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수사지휘권 폐지' 사실상 반대…정부와 대립각?

尹, 어제 청문회서 "검·경 대등한 협력관계" 누차 강조
법조계 "수사지휘권 중요하다는 취지로 답한 것" 해석
'수사지휘권 폐지' 주장한 정부와 향후 마찰 가능성
尹 "영장청구권은 소추 기능과 맞먹어"…'유지' 주장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윤석열(58) 검찰총장 후보자가 수사권조정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사실상 폐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여당과의 마찰이 예상된다.

윤 후보자는 어제(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수사지휘권 폐지 자체에 동의하느냐'를 묻는 백혜련 의원의 질문에 "검·경의 협력관계가 잘 이뤄지는 것이 수직적 지휘의 개념에서보다 형사법집행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협력관계 문화를 가진 미국의 형사법집행 역량이 범죄 대응 역량에 훨씬 뛰어난 것이 실증적"이라며 재차 경찰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겉으로는 검경 양측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 같지만, 검찰이 수사지휘권으로 경찰을 견제하는 기능 자체는 지금처럼 계속 유지해야한다는 대전제가 깔린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 검찰 관계자 역시 "경찰과 대등한 위치에서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하자는 건 결국 수사지휘권 폐지가 아니라 오히려 수사지휘권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답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부·여당이 만든 현재 수사권조정안에는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 기능을 폐지하자는 방향의 내용이 들어있다.

따라서 전날 윤 후보자가 수사권조정 법안 내용과 미묘하게 엇갈리는 입장을 밝히면서, 향후 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부·여당과 갈등을 빚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 후보자는 강제수사 부분인 '영장청구권' 역시 검찰이 계속 그 기능을 유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의 본질 기능은 소추 기능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강제수사 영장청구라는 것은 소추에 준하는, 한번 해보고 아니면 말고 식이 아닌 기소가 확실한 경우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수사과정에서 검·경이 충분히 의견 조율은 하겠지만, 기소에 대해 검·경 의견이 다를 경우 궁극적으로 소추권자인 검사의 의견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윤 후보자는 경찰에 '1차수사종결권'을 부여하자는 현 수사권조정안에 대해서도 "종결권 부여 여부보다 부여하면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가 문제"라며 세부적인 내용을 지적했다.

그는 "검찰 내부에서 시정조치를 요구하면 (중략) 그에 대한 검·경이 의견 차이 보이고, 명확하지 않으니 서로 이견을 좁히는데 시간도 많이 걸린다"면서 "시효가 짧은 선거범죄처럼 한정된 시간 내 사건을 마무리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를 제기했다.

다만, 대등한 협력관계가 전제된다면 중요한 사건은 검·경 같이 들여다보고, 일반 사건은 경찰에 종결권을 부여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입장도 밝혔다.

윤 후보자가 향후 논의에서 "전문가로서 좋은 법이 나올 수 있도록 충분히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국회에서 충돌 없이 국민들을 설득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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