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멸종위기종 대왕조개 채취와 취식으로 논란이 된 SBS 예능 '정글의 법칙' 파문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대왕조개를 채취한 배우 이열음에 대한 태국 경찰에 대한 고발이 이뤄진 데다, 제작진이 태국 정부에 보낸 공문까지 공개되며 '정글의 법칙' 팬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방송된 '정글의 법칙 in 로스트 아일랜드'에서는 태국 남부 꺼묵 섬에서의 생존이 그려졌다. 이 과정에서 출연진들은 사냥을 위해 바다로 나섰고, 이열음이 대왕조개 채취에 성공, 이를 취식하는 모습이 방송됐다.
이후 태국 언론에서 '정글의 법칙 in 로스트 아일랜드' 출연진이 태국 촬영 중 멸종위기종으로 보호 대상인 대왕조개를 채취해 먹는 장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태국 핫차오마이 국립공원 측에서 대왕조개를 채취한 배우 이열음 씨를 국립공원법과 야생동물보호법 위반 두 가지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에 이열음의 소속사 열음엔터테인먼트 측은 8일 CBS노컷뉴스에 "아직 태국 당국으로부터 직접적인 이야기를 들은 바는 없으며, 우리도 상황 파악 중"이라며 "추가적인 내용은 '정글의 법칙' 제작진에게 확인을 해달라"라고 전했다.
멸종위기종에 대한 채취 및 취식 논란이 불거지자 '정글의 법칙' 제작진은 현지 공기관(필름보드, 국립공원)의 허가 하에 그들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촬영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추가 입장을 내고 "태국 대왕조개 채취와 관련, 현지 규정을 사전에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고 촬영한 점에 깊이 사과드린다"라고 사과했다.
'정글의 법칙' 제작진은 현지 규정을 숙지하지 못했다고 밝혔으나, 타이 피비에스(PBS) 등 태국 현지 매체가 7일(현지시간)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정글의 법칙' 제작진은 지난 3월 17일 태국 관광스포츠부에 보낸 공문에서 "태국에서 사냥하는 모습을 촬영하거나, 방송으로 송출하지 않겠다"라고 명시했다. 해당 문서에는 '정글의 법칙' 연출자 조용재 PD의 이름과 서명이 적혀 있다.
이처럼 제작진의 부실한 초기 대응으로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프로그램에 대한 여론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출연진에 대한 고발이 진행되고, 제작진의 서명이 담긴 문서까지 공개되자 '정글의 법칙' 팬들도 프로그램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8일 새벽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정글의 법칙 갤러리'에는 프로그램 폐지를 촉구하는 성명문이 올라왔다.
'정글의 법칙 갤러리' 측은 "제작진이 현지 규정을 사전에 충분히 숙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태국 현지 매체가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제작진은 이미 '태국에서 사냥하는 모습을 촬영하거나, 방송으로 송출하지 않겠다'도 명시된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라며 ""이는 태국 당국과 맺은 계약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국가의 명예를 실추시킨 '정글의 법칙' 제작진을 규탄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글의 법칙 갤러리'는 "제작진의 안일한 시각에서 비롯된 무책임한 행동들이 배우 한 사람(이열음)에게 치명적인 이미지 손상을 야기했고, 태국 당국으로부터 소환돼 처벌받을 위기에 처했다"라며 "'정글의 법칙'은 이미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없는 예능프로그램이 됐고,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외교부에서는 해당 배우의 신변 보호에 특히 신경 써 주길 바란다"라며 "'정글의 법칙' 제작진은 석고대죄하는 마음으로 반성하고, 향후 태국 당국으로부터 철저히 조사받아 응당 잘못에 대한 죗값을 치르길 바란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