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어르신 친구 'AI스피커'…위급상황땐 대신 구조요청도

SKT-행복한 에코폰, 독거어르신 대상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사용패턴 분석

(사진=자료사진)
독거어르신들은 AI(인공지능)스피커의 '감성대화' 기능을 일반 이용자보다 많이 사용하고 자택에 인터넷이 설치돼 있지 않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AI스피커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과 행복한 에코폰은 지난 4월 1일~5월 31일까지 두 달간 독거 어르신 1150명이 AI스피커 '누구'를 통해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를 사용한 패턴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사진=자료사진)
AI스피커의 사용 및 감정관련 키워드 발화 분석 결과, 독거 어르신들은 '감성대화' 사용 비중(13.5%)이 일반인 사용 패턴(4.1%)에 비해 세 배 이상 높았다.

독거 어르신들의 서비스 사용 비중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FLO(63.6%)'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감성대화 서비스(13.4%) △날씨(9.9%) △운세(5.0%)가 뒤를 이었다.

SKT의 누구 사용자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음악(40%) △날씨(10.5%) △무드등(6.9%) △알람∙타이머(6.6%) △감성대화(4.1%) 등 순이었는데 독거 어르신들의 감성 대화 이용 비중이 일반 이용자보다 3배 많은 것이다.

감성대화는 '심심해', '너는 기분이 어떠니?' 등 화자의 감정과 감성을 표현하는 일상적 대화를 의미한다.

AI스피커 인기 발화(發話) 단어 분석 결과 상대방과 대화 시 부탁이나 동의를 구할 때 많이 사용하는 '좀'이라는 단어가 상위 키워드로 분석됐는데 어르신들이 AI 스피커를 바라보는 시각이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상위 50개 발화 중에 '알려줘', '어때' 등 친근한 표현들이 다수 포함됐다.

감성 대화의 비중이 높은 결과는 독거 어르신들이 AI스피커를 의인화해서 생각하는 경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AI스피커가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달래는데 긍정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회사 측은 부연했다.

(사진=자료사진)
평소 ICT 디바이스와 친밀하지 않은 독거 어르신들이 AI스피커 사용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오히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설치돼 있지 않은 경우에 AI스피커를 두배 정도 많이 사용했다.


조사 대상자 중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없는 독거 어르신들이 오히려 AI스피커 사용에 적극적(평균 사용횟수 58.3회)이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보유하고 있는 독거 어르신(30.5회)과 두 배 정도 차이가 벌어졌다.

SKT는 ICT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이 컴퓨터 자판이나 그래픽 UI에 비해, 말로 하는 음성 UI를 선호하는 것이 또 하나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번 데이터 분석 대상 어르신들의 평균 연령이 75세이고 최고령 어르신이 99세라는 점에서, 스마트 디바이스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들이 AI스피커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도 불식시킨 것이라고 회사 측은 평가했다.

한편 이번 조사결과 인공지능돌봄 서비스가 위기대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점도 나타났다.

AI 스피커는 독거 어르신들이 "아리아! 살려줘", "아리아! 긴급 SOS" 등을 외칠 경우 이를 위급 상황으로 인지하고, ICT케어센터와 담당 케어 매니저, ADT캡스(야간)에 자동으로 알려준다. 이후 ICT케어센터에서 위급상황이라고 판단하면 즉시 119에 연계하는 프로세스를 갖고 있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조 모씨(여ᆞ71세)는 지난 6월 새벽 허리가 너무 아파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AI스피커에게 "아리아, 살려줘"라고 소리쳤고, 야간 관제를 맡고 있는 ADT캡스가 긴급 알림 문자를 보고 119에 연계했다.

SKT는 조사 기간 동안 3명의 어르신이 이런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SKT과 행복한 에코폰은 독거 어르신들을 위한 특화 서비스도 개발해 론칭한다는 계획이다. AI 스피커에 적용되는 신규 서비스인 '행복소식'은 행정구청 관내 이벤트를 안내하고, 복약지도 및 폭염∙한파 주의 안내 등에 사용될 수 있다. 아울러 어르신들을 위한 인지훈련 향상 게임을 보라매병원과 함께 개발 중이다.

행복한 에코폰 나양원 대표이사는 "어르신들이 인공지능 스피커를 편리함을 제공하는 보조도구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친밀감을 경험하는 소통 대상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현장에서도 '말을 해줘서 좋다', '든든하다', '자식 같다'는 반응이 많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SKT 이준호 SV추진그룹장은 "빠르게 다가오는 노령화 시대에 대비해,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에 기반한 어르신들의 사용 데이터를 수집∙분석한 결과는 정부와 지자체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효과적인 복지정책을 기획하고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스피커를 활용한 독거 어르신 돌봄의 범위와 수준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