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대환, 이탈표에 패배하자 사퇴…바른미래 또 격랑

'손학규 거취 여론조사' 혁신안, 반대파 '표결 추인' 반발
孫 스스로 제안한 혁신위, 출범 10일 만에 무력화로 맞불
퇴진파 오신환 "혁신위원장 새로 선출, 혁신안 최고위 상정"

바른미래당 주대환 혁신위원장이 1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혁신위원장직 사퇴 기자회견을 한 후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손학규 대표의 거취 문제를 놓고 내홍을 거듭하다가 혁신위원회 구성을 통해 가까스로 봉합됐던 바른미래당이 또 다시 내부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주대환 전 위원장과 일부 위원들이 동반 사퇴하면서 혁신위의 활동 동력이 급격히 약화된 탓이다. 손 대표로선 스스로 제안한 혁신위가 정작 자신의 거취 문제로 귀결되자, 혁신위 자체를 붕괴시키는 맞대응에 나선 셈이다.

손 대표 거취를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혁신안에 대해 오신환 원내대표는 최고위 상정 입장을 피력하면서 혁신위의 결정에 무게를 실었다. 반면 불리한 혁신안이 채택된 손학규 대표는 최고위 상정을 막으면서 더 버틸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 출범 10일만에 주대환 사퇴…혁신안 '재신임' 갈등

주대환 위원장은 1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위원장 자리를 내려놓고자 한다"며 "지난 일주일여의 실제 혁신위 활동 기간 중에 제가 본 것은 계파갈등이 그대로 재현되는 모습이었다"라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지난 1일 공식 출범한 당 혁신위를 이끌었다. 혁신위원들을 2030 젊은 세대로 꾸려 야심차게 출발했으나, 10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셈이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주대환 사회민주주의 연대 공동대표에게 임명장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그는 "저는 매우 크게 실망했고 특히 젊은 혁신위원들을 뒤에서 조종하는, 당을 깨려는 검은 세력에 대해서는 크게 분노를 느끼고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제 자신이 그들과 맞서 싸우고, 당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역부족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주 위원장의 이러한 발언은 손 대표 퇴진을 주장하는 바른정당계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지난 10일 도출된 혁신안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혁신안에는 현 지도 체제에 대한 공개공청회, 재신임을 묻는 여론조사 등이 담겼다. 혁신위원들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자정이 넘을 때까지 혁신안과 관련한 격론을 벌였다.

주 위원장을 제외한 혁신위원은 총 8명으로, 주 위원장이 추천한 4명과 유승민계 추천 2명, 안철수계 추천 2명으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여론조사에 '재신임' 문구를 넣을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주 위원장은 재신임 문구를 심사숙고할 것과 혁신안을 정한다면 '만장일치'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유승민·안철수계 측 위원들은 재신임 문구를 넣을 것과 표결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 되자 여러 표결 요구 의견을 주 위원장이 수용했고 표결에 착수했다. 위원구성이 주 위원장 측(4)과 반대파(4)로 나뉘고 주 위원장이 캐스팅보트를 쥐는 만큼, 표결을 해도 불리하지 않다는 계산도 자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막상 표결을 해보니 '재신임' 문구를 포함한 여론조사 등 안건에 5명이 찬성했다. 주 위원장 측에서 이탈표가 생긴 셈이다. 주 위원장은 크게 낙담하며 손 대표에게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

손 대표는 11일 울산시 당원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에서 지도부 책임론을 중심으로 하는 안을 만들어서 그것을 막으려고 하다가 표에서 져서 아주 낙심하면서 그만두겠다고 하는 것을 제가 그만두지 말라고 했다"며 "그런데 제가 비행기를 타고 있는 사이에 기자회견을 해버렸다"라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11일 오전 결심을 굳힌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오후에는 혁신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예고돼 있었다. 혁신위원과 상의 없이 혁신안 발표 직전에 사퇴를 발표하는 초강수를 둔 셈이다.

그는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 미래비전, 당의 발전 전략을 내놓지 않고 계속 딱 하나의 단어 '손학규 퇴진' 얘기만 계속하는 분들이 혁신위의 절반을 차지했다"고 강조했다.

주 위원장은 당에서 당무감사위원장직을 역임하는 등 당권파로 분류됐다. 손 대표 측에서도 혁신위원장으로 주 위원장을 추천한 바 있다. 하지만 혁신위 구성에 있어선 주 위원장의 독립성을 보장해줬다.

주 위원장은 현 체제에서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도, 손 대표의 무조건 퇴진은 동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 위원장 퇴진에 따라 그가 추천한 위원 2명은 사퇴 의사를 밝혔고, 1명은 거취를 고민 중이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자료사진=윤창원 기자)
◇혁신위 안건 발표, 12일 최고위 상정…孫 측 수용 불가 입장

주 위원장이 사퇴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혁신위는 혁신안 발표를 그대로 강행했다.

이기인 혁신위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대환 사퇴 기자회견은 저희 혁신위에서 논의된 적이 없던 사안으로 각각의 위원 동의 없이 진행됐다"며 "혁신위원들의 치열한 토론과 당규에 의거한 의결과정을 계파갈등으로 일방적으로 몰아세우고 전격 사퇴하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혁신안과 관련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공개 공청회를 개최하고 이후 빠른 시일 안에 여론조사를 실시해 현 지도 체제에 대한 성격 없는 평가, 즉 재신임 여부까지도 묻겠다"며 "여론조사를 통한 의견수렴 등을 종합한 평가 및 판단을 통해 21대 총선 승리를 위한 최적의 당 구조와 지도체제가 무엇인지 결정하겠다"라고 설명했다.

혁신위는 오는 12일 최고위원회의에 혁신안 상정을 요구할 방침이다. 당규에 따르면 최고위는 혁신위의 결정을 존중하고 토의한 뒤 결정해야 한다. 오신환 원내대표 역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건을 상정하고, 차기 혁신위원장 인선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손 대표 측은 혁신위가 사실상 파행에 이른 게 아니냐고 보는 기류다. 또 '재신임'이 포함된 안건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또다른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손 대표 측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공청회는 손 대표 뿐만 아니라 유승민, 안철수 등 당의 모든 주역들이 모두 등장해 하는 것은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재신임을 여론조사로 결정한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고 신뢰도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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