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한 와인바에서 만난 윤하는 새 미니앨범 '스테이블 마인드셋'(STABLE MINDSET)의 감상 포인트를 묻자 "앨범을 먼저 들어 본 아빠가 '그래, 이게 윤하지! 좋다'고 하시더라"며 "'반갑다'는 의미의 말이었던 것 같다"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사람들이 제게 기대했던 것은 '노래하는 윤하'인데 전 그동안 '싱어송라이터 윤하'를 보여드리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창작에 대한 욕구를 조금 내려놓고 보컬로서 접근해보려고 했어요. 조금이라도 체력이 더 받쳐줄 때 보컬적인 퍼포먼스를 더 보여주자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렇게 목소리 위주 앨범의 만들어졌는데 많은 분이 (아빠처럼) 이번 앨범을 반갑게 받아들여주시면 좋겠네요"
실제로 윤하의 네 번째 미니앨범에 해당하는 신보는 2017년 12월에 나온 전작인 정규 5집 '레스큐'(RescuE)와 결이 다르다. 그루비룸, 식케이, pH-1, 보이콜드, 브라더수, 챈슬러, 다비 등 힙합, 알앤비를 주 장르로 하는 뮤지션들과 작업했던 '레스큐'는 트렌디한 사운드의 곡들이 중심축을 이뤘었는데, '스테이블 마인드셋'은 윤하의 목소리에 초점이 맞춰진 발라드 장르의 곡들로 채워졌다.
"신세계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게 있었어요. 음악씬 판도가 완전히 바뀐 것 같아서 불안했었고요. 그래서 전작 때 트렌디한 음악을 하는 친구들과 색다른 옷을 입어봤는데 그 친구들이 저에게 용기를 많이 줬어요. '윤하만의 것이 있기에 우리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말을 해주더라고요. 또, 가까이 있는 분들과 팬 분들이 '예전에 했던 그런 노래 듣고 싶다'는 반응을 보여주시기도 해서 자연스럽게 이번에는 목소리 위주의 앨범을 만들게 되었던 것 같아요"
"'올해의 장마송' 기대하고 있어요"
"그동안 날씨와 관련한 곡들로 사랑을 받았기 때문인지 기획 단계에서 날씨 관련 곡들을 보내주신 작곡가 분들이 많았어요. 그러다가 타이틀곡이 '비가 내리는 날에는'으로 정해졌고, 내친김에 앨범 테마를 여름에 걸맞은 비로 맞춰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고요. 사실 예전에는 비, 이별 테마의 곡이 계속 들어와서 '내가 좀 우중충한가' '너무 슬퍼 보이나' 하는 생각도 했어요. 전 원래 비 내린 뒤 맑게 갠 날을 좋아하거든요. (미소). 그런데, 요새는 납득이 돼요. 그 테마에 감성이 맞춰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나저나 비가 좀 와야 할 텐데...걱정이네요. 사실 혹시나 비가 안 올까봐 기우제 내용을 뮤직비디오에 담아봤어요. (웃음). 물을 퍼다 나르는 역할을 맡아서 살짝 연기도 해봤으니까 꼭 봐주세요!. 함께 기우제도 지내주시고, 비가 내릴 때마다 저를 생각해주시고요"
"많이 여유로워졌어요"
"5집을 내고 나서 저한테 듣기 쉽게 얘기해주는 주변인과 친구들이 많았어요. 저격하는 말 같았으면 듣기 싫고 그랬을 텐데 상냥하게 대해주는 분들이 많았죠. 그땐 좀 저도 마음이 더 열린 상태였고, 오랜만에 5집을 냈다는 달성감이 있었기 때문에 편안하게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야기를 듣고, 반영할 수 있었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는 가장 나다운 것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봤어요. 그 결과 제가 아는 제가 가장 나답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동시에 밖에서 보는 제 모습도 나다운 게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간극을 좁혀가면서 많이 여유로워지고 편안해진 것 같아요. 아, 우연히 사주도 봤었는데 제가 초년 운이 안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100개의 바둑돌 중 50개가 흑돌이라면, 저는 흑돌을 먼저 많이 뽑은 거라는 말을 해줬는데, 흰돌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웃음)"
슬럼프라는 키워드와는 거리가 먼 가수가 된 윤하는 앨범으로, 그리고 공연으로 음악 팬들과 자주 소통하려고 한다. 오는 26일부터 8월 4일까지 총 6회에 걸쳐 동덕여대 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소극장 콘서트를 열 예정이고, 올 겨울쯤 이번 신보의 연장선상에 있는 또 한 장의 앨범을 선보일 계획이다. 윤하는 차기작은 밴드 사운드 위주의 앨범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윤하라는 이름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해볼 생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