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 '연초박' 유통 루트, 잘못 다루면 毒

연초박 가열 건조 과정 발암물질 생성, 유통 제조과정 철저한 관리필요
암발병 개연성 확인 불구 환경당국 지도점검은 오리무중
일선 시군 담당자 취재기자에게 되물어
집단 암발병 역학조사 실시하고서도 환경부는 미적지근

전북 익산 장점마을 집단 암발병의 원인으로 지목된 금강농산은 2017년 4월 폐업했다(사진=김용완 기자)
전북 익산 장점마을 집단 암발병은 퇴비로 사용해야 할 '연초박'을 불법으로 유기질 비료 제조공정에 사용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유통제조공정에 대한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허술한 방지시설관리로 건조 과정중 휘발되는 연초박 內 각종 발암물질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작업장 내부 뿐 아니라 대기중 배출돼 공장 근로자와 공장 인근 장점마을 주민의 암발생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여짐"

익산 장점마을 주민 집단 암발병에 대한 환경부 역학조사 보고서(조사기관/(협)환경안전건강연구소)의 핵심 내용이다.

비료 공정상 퇴비로만 활용해야 하는 연초박을 부적합하게 사용하다가 심각한 환경문제를 초래한 곳이 전북 익산 장점마을과 비료공장 금강농산이다.

비료공장과 마을 주택의 침적 먼지에서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과 담배특이니트로사민(TANAs) 중 WHO 1군 발암물질인 NNN과 NNK가 검출됐다.

익산 장점마을에서 비료공장 설립(2001년) 이후 주민 99명 가운데 22명(23건, 국립암센터 등록 기준) 암에 걸렸고 이 가운데 14명은 사망했다. 비료공장 금강농산에서도 암발병 직원이 5명으로 1명이 사망했다.


연초박은 담뱃잎 찌꺼기로 담배제조공정에서 나오는 부산 폐기물이다.

국내에서는 KT&G 신탄진, 광주, 김천, 영주 공장과 한국필립모리스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 6월 20일 환경부 주관으로 열린 역학조사 주민설명회(사진=김용완 기자)
한국필립모리스는 연초박을 자가처리(해외수출)를, KT&G는 국내 업체를 통해 위탁처리하고 있다.

2017년 자료를 보면 KT&G의 연초박은 전북 익산과 경북 김천, 경북 성주, 충북 보은, 강원 횡성 등 국내 6개 퇴비·비료생산업체에 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집단으로 암이 발병한 전북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은 연초박이 반입된 전국 6곳 가운데 하나다.

이곳에서 일했던 직원 A씨는 "연초박을 혼합해 비료를 만드는 것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몰랐고 비료 혼합제조 건조과정에서 발암물질이 생성된다는 사실도 이번에 문제가 되고나서야 뒤늦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연초박이 반입된 비료공장 소재 지역의 시군 담당 부서에서도 연초박 처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인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취재기자에게 오히려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 재차 전화해서 묻기도 했다.

전북 익산 장점마을에 내걸린 플래카드(사진=김용완 기자)
익산 장점마을 집단 암발병 사태와 관련해 역학조사를 실시한 뒤 문제점을 인식하고서도 환경부가 사후조치에 적극 나서지 않은 탓이다.

연초박을 들여와 퇴비를 만드는 비료공장 가운데는 매년 악취나 수질오염 등으로 주민과 마찰을 빚는 등 민원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익산장점마을 민관대책협의회 임형택 익산시의원은 "환경부 역학조사를 통해서 연초박의 위험성이 확인된 만큼 연초박을 이용해 퇴비를 만드는 비료공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관대책협의회 손문선 위원도 "KT&G가 연초박 폐기물 반출 처리에만 급급하지 말고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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