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의 본격적인 감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드러나고 있는 진상은 이렇다.
입시 명문으로 유명한 광주 사립고등학교의 기말고사 수학과목 5개의 문제가 대부분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특정 수학동아리 학생들에게만 한달여 전에 배부된 3장의 유인물에서 사실상 그대로 출제됐다.
이런 사실은 일반 학생이 SNS에 해당 내용을 올리면서 이슈화가 됐다.
교육청 감사 결과 모든 학생들에게 배부된 자료이자 문제를 변형시켜 출제했다는 학교 측의 해명은 거짓말로 드러났다.
학교 측은 "학기 초부터 제공한 1000여 개 문제 중 일부가 변형돼 기말고사에서 비슷한 유형으로 출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5개 문제의 질문과 제시된 조건, 오지선다형의 선택지까지 거의 그대로 출제됐고 1문제만 주관식에서 객관식으로 바꿔 출제됐지만 이마저도 질문과 제시된 조건, 숫자까지 모두 동일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역 교육계에서는 5개 문제 모두가 최고난도 문제여서 수학동아리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문제들을 풀지 못했다는 점에서 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내신성적 관리를 위해 시험문제를 유출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5개 문제의 점수가 100점 만점 중 26점에 해당돼 내신성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가장 큰 문제는 성적 우수자들이 대부분인 기숙사에 입사한 수학동아리 학생들에만 유인물이 제공돼 일반 학생들은 정보의 접근에서부터 성적까지 차별을 받았다는 것이다.
보편적이고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당한 것이다.
또 특정 수학동아리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휴일인 일요일에 특강을 실시한 것도 일반 학생들에 대한 차별이자 기숙사 입사학생들의 자율적인 학습 선택권을 침해하고 쉴 권리를 빼앗았다는 지적이다.
이 학교는 2019학년도 입시에서 서울대 10명, 연세대 7명, 고려대 11명, 경찰대와 육·해·공사 등 특수대학 및 교육대 17명, 의대 15명, 치대와 수의대, 한의대 11명, 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 16명을 비롯해 서울 소재 대학 110명이라는 발군의 입시 성적을 냈다.
그러나 이같은 화려한 입시 성적의 이면에는 성적지상주의와 삭막한 입시위주 교육 그리고 일반학생과 기숙사 입사학생 간의 비인간적인 차별이 자리잡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이번 시험지 유출 사건이 일부 교사의 일탈에 의한 것인지, 학교 측에서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인지 특별감사팀을 구성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청 조사 결과에 따라 학교 관계자에 대한 무더기 징계는 물론 사법당국의 수사까지 이어질 수 있어 파장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자율형 사립고에 대한 지정 취소 결정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성적 지상주의 고교의 일탈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입시위주 교육을 탈피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