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8일 수석보좌관회의를 통해 "일본 측의 조치 철회와 양국 간의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발표된 뒤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낸 것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국민들의 관심이 워낙 높은 사안이기에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고, 국민들에게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자 하는 측면과 함께 일본을 향한 당부와 양국의 우호관계 훼손을 막기 위해 협의를 촉구하는 말씀을 하신 것"이라고 전했다.
먼저, 문 대통령은 "최근 일본의 무역 제한 조치에 따라 우리 기업의 생산 차질이 우려되고, 전 세계 공급망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 처했다"며 "상호호혜적인 민간기업 간 거래를 정치적 목적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의 조치에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이번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조치는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 이후 벌어진 한일 외교갈등에 대한 보복성이거나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성격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 측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시사될 수 있는 발언을 먼저 했기에 그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은 양국 모두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한국 기업들에게 피해가 실제적으로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저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강대강 맞대응에 나서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청와대는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렇게 해석되기 위해서는 어떤 수준이 됐든 수출규제와 관련된 맞대응이 있어야 한다"며 "지금의 발언은 양국간의 우호관계가 더 이상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는 강력한 촉구의 의미"라고 말했다.
또 그는 "수입제한 조치에 대해서는 당연히 추가적인 조치를 원하지 않는다"며 "일본과의 맞대응으로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위한 촉구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수출 규제 조치를 해제하고 자유무역으로 돌아올 것을 요구하는 원칙을 강조한 것이며, 사태가 커지길 원치 않는다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말이다.
다만, 이날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전례 없는 비상한 상황"이라고 규정하며 총력대응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특히, 문 대통령은 "상황의 진전에 따라서는 민관이 함께하는 비상대응체제 구축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민관이 함께하는 체제의 필요성을 말하는 이유는 민이나 관이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비상대응체제는 현재 구축된 것이 아니기에 추후 변화 상황에 따라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 기업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주말사이 재계와의 만남이나, 검토되고 있는 대통령과 재계의 회동 또한 그 일환"이라거나 "외교적 차원의 해결방안도 주일대사나 NSC 등 면밀히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물론 관계 부처가 모두 나서 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방안을 찾겠다는 뜻이다.
한편, 이 관계자는 아베 총리와 자민당이 '한국이 대북제재 및 무역관리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 대해서는 "명확하게 어떤 부분에 의혹이 있는것지 밝혀야 한다. 다만, 대북제재 결의 관련해서는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조 하에 충실하게 이행되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