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초기 황금시간 허비" 고유정 부실수사 제주도민 '분노'

피해자 고향 주민 및 시민 200여 명 거리행진 후 집회
고유정 강력 처벌 촉구도…유족 "고유정 용서할 수 없다"

제주동부경찰서 앞 집회 모습. (사진=고상현 기자)
'제주 전남편 살인사건' 부실수사 문제를 규탄하고, 피고인 고유정의 엄벌을 촉구하는 거리행진과 집회가 제주에서 진행됐다.

피해자의 고향인 제주시 애월읍 중엄리 주민과 시민 200여 명은 9일 저녁 제주지방검찰청 앞에서 거리행진 전 기자회견을 열고 '고유정 사건'을 수사한 제주동부경찰서를 강하게 비판했다.

경찰이 초동수사 과정에서 안일하게 대응하다 고유정의 피해자 시신 유기를 막지 못했고, 사건 발생 한 달이 넘은 현재까지도 피해자 시신 일부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향 주민을 대표해 호소문을 낭독한 박재성(42) 애월읍 연합청년회장은 "경찰은 유족의 실종신고를 받은 상태에서도 고유정의 진술에만 의존해 사건 초기 황금 같은 시간을 허비했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유족이 범행 장소인 펜션 인근 주택 CCTV를 제공하고 나서야 수사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범죄현장에 대한 (피해자) 혈흔 검사도 늦었으며 혈흔 검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펜션 주인이 청소하는 것을 허락해 범죄 현장을 제대로 보존하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박 연합청년회장은 피고인 고유정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내려달라고도 촉구했다.

그는 "고유정은 선량하고 성실한 아이 아빠를 무참히 살해하고 시신까지 잔혹하게 훼손한 후 유기했다"며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고유정을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하는 방법은 사형 선고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재성(42) 애월읍 연합청년회장이 제주지방검찰청 앞에서 피해자 고향 주민을 대표해 호소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기자회견을 마친 뒤 시민들은 비가 쏟아지는 악천후 속에서도 제주지방검찰청에서 '고유정 사건' 부실 수사 논란을 빚은 제주동부경찰서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무리의 맨 선두에는 피해자와 평소 가까웠던 이웃 동생이 '피해자 사진이 없는' 영정사진을 들었고, 그 뒤를 시민들이 뒤따랐다.

제주동부경찰서에 도착해서도 시민들은 경찰의 부실수사에 대한 사과와 고유정의 엄벌을 촉구하는 집회를 이어갔다.

특히 평소 피해자를 기억했던 친구와 가족의 발언이 진행되자 장내는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을 흘리는 시민들의 모습도 보였다.

피해자의 제주대학교 대학원 친구인 A 씨는 '친구의 편지'를 통해 "나는 너를 아직도 보낼 수 없다. 시신 일부라도 찾을 수 있게 제발 나타나 줬으면 좋겠다"고 말해 주변 시민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피해자의 사촌 동생도 "누구보다도 착한 우리 형이 하루아침에 이런 비참한 사건의 피해자가 된 게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우리에게서 보배 같은 형을 빼앗은 고유정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피해자 고향 주민들과 시민들은 오는 13일 제주시청 앞에서도 부실수사를 규탄하고 고유정 엄벌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한편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저녁 제주시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로 지난 1일 구속 기소됐다. 오는 15일 첫 공판이 진행된다.
제주동부경찰서 앞 집회 모습. (사진=고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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