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동물보감] 살아있는 것들을 위한 시 "삶은 아름다워"

한계성·영속성 모두 지닌 '생명'이란 가치
생명의 소중함, 동물들도 알고 있을까?
엄마의 죽음 애도하는 코끼리, 침팬지들
수명 다할 때까지 살아가는 게 자연섭리
인간도 동물과 같지만 차이는 '기획력'
"인간만이 뭔가 끊임없이 기획하며 살아"
한국 높은 자살률 왜? "설명하기 어려워"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9:05~19:50)
■ 방송일 : 2019년 7월 1일 (월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 정관용> 네. 저희 프로그램에서 못 들어보던 음악, 들으셨는데. 오늘부터 매주 월요일, 각양각색 인간사 문제들에 대한 해답의 단초를 얻는 시간으로 새롭게 마련한 코너입니다. 취지는 ‘우리 딱 동물들만큼만 합시다’. 우리 인간이 사실은 짐승만도 못한 게 많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동물세계로부터 삶의 지혜를 배우자는 <최재천의 동물보감> 오늘부터 시작합니다. 바로 걸어 다니는 동물 백과사전 최재천 교수께서 매주 월요일 여러분께 우리 인간사회의 지혜를 동물들로부터 뭘 배워야 할지 가르침을 주실 텐데요. 최재천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 최재천> 안녕하세요.

◇ 정관용> 감사합니다.


◆ 최재천> 불러주셔서 고맙습니다.

◇ 정관용> 이렇게 매주 저희에게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씀 기대하겠습니다.

◆ 최재천> 듣고 보셔야 아시죠. 피가 되고 살이 될지는.

◇ 정관용> 오늘은 제가 첫 번째 시간으로 소제목을 이렇게 붙였어요. 너무 좀 거룩해 보이기는 한데 ‘생명 -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위한 시’. 아름답죠?

◆ 최재천> 네. BTS 노래 제목이랑 비슷하네요. (웃음)

◇ 정관용> 왜 이런 걸 잡았느냐면 우리 인간은 정말 생명을 존중하고 인권 개념도 있고 또 가까운 친척이나 누가 돌아가시면 제사도 지내고 그러지 않습니까? 그런데 동시에 끔찍한 살인, 연쇄살인 이런 것들도 너무 많고. 한편에서는 생명존중 한편에서는 생명경시. 우리 인간은 왜 이럴까. 동물세계도 그런 게 있나, 이런 궁금증입니다. 생명이 뭡니까, 교수님?

◆ 최재천> 그거를 절 더러 지금 한마디로 정의하라고요? 그건 불가능할 것 같고요. 제가 지금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쓸 책이랍시고 지금 쓰고 있는 책이 한 10년 전부터 쓰고 있는데 제목이 그냥 생명, 라이프 라고 영어로 쓰고 있는데요. 다 쓰고 나면 한 8000페이지 될까 봐 지금 걱정인데요.

◇ 정관용> 10년째 쓰고 계세요. 앞으로 얼마나 걸립니까?

◆ 최재천> 제가 죽기 전에는 끝을 내야 되는데. 하여간 그거 쓰고 있는 제가 생명체의 입장에서 얘기하면 한계성을 지니지만 누구나 다 죽으니까. 우리를 만들어낸 유전자 입장에서 보면 태초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안 죽었거든요.

◇ 정관용> 그렇죠.

◆ 최재천> 그러니까 이게 한계성도 지니고 영속성도 지니고 하여간 굉장히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는 게 생명입니다. 한도 끝도 없이 제가 떠들 수 있습니다.

◇ 정관용> 우리는 살아 ‘있습니다’. 그렇죠? 그리고 살아 ’갑니다‘. 그렇죠? 어느 쪽이 맞는 거예요?

◆ 최재천> 살아 ‘진다’는 표현도 있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그렇죠.

◆ 최재천> 우리나라에 아주 유명해진 중국 소설가 위하가 쓴 <인생>이라는 소설이 있는데요. 인생이라고 원래는 활착(活着)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는데 영화제목이 감독이 인생이라고 하는 바람에 우리말로 그 소설을 번역할 때 인생이라고 했는데요. 그 소설의 결론을 보면 제법 우리가 인생을 사는 게 아니고 그냥 살아지는 거다, 어떻게 하다 보니까 그런 삶을 살았구나. 그 소설 한번 읽어보시면 진짜 지지리도 궁상맞은... 참 끊임없이 망가지잖아요. 그러니까 인생이 뭐 제법 우리가 기획한다고 해서 그대로 되는 게 아니라 그냥 살게 되는 거다라는 표현인데요. 그래서 저는 살아지는 것이다라는 표현을 가끔 씁니다.

◇ 정관용> 동물들의 관점에서 보면 어떤 거예요?

◆ 최재천> 정말 동물들의 관점에서 보면 답일 것 같아요.

◇ 정관용> 살아진다가?

◆ 최재천> 동물과 진짜 우리가 인간이 다른 점이 뭐가 있느냐? 저는 되도록이면 다른 거 없다는 얘기하는 사람이지만 다른 거를 억지로 몇 개 꼽아라 그러면 그중에 하나가 ‘기획’이거든요.

◇ 정관용> 기획?

◆ 최재천> 우리는 되지도 않을 일을 끊임없이 기획하고 사는 동물이고요. 우리를 제외한 거의 모든 동물은 기획하는 능력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사는 거죠. 비가 오려고 그러네, 그래서 도망가야지 이 정도 이 기획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5개년 계획을 한다든가 이런 건 동물사회에서 아직 저희가 발견한 게 없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동물들은 어쨌든 태어났어요. 그러면 자기가 죽을 거라는 걸 아나요?

◆ 최재천> 글쎄요. 그것도 저희 생각에는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동물사회에 철학이라는 분야가 없는 걸로 봐서 아마 죽음을 미리 생각하고 죽음 때문에 그들의 삶이 어떻게 구성되고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

◇ 정관용> 없어요?

◆ 최재천> 다만 옆에서 누가 죽은 것에 대해서는 압니다.

◇ 정관용> 오래 알아요?

코끼리 자료사진 (사진 = 이미지비트 제공)

◆ 최재천> 그리고 우리 비슷하게 장례 비슷한 것까지도 치르는 동물들이 있습니다. 침팬지나 코끼리나 제가 연구하고 있는 까치 이런 동물들이 동료가 죽으면 여러 군데서 찾아와서 그를 쓰다듬고 한참 시간을 보내고.

◇ 정관용> 같은 무리가 아니던 데서도 와요?

◆ 최재천> 그러니까 그게 같은 무리겠죠? 어떤 형태로든.

◇ 정관용> 교류가 있다?

◆ 최재천> 관계가 있었던. 그런데 코끼리 같은 경우에는 아프리카에서 한 번 관찰된 것에 의하면 근처 코끼리부족 다섯 부족이 몽땅 다 찾아왔다는 거예요.

◇ 정관용> 그래요?

◆ 최재천> 가장 나이 많은 암컷 코끼리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 정관용> 그 부고는 어떻게 전하죠?

◆ 최재천> 그러니까요. 참 신기하죠?

◇ 정관용> 알고 와요?

◆ 최재천> 네, 알고. 알음알음 알고 와서 앞발을 사체 위에 얹어놓고 한참 시간들을 보내고 떠나간 얘기도 있고요. 까치도 골프장 근처에서 가끔 벌어지는 일인데요. 골프공에 맞아서 동료 까치가 떨어져서 죽으면 까치는 알려요. 깍깍깍 하고 알리면 동네 까치들이 다 몰려들어가지고 주변을 뱅뱅 돌고 한참을 가서 건드려도 보고 흔들어도 보고 깨어나라는 식으로 그렇게 합니다. 그래서 동물도 죽음을 이해는 합니다. 그런데 죽음을 예견하면서 뭘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 정관용> 기획은 아니고 그러나 존재, 그다음에 사망, 그거를 느끼고 안다?

◆ 최재천> 그렇죠. 엄마 침팬지가 죽고 난 다음에 아들이 한두 달을 식음을 배제하고 같이 죽은 경우도 있습니다. 엄마를 떠나보낸 걸 애도하다가 자기도 그냥 같이 죽게 된. 죽으려고 그걸 기획한 것 같지는 않은데 하여간 슬퍼하다가 결국은 같이 죽게 된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 정관용> 예를 들어서 그게 1년 지나 2년 지나까지도 기억하나요?

◆ 최재천> 코끼리들은 아프리카에서 물을 따라서 이동을 계속하거든요. 북쪽으로 갔다 남쪽으로 갔다 그러는데 가다 말고 일행에서 이탈하는 코끼리가 있다는 거예요. 어디를 가나 보니까 자기 엄마의 두개골, 자기 엄마의 머리뼈가 어디 있다는 걸 알고 그 길을 올 때 갈 때 약간 가서 그 엄마의 머리뼈를 한두 시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 정관용> 해마다?

◆ 최재천> 해마다. 그렇게 들러서 엄마를 보고 가는 게 이미 여러 차례 관찰돼 있습니다. 죽음을 오랫동안 기억하는 거죠.

◇ 정관용> 동물들도 우리로 치면 살인 같은 걸 하나요?

◆ 최재천> 그럼요.

◇ 정관용> 그건 잡아먹기 위해서.

◆ 최재천> 아니요. 꼭 그런 것만도 아닙니다. 침팬지나 이 정도 되면 1:1로 죽이는 것보다는 집단으로 죽이는 경우가 더 많기는 하죠.

◇ 정관용> 그건 다 서열싸움 관련된 겁니까?

◆ 최재천> 그런 거 많고요. 최근에는 침팬지와 보노보를 우리가 많이 비교를 하는데 침팬지는 잔인하고 보노보는 굉장히 다정하고 협력적이다. 그런데 최근에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데요. 정말 마음에 안 드는 수컷 하나를 암컷 여러 마리가 어느 날 작당을 해서 죽여버립니다. 그 장면이 정말 잔인해도 그렇게 잔인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게 동물사회에도 있죠. 우리만 그런 건 아니죠.

◇ 정관용> 그런데 그게 어떤 권력관계 내지는 사회관계에서 조금 아까 표현하신 정말 마음에 안 드는 어떤 수컷 이런 표현하셨으면 그 집단에 해가 되는 존재를 죽이는 건가요?

◆ 최재천> 나름 그들 간에는 그 친구가 해가 된다고 판단하겠죠.

◇ 정관용> 그래서 서로 간의 동의에 의해서 그런 거겠죠? 그런데 우리 인간은 그게 아니잖아요. 자기의 목표를 위해서, 목적을 위해서, 돈을 얻기 위해서 살인, 강도.

◆ 최재천> 때로는 그냥 우발적으로.

◇ 정관용> 심지어는 연쇄살인까지...그런 거는 없죠?

◆ 최재천> 그런 거는 동물 사회에서 관찰한 케이스는 제가 아는 한 별로 없습니다.

◇ 정관용> 사이코패스적 동물.

◆ 최재천> 사이코패스라고 부르기는 좀 뭐한데 굉장히 과격한 게 있죠. 그래서 어쩌다가 상해를 많이 입혀서 죽는 동물들이 있을 수는 있지만 우리가 얘기하는 사이코패스는 그냥 평범한 정신질환자가 아니잖아요. 그런 케이스는 아직은 동물세계에서 발견한 건 없는 것 같아요.

◇ 정관용> 자살하는 동물도 있나요?

◆ 최재천> 이게 참 어려운 질문인데요. 오랫동안 우리가 나그네쥐라고 부르는 레밍이라는 조그마한 설치류 동물이 있거든요. 북유럽에 사는데 걔네가 이른 봄에 떼로 자살한다고 그냥 뭐 대놓고 예전에 한 30~40년 전에는 논문에 실리고 그랬어요. 이른 봄에 얘네들이 이제 눈이 미처 별로 녹지 않았을 때 먹을 거를 찾아서 막 돌아다니다가 강물에 떼로 빠져죽어요. 그런데 이제 캐나다 교수가 그걸 한 10년간 연구를 해 봤더니 앞에 애들이 강을 발견하고 끽- 섰는데 뒤에 애들이 몰라서 밀려가지고 확 빠져죽는 거였어요. 그런데 한동안은 그 사실을 놓고 자살한다는 전제 하에 동료들을 위해서, 다 같이 사려다 보면 먹이가 부족하니까 동료들을 위해서 숭고한 죽음을 택한다, 별의별 논문도 많이 실렸는데요. 알고 보니까 그런 건 없고요. 저희가 알기로는 조금 전에 아까 말씀드린 엄마가 죽고 난 다음에 두 달 만에 따라죽은 아들 침팬지. 이거는 자살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느냐. 자기 스스로 자기 목숨을 버린 거니까. 몇 년 전에 미국에서 돌고래가 자살했다는 식으로 이제 보도가 됐어요. 그런데 갇혀 있는 돌고래들은 거의 다 우울증을 앓거든요.

◇ 정관용> 갇혀 있으면?

◆ 최재천> 네. 자기가 갇혀 있다는 걸 돌고래는 너무 잘 알아요. 그래서 시설에서 쇼하는 돌고래는 전부 우울증 환자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그 돌고래가 수조 밑으로 들어가더니 안 나오더라는 거예요. 그래서 뛰어 들어갔는데 아무리 밀어 올려도 안 올라오려고 그러니까 거의 사육사의 나중 표현은 ‘이 한 많은 삶, 나 그냥 접겠다’ 하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얘기해요. 그러니까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아직은 자살을 하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는 게 아직은 과학계에서, 저희 분야에서 받아들이고 있는.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사진=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제작진 제공)

◇ 정관용> 자기가 어쨌든 부모로부터 태어나졌어요. 살아지는 건데 자기의 목표는 유전자를 퍼뜨리는 것, 그렇죠? 그것이 생명으로서의 기본 임무 때문에 자연적으로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살아가는 것. 그게 동물의 기본인 거죠?

◆ 최재천> 그렇죠. 이 세상 동식물 모든 생물의 기본이죠. 그런데 왜 우리 인간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 참 설명하기 어려운. 생물학적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바로 그런 게 아까 말씀하신 ‘기획’, 동물들은 뭔가 돼도 않는 일을 기획해서 이러는 법이 없더라. 인간들은 이게 자연섭리에 맞지 않는데도 기획하고 그 사이에 갈등하고 그러다 보니 누구를 또 죽이기도 하고 스스로 좌절해서 목숨을 스스로 끊기도 하고. 그거 아닐까요?

◆ 최재천> 그러니까요.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이게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높잖아요. 그런데 우연치 않게 어떤 분의 충고로 옛날 책을 보게 됐는데요. 우리나라 초창기에 조선 말기에 와계시던 프랑스 신부님이 쓰신 책이에요. 우리나라 천주교사인가 이런 책의 서문인데 거기에 보면 이분이 뭐라고 쓰셨냐면 한국 사람들 지저분하다 별의별 것 다 있는데 거기에 뭐라 그러냐면. 한국 사람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걸 너무 쉽게 한다. 화난다고 뒷동산에 올라가서 스스로 목을 따기도 하고 목매기도 하고. 그때 그렇게 쓰셨어요. 자기가 많은 세상을 돌아다녔는데 그렇게 딱 글로 남겨놨더라고요.

◇ 정관용> 그런데 그건 한 문헌만 가지고 그렇게 볼 수 있을까요? 그 시점의 국가 간 비교, 자살률 통계까지는 없으니까.

◆ 최재천> 그런 건 없는데. 그래도 외국분의 눈에 그렇게 비쳤다, 참 보통 일은 아니겠다 하는 생각은 들더라고요.

◇ 정관용> 그런데 말씀 듣고 보니까 단발령 같은 거 내려졌을 때 머리 자르지 않겠다고 목숨 끊는 분도 있었고 우리 그런 거 옛날 책에서 많이 봤잖아요. 그것도 좀 어찌 보면 자연 섭리와 다른 기획과 이념과 명분, 이런 거 아닐까요? 우리가 그런 게 강한 민족이었나요?

◆ 최재천> 혹시 그런 게 아닐까, 저도 요즘 의심하면서 이것저것 찾아서 읽어보고 딴에는 한번 자료들도 한번 수집하고 있습니다. 설명이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현재 제법 잘 사는 나라 중에서 왜 우리나라만 이렇게까지 극심하게 자살률이 높을까? 청년자살률 그리고 노인자살률. OECD 국가에서 우리만 압도적으로 높잖아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되나, 고민을 오랫동안 했는데 그 책을 그 부분을 읽고는 어, 혹시?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 정관용> 저는 사회과학을 쭉 했으니까 지금 교수님 말씀을 듣고 번뜩 떠오르는 생각은 우리가 압축적 사회 변화를 겪은 사회 아니겠습니까? 너무 빠른 사회 변화는 모든 사회구성체 원들한테 강한 정도의 스트레스를 부여하는 거거든요. 다시 말하면 우리 사회는 지난 한 150년 전부터 조금 더 말하면 한 200년쯤 전부터 다른 어떤 국가보다도 고도의 스트레스를 집단적으로 같이 받는 200년의 역사를 겪었단 말이죠. 그 사이에 게다가 남북 간의 전쟁이 있었고 그와 동시에 이념, 명분, 남과의 비교 이런 것들이 다른 국가, 다른 사회에 비해서는 매우 높아질 수 있고 이런 게 생명경시, 생명존중에 반대되는 것까지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요?

◆ 최재천> 저도 그렇게 배웠고요. 그런 글들을 많이 읽었고. 그러려니 하다가 지금 그런데 정 선생님이 150년, 200년이라고 그러시니까 저도 조금 할 말은 없는데 그런데 조금 전에 제가 얘기 드린 프랑스 신부님이 본 것은 조선 말기거든요. 그때도 그런 관찰이 있었다는 거는 과연 이게 꼭 압축 성장하고만 연결해야 되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죠.

◇ 정관용> 그러니까 압축성장은 해방 이후에 50~60년이 맞지만 ‘고도의 급변’이라고 치면 조선 말기 동학혁명부터로 사실 봐야 되거든요.

◆ 최재천> 그렇다면 우리만큼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어온 나라들을 한번 쭉 비교해 보면 좋겠죠. 그런데 그런 나라들 중에 지금 OECD에 들어온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으니까.

◇ 정관용> 우리나라밖에 없어요.

◆ 최재천> 어쩌면 우리 통계가 두드러지는 게 아닌가. 한번 사회학자가 해 보셔야 될 것 같은데요.

◇ 정관용> 이렇게 해서 우리 청취자분들한테도 숙제를 드리는 거죠. 이제 끝내야 됩니다.

◆ 최재천> 벌써요? 얘기 한 가지 하다가 끝내네요.

◇ 정관용> ‘생명 -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위한 시’. 오늘의 제목이 그거거든요. 방금 우리가 너무 높은 자살률 이야기 했고. 대부분의 동물은 그냥 살아진다. 근데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쓸데없는 기획하고 머리 굴리는 게 사람을 괴롭힌다. 그런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결국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위한 시를 쓰신다면 머리 좀 그만 굴리자 이거 아닐까요?

◆ 최재천> 저는 비슷한 제목의 책을 이미 하나 썼거든요.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라는 책을 썼는데 사실 어떤 형태로든 살아 있다는 건 아름다워야 되는 거죠. 그 삶이 질척거리고 이렇더라도 존재하지 않는 것보다는 존재하는 게 어떤 의미에서든 아름다워야 한다는 게 제 그런 마음으로 동물들의 모든 거를 이렇게 한번 제 나름대로 글로 써본 책인데요. 저도 동의합니다. 이게 우리가 아름다운 면을 보면 분명히 살아 있다는 게 환희고 아름답고 축복이고 이래야 되는데 뭐 그렇게까지 불평하고 살 이유가 있을까. 내 삶이 아름답다라고 자꾸 생각하시기를 바란다는 뜻이죠.

◇ 정관용> 동물에게 배웁시다. 삶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최재천 교수 고맙습니다.

◆ 최재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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