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내세운 한국당 공천룰, '친박 물갈이' 가능할까

공천 혁신안 "청년·여성에 가산점"
'현역 평가' 노선 정리는 아직
친박 입지 굳건…황교안 시험대?

(자료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이 내년 21대 총선 공천에서 청년이나 여성 후보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혁신안을 마련했다.

다만 중도 보수로의 외연 확장을 이유로 한쪽에서 요구하는 '현역 의원 평가'에 대해서는 아직 방향을 명확하게 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친박(친 박근혜)계가 당내 입지를 여전히 굳건히 다지고 있다는 점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 20대 후보 최대 40%25까지 가점

14일 공천 시스템 개혁을 논의해온 당내 기구인 신정치혁신특위에 따르면 특위는 최근 청년·여성 후보자에게 30%의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혁신안에 포함했다.

한국당은 45세 이하를 청년으로 규정하는데 나이에 따라 가점을 차등적용하기 때문에 일부 20대 후보의 경우 최대 40%까지 가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또 음주운전·성범죄·뇌물수수 전력이 있는 후보를 공천에서 배제하는 기존 심사기준을 따르기로 했다. '막말 논란'을 겪었던 후보에게 감점을 주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일단 '품위' 관련 항목을 적시하는 선에 그쳤다.

특위 핵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런 방안을 핵심으로 하는 혁신안을 황교안 대표에게 보고했다"면서 "세부적인 사항을 조율해서 다음 주(15일 이후)쯤 종합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혁신안에 대해서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평가와 함께, 당의 쇄신을 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년이나 여성을 포함한 이른바 '정치 신인'이 이미 기득권을 쥔 현역의원에게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 장치가 아직 미비하다는 분석이 적잖다.

한국당의 한 비주류 의원은 "가산점을 확대한다는 좋은 취지는 십분 공감한다"면서도 "경선 결과가 본선에서 긍정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산점 부여 방식이 근본적 해법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벌써부터 회의론…친박 넘을 수 있나

'현역 물갈이'와 관련해서는 당초 특위 내에서 여러 방안이 검토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론조사나 법안 발의 등 의정활동, 당무감사 분석, 외부 위원회 평가 등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거론됐다고 한다.

그러나 이 부분을 섣불리 확정해 공개할 경우 자칫 '살생부'에 포함될 이들의 불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공고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특위가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아직 최고위원회 의결은 물론이고 공식 발표되지도 않은 공천룰에 대한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물갈이를 해야 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우리가 여당도 아니고, '배부른 선거'를 할 수 있겠냐"며 "저쪽 당에서 센 후보가 나와있는데 신인을 내보내면 이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셈법은 지역별로도 엇갈린다. 충청권의 한 의원은 "청년이나 여성, 신인을 본선 경쟁력이 높은 영남에 배치해야 의미가 있다"며 선별적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경북(PK) 지역 한 의원의 경우 "청년, 여성을 비례대표에 배치하는 방안이 좋겠다"고 했다.

교체 대상으로 꾸준히 거론되는 친박계 반발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친박으로 분류되는 한 초선 의원은 "공천룰이 이렇게 다뤄지면 안 된다는 자성과 질책의 목소리가 있다"고 했다.

그러잖아도 최근 당내 친박계 인사들은 주요 당직을 꿰차고 있는 모습이다. 김재원 의원이 비박계 황영철 의원을 제치고 예산결산위원장을 차지한 것과 박맹우 의원이 사무총장직을 맡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천룰 결정은 황 대표 리더십의 본격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황 대표는 12일 원외 당협위원장 워크숍에서 "이기는 공천이 되게 할 것"이라며 "공정한 공천, 또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공천이 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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