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8590원…2.87% 인상키로(종합)

노사 대립 속에 민주노총 측 위원 한동안 회의 불참하면서 결론 늦어져
역대 3번째로 낮은 인상률…노동계 "최저임금 참사" 반발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가 2020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87% 오른 8590원으로 결정했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을 유지하던 최저임금이 이른바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 논란 속에 역대 3번째로 낮은 인상률로 급락한 가운데 과연 '최저임금 속도조절'로 긍정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저시급 8590원 2.87%25 인상…최저임금 '속도조절'

최임위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제13차 전원회의에서 이날 새벽 5시 30분쯤 2020년도 적용 최저임금을 사용자 최종안인 시급 8590원으로 표결을 통해 의결했다.

이번에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 최저임금 8350원에 비해 2.87%(240원) 인상된 액수다.

이를 월급으로 환산하면 주40시간 기준으로 유급 주휴를 포함해 월 209시간 근무할 때 179만 5307원으로, 전년대비 5만 160원 인상된다.

이번 인상률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2.7%와 금융위기 여파가 남았던 2010년 2.85% 이후 3번째로 낮은 기록이다.

이날 노동자위원들은 최종안으로 현행 최저임금 대비 6.3% 인상된 8880원을 내놓았다.

이후 27명 위원 전원이 참석해 사용자안이 15표를, 노동자안이 11표를 얻고 기권이 1표 행사돼 사용자안이 채택됐다.


사용자안이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8590원을 제시한 배경에 대해 임승순 부위원장(상임위원)은 "공익위원안이 아닌 노사안으로 표결했기 때문에 구체적 기준은 사용자 측과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제성장률이 2.5%, 물가상승률이 1.1%로 대략 3% 대를 유지하기 때문에 그 수준에서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어 권순원 공익위원 간사는 "사용자 측의 얘기를 그대로 전달하면 '3%는 도저히 넘기 어렵고, 그 바로 밑인 8590원이므로 이 액수를 제시한다'고 얘기했다"며 "다른 수식이나 설명은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2년 간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 14.5%%에 달했지만, 이번 인상률을 감안하면 3년 간 평균 인상률은 10.9%로 크게 낮아졌다.

다만 이는 이명박 정부 시절 평균 인상률 5.2%, 박근혜 정부 4년 간 평균 인상률 7.4%와 비교하면 높은 편이고, 김대중 정부(9.0%)나 노무현 정부(10.6%)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편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까지 최저시급 1만원을 달성하려면 1410원이 남아있어 앞으로 2년 동안 평균 7.9%씩 더 올려야 한다.

◇올해도 법정시한 넘긴 노사 극한대립…노동계 "최저임금 참사" 반발

(사진=연합뉴스)
이번 2020년 적용 최저임금 심의과정 역시 이전과 마찬가지로 노사 간 줄다리기가 시종일관 팽팽하게 이어졌다.

사용자위원들은 지난달 26일 5차 전원회의에서 표결 끝에 '업종별 차등적용'과 '최저임금 월 환산액 병기' 안건이 부결되자 회의장에서 퇴장하고 보이콧을 선언했다가 8차 회의에 복귀했다.

노동자위원도 사용자위원의 내년도 최저임금 삭감 요구에 반발하면서 지난 9일 10차 전원회의에 집단 불참했다가 다음날인 10일 11차 전원회의에 돌아왔다.

이러한 노사 대립은 이날 최임위가 최종 결론을 내기 직전까지도 이어졌다.

전날인 11일 시작한 제12차 전원회의는 오후 4시 30분에 열렸지만, 민주노총 추천 노동자위원들이 회의 불참을 검토하느라 자리를 비워 곧 정회됐다.

이후에도 민주노총 측 위원들은 경영계가 삭감 입장을 고수한 데 대해 반발하며 참석 여부를 놓고 장고(長考)를 거듭했고, 그동안 회의는 수차례 정회와 속개를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이 노사 양측에 "표결 가능한 최종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하면서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앞서 지난 11일에도 공익위원은 노사 양측에 동결 내지는 한 자릿수 인상률 범위 안에서 수정안을 제시하라고 권고했지만, 이번에는 표결로 이어질 수 있는 양측의 '숨겨진 패'를 곧바로 내놓으라고 요구한 셈이었다.

이후 자정을 넘기자 최임위는 차수를 변경해 제13차 전원회의로 심의를 이어갔고, 결국 표결로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사용자위원은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채택된 최종제시안에 대해 "2011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인상률"이라면서도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절실히 기대했던 최소한의 수준인 '동결'을 이루지 못한 것은 아쉬운 결과"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3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을 제시하며 최저시급 1만원을 요구했던 노동계로서는 이번 인상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어 향후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은 내년도 최저임금 발표 직후 "최저임금 참사가 일어났다"며 "이대로라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내 1만원 실현도 어려워졌다"고 우려했다.

이어 "노동 존중 정책, 최저임금 1만원 실현, 양극화 해소는 완전히 거짓구호가 됐다"며 "최저임금은 안 오르고 최저임금법만 개악된 셈"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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