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일본계 여신 규모가 586억달러라며 이에 대한 충격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 경제 전문가인 이지평 LG경제연구소 상근자문위원은 9일 국가미래연구원 홈페이지에 실린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글을 통해 "일본으로서는 행정절차의 조정만으로 한국 경제의 심장부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보복조치를 한 것"이라면서 "일본 정부로서는 그들이 원하는 일정한 목표의 달성 없이 보복을 쉽게 철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일본은 세계 최대의 순채권국이며 그 영향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일본계 금융기관이 한국 기업, 공사등에게 제공한 여신 규모는 국제결제은행 집계 수치를 일본은행이 재계산해서 산출한 금액으로는 2018년 9월 기준 586억달러, 약 69조원에 달한다.
여기에는 한국에 있는 일본계 금융기관의 지점 이외 해외에 있는 일본계 금융기관으로부터 조달한 금액도 포함된다. 일본 측은 한국에 대한 여신을 총 망라해서 관리 및 집계하고 있다.
이번 무역보복정책의 배경에 대해서는 일본 우파의 영향으로 분석했다. 그는 "징용노동자 문제나 위안부 문제 등이 이미 해결된 것이라는 입장에서 한국에 대해 심하게 분노하고 있는 일본의 국민 감정 악화를 배경으로 이같은 강경한 조치를 단행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징용노동자 문제에 대한 배상 판결을 내린 이후 한국정부가 위안부를 위한 '화해 및 치유재단'의 설립 허가를 취소하고, 일본 자위대의 저공비행 문제 등 한·일 간의 마찰과 대립을 심화시키는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일본인들의 감정이 좋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 상근자문위원은 "이번 3개 품목에 대한 무역보복 조치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만을 대상으로 한 무역국가 분류를 만들고 아직 '화이트(White)' 국가인 한국에 대한 포괄적인 수출허가를 폐지할 수 있는 행정 제도를 정비하는 등 상당히 작위적인 부분이 크다"며 "일본 정부의 조치는 WTO가 추구하는 자유, 무차별, 공정의 원칙에 위배하는 차별성이 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향후 해법에 대해서는 "모든 품목을 국산화하고 자급자족하겠다는 것은 가난해지는 길이며, 가능하지도 않다"며 "한일 우호 및 외교 관계를 잘 계승하고 미비점이 있으면 보완하면서 발전할 수 있도록 정치·외교적인 현안을 해결하는 데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