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하든은 2016-2017시즌 미국프로농구(NBA) 정규리그 평균 어시스트 1위(11.2개)를 차지했다. 다음 시즌에는 평균 득점 1위(30.4점)에 올랐다.
하든이 어시시트 1위를 차지했던 시즌에 득점왕에 올랐던 선수는 러셀 웨스트브룩이다. 평균 31.6점을 기록했다. 웨스트브룩은 다음 시즌에 평균 10.3어시스트를 기록해 리그 1위에 올랐다.
NBA 역사상 두 시즌에 걸쳐 득점왕과 어시스트왕을 한번씩 나란히 차지한 선수는 하든과 웨스트브룩 2명밖에 없다.
이는 볼 소유 시간이 길지 않은 선수는 엄두도 내지 못할 기록이다. 두 선수 모두 볼 소유 시간이 굉장히 긴 것으로 유명하다. 직접 1대1 공격을 하거나 자신이 수비진을 뒤흔든 다음 동료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는 유형이다.
그런 두 선수가 만약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뛴다면? 올스타전이나 미국 대표팀이 아닌 이상 이같은 상상을 해본 NBA 팬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지만 두 선수는 지금 예전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거물이 됐다.
하지만 올해 NBA 오프시즌의 테마 중 하나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 현실이 되는 것이다.
제임스 하든과 러셀 웨스트브룩이 2019-2020시즌부터 나란히 휴스턴 로켓츠의 유니폼을 입고 공존을 시도하게 됐다.
ESPN을 비롯한 미국 현지 언론은 12일(한국시간) 러셀 웨스트브룩이 오클라호마시티를 떠나 휴스턴에 합류하는 초대형 트레이드가 합의됐다고 보도했다.
휴스턴은 웨스트브룩을 영입하는 조건으로 올스타 출신 가드 크리스 폴을 오클라호마시티에 내주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더불어 2장의 1라운드 지명권을 함께 건내고 오클라호마시티에게 유리하도록 두 차례의 지명권 교환을 해주기로 했다.
이로써 하든과 폴이라는 올스타 백코트는 2년만에 해체됐다. 휴스턴은 2년 전 LA 클리퍼스로부터 폴을 영입하는 대형 트레이드를 바탕으로 우승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벽을 넘지 못했다.
휴스턴이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이 오클라호마시티 구단에서는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지난 시즌 토론토 랩터스의 우승을 이끌었고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로 손꼽힌 카와이 레너드가 LA 클리퍼스와 계약하는 조건으로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아있었던 폴 조지를 영입해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LA 클리퍼스는 다수의 1라운드 지명권 등 상당한 출혈을 감수하고 조지를 데려왔고 그 결과 레너드와 FA 계약을 체결했다. 여러 매체가 차기 시즌 구단 파워랭킹 1위로 클리퍼스를 꼽는 등 단숨에 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팀이 됐다.
트레이드를 요청한 조지를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야 했던 오클라호마시티 구단은 물론이고 홀로 남은 올스타 가드 웨스트브룩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최근 웨스트브룩을 트레이드 하고 새로운 출발선에 서기로 했다.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클라호마시티가 완전한 리빌딩을 선택할 경우 다시 폴을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이로써 2017년 정규리그 MVP 웨스트브룩과 2018년 MVP 하든, 과거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케빈 듀란트와 함께 3인방을 이뤘던 두 선수가 2012년 이후 처음으로 다시 의기투합하게 됐다.
ESPN에 따르면 하든이 휴스턴으로 하여금 웨스트브룩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슈퍼팀'이 하나둘씩 늘어나는 가운데 하든은 웨스트브룩과 다시 뭉치기를 원했고 휴스턴 역시 전력 강화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시즌동안 리그에서 공격 점유율(USG%)이 가장 높았던 하든과 3년 연속 시즌 평균 트리플더블을 달성할 정도로 넘치는 에너지만큼 볼 소유 욕심이 많았던 웨스트브룩의 공존 여부는 차기 시즌 주목할만한 이슈가 될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트레이드 역시 카와이 레너드의 FA 계약에 따른 나비 효과다. 레너드의 의지와 결정은 FA 계약을 추진하다 실패한 토론토와 LA 레이커스는 물론이고 오클라호마시티와 휴스턴의 비시즌 계획 자체를 바꿔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