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수영선수권 대회는 축구로 치면 월드컵과 같은 위상을 갖는 최대 규모의 수영 이벤트다. 선수단 참가 규모와 세계적인 관심도 등을 감안하면 동·하계 올림픽과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와 함께 세계 5대 메가(mega) 스포츠 대회로 손꼽힌다.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개최되는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 대회의 선수단 관리 주체인 대한수영연맹은 동네 수영 대회에서나 볼 법한 행정으로 국제적인 망신을 사고 있다.
한국 수영 국가대표 선수들은 대회 초반 영문 국가명 'KOREA'가 빠진 트레이닝복 상의를 입고 경기장에 나섰다. 국가명이 들어가야 할 자리에 은색 테이프를 덧붙인 채 관중 앞에 섰다. 다른 나라 선수들과는 달랐다. 개최국 한국 선수들만 그랬다.
대한수영연맹의 늑장 행정으로 인해 제대로 된 유니폼을 지급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한수영연맹은 메이저 수영 대회를 앞두고도 용품 후원 계약을 미리 매듭짓지 못했다. 지난 1일 자로 기존 후원사였던 A사와 재계약하면서 유니폼 등을 준비할 여유가 부족했다.
대한수영연맹은 일반인에게 판매되는 A사 의류를 선수단에 지급했다. 하지만 국제수영연맹(FINA) 유니폼 광고 규정에 맞지 않아 테이프로 로고를 가려야 했다. 지금은 그 자리에 'KOREA'가 적힌 천을 붙인 유니폼이 지급된 상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전남 여수에서 경기를 치르는 오픈워터 대표팀 선수들은 지난 13일 규정에 어긋나는 수영모를 썼다가 FINA의 제지를 받았다.
규정에는 수영모에 국가명만 들어가야 하는데 선수들의 수영모에는 태극기가 그려져 있었다. 모두 대한수영연맹으로부터 지급받은 물품들이다. 선수단 관리 주체가 세계수영선수권 대회의 규정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것이다.
결국 기권 위기에 놓인 대표팀은 부랴부랴 아무 마크가 없는 수영모를 퀵서비스로 공수했고 매직펜으로 모자에 'KOREA'를 적은 뒤 대회에 출전했다. 대한수영연맹의 행정력 부재에서 비롯된 촌극의 연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