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달 연대기' 혹평에 김원석 PD "모두 연출의 탓"

김원석 PD (사진=tvN 제공)

tvN의 기대작이자 540억 원이라는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아스달 연대기'에 대한 혹평이 거듭되고 있다. 총 3개의 파트 중 2개의 파트가 끝났지만 여전히 '호불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연출자 김원석 PD는 "모두 연출의 탓"이라고 밝혔다.

김원석 PD는 지난달 받은 '아스달 연대기' 관련 질문에 대해 9일 서면으로 답변을 보냈다. 이를 통해 김 PD는 '아스달 연대기'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김 PD는 드라마를 둘러싼 논란은 "모두 연출의 탓"이라며 시청자의 반응이 엇갈리는 것은 "내가 콘셉트를 잘못 잡은 탓이다.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원석 PD가 보내온 답변의 일부를 정리한 내용이다.

▶ 첫 방송 이후 호불호 평가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였나.

김원석 PD 시청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장르라 어느 정도 호불호가 갈릴 것은 예상했다. 후반작업을 하면서 애정 어린 비판 의견을 충실히 반영해 남은 회차는 더 친근하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SNS에 남긴 심경 글의 의미는 무엇인가.

(참고 : 김원석 PD는 6월 2일 자신의 SNS에 "난 그냥 열심히 하지 않은 편이어야 한다. 열심히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안 해서인 걸로 생각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아프니까"라는 글을 게시했다.)

김원석 PD '아스달 연대기'의 촬영 감독님이 내게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이 드라마는 매 신, 매 컷 쉬운 것이 없네요." 그동안 스태프, 연기자 모두 힘을 합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찍었고, 이미 촬영은 모두 끝났다. 그렇지만 다른 드라마 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양도 많은 후반 작업이 남아 있다. 이를 더 열심히 잘해서, 어렵게 찍은 신들이 고생한 보람이 있도록 해야겠다는 결심에서 쓴 글이다. 드라마의 모든 회차가 끝나고 나서 후회 없도록 하자는 의미였다.

▶ 역사적으로 따지면 청동기 시대인데 긴 쇠사슬 같은 무기가 나오고 의상에도 고도의 기술이 들어가서 어색해 보인다는 의견이 있다. 전문가의 고증을 거친 것인가.

김원석 PD '아스달 연대기'의 공간적 배경은 '아스' 라는 가상의 대륙이고, 시대적 배경은 청동기 시대다.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청동기 문명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수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문명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시기는 태고의 자연환경과, 발달된 청동기 문명의 화려함을 모두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양차가 사용하는 청동추의 사슬은 당연히 청동 사슬이고 끝에 달려있는 것도 청동추 이므로 (당시로 보면 무지 비싼 무기였겠지만) 시대에 아주 불가능한 무기는 아니다. 드라마를 준비하면서 실제로 구약성서를 비롯한 여러 고대 문헌에 청동사슬에 대한 내용이 존재하는 것을 알게 되어 드라마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 일각에서 미드, 영화, 애니메이션 등과 유사성을 주장한다. 비슷하다고 느끼는 이유를 무엇이라 생각하나.

김원석 PD 우리가 본적도 없고, 사료로도 남아 있지 않은 당시의 건축물과 복식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회의를 거쳤다. 우리에게는 이른바 '아스 양식'이 필요했고, 이를 시청자가 그럴 법하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논리도 필요했다. 아스 대륙은 가상의 대륙이지만, 갑골문 시대의 중국 문자를 쓰고 있다. 그러므로 동양 어딘가의 대륙이었을 것으로 설정했다. 기후는 온대기후. 중국풍이나, 우리나라 삼한시대 드라마에 썼던 의상과 건축물이 나온다면 그보다 수천 년 이상 앞선 문명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았다.

반면 서양은 이집트 문명이나,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같은 청동기 문명의 건축물과 이미지가 많이 남아있고, 극화된 콘텐츠도 많아 청동기 문명의 모습을 연상할 때 쉽게 위의 문명들이 떠오른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동양과 서양 문명 사이 어딘가 존재했을 법한 문명 양식을 찾고 싶었다. 화면에 '동양 문명과 서양 문명의 초기 모습이 함께 보인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스달 연맹궁은 중국 홍산 문명의 원형 제단과, 터키 괴베클리테페의 T자형 돌기둥, 첨성대 모양의 구조물, 메소포타미아 지구라트의 길고 높은 계단 등 동서양의 건축 양식들이 혼재돼 있다.

건축물, 의상, 소품, 분장, 미용 등 미술영역에 있어서 동양과 서양의 혼재된 느낌을 위해, 수많은 역사적 자료와 영상 콘텐츠를 참고했고 위와 같은 회의를 거쳤다. 일부 기존 작품과 유사하다는 평에 대한 판단은 시청자 여러분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스달 연대기'의 촬영을 준비하면서 본적 없는 세계를 구현하기 위해 매번 위와 같은 조사와 회의를 거쳤고, 그 과정에서 연출자와 스태프는 누구도 쉽게 어떤 콘텐츠를 따라 하자는 시도를 한 적이 없다는 점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 제작비에 비해 소품과 CG가 아쉽다는 평, 두 부분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

김원석 PD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알려진 제작비는 업계의 추정치이므로 맞지 않는 액수다. 그런데도 한국드라마 최고 수준의 제작비가 들어간 것에 비해 소품과 CG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나는 '아스달 연대기'에 참여한 모든 스태프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다.

최고여서 같이 할 것을 부탁드렸고, 촬영을 하면서 최고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 만약 조금이라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준비한 미술팀과 VFX 팀의 문제라기보다는 그렇게 준비하도록 한 연출의 문제다. 물론 전문 스태프들은 자신의 의견을 가지고 연출자와 이야기해왔고, 나 역시 그분들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많은 것을 믿고 맡겨 왔지만, 기본적으로 큰 틀의 콘셉트를 잡은 것은 연출이기 때문이다.

아스달에 등장하는 소품은 위에서 말씀드린 회의를 거쳐 소품 스태프들이 일일이 만들어 내거나, 어렵게 구한 것들이다. 청동기 시대이므로 아스달에 등장하는 청동 무기나 제례의식에 사용되는 도구들 모두 사전 자료조사를 거쳐 디자인된 것들이다. 그런데도 시청자분들이 아쉬움을 느끼시는 부분이 있다면 내가 콘셉트를 잘못 잡은 탓이다. 죄송하다.

또한 아스달의 CG는 아스대륙과 아스달성, 연맹궁, 거치즈멍 그리고 대흑벽, 소금사막, 신성한 나무, 예쁜 물가, 폭포 등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표현하는 데 쓰였을 뿐 아니라 늑대, 곰, 뱀, 황소, 말 등 동물들의 연기를 표현하기 위해서도 쓰였다. 이 중에는 비교적 아쉬운 상태로 방송이 된 부분도 물론 있지만 시청자들께서 CG인 것을 눈치 못 챌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CG들도 많다.

CG는 단순히 기술이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기획 단계, 촬영 단계, 후반작업 단계에서 연출, 촬영, VFX 부서의 스태프들 간에 긴밀한 협의와 부단한 노력, 그리고 충분한 작업 시간을 거쳐야 완성된다. '아스달 연대기'는 처음 기획단계부터 두 분의 VFX 슈퍼바이저가 헌신적으로 CG 업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 결과물에 대해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지만, 그중 일부라도 시청자 여러분께서 만족하시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모두 연출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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