해 남을 꾸짖는 마음으로 자기를 꾸짖고 자기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라는 뜻의 '책인지심 책기 서기지심 서인(責人之心 責己 恕己之心 恕人)'이라는 구절을 인용했다.
또 생각지도 못한 명예와 완전함을 추구하려다 입게 되는 비판이나 상처를 뜻하는 '불우지예 구전지훼(不虞之譽 求全之毁)'라는 문구도 소개했다.
박 고검장이 검찰 생활을 돌이켜 보며 밝힌 소회지만, 검찰 개혁 등 변화를 앞둔 검찰 조직을 향한 당부로 해석된다.
박 고검장은 "조직을 떠나더라도 우리 검찰이 현재의 어려운 과제들을 슬기롭게 극복해 국민을 위한 검찰로 더욱 발전하고 성장하기를 바라면서 많은 응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사의를 밝힌 이 지검장도 "국민들의 요구는 검찰이 부정부패 수사에서 손을 떼라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공정하며 절제된 방식으로 좀 더 '제대로' 수사해 달라는 것"이라며 "어떻게 정치적 중립, 공정, 절제의 가치를 지켜내면서 부정부패에 효율적으로 대처해 나갈지 냉철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윤석열 차기 검찰총장 지명 이후 사의를 밝힌 검찰 고위 간부는 박 고검장과 이 지검장을 비롯해 봉욱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송인택 울산지검장, 김호철 대구고검장, 이금로 수원고검장, 권익환 서울남부지검장, 김기동 부산지검장, 윤웅걸 전주지검장, 개방직인 정병하 대검 감찰본부장 등 10명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윤 차기 총장 취임까지 추가로 사의 표명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