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요진(광주CBS 기자), 왕지연(한국이주여성연합회 회장)
지난해 우리나라에 결혼을 계기로 들어와서 사는 이주 여성은 1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조금 다른 모습의 한국인을 보는 게 이제는 낯설지 않은 상황이 됐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어제 공개된 한 영상이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한국인과 결혼해서 살고 있는 베트남 여성이 남편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는 장면인데 옆에서 두 살배기 아이가 엄마를 부르면서 우는데도 남편의 폭행은 계속됩니다. 이 영상을 잠깐, 잠깐 음향으로 들어보시죠.
소리만 들어도 이게 어떤 상황인지 짐작이 되실 거예요. 이 무자비하게 아내를 폭행한 남성. 경찰은 긴급 체포를 했고요. 피해 여성과 아이는 쉼터로 보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걸로 문제가 다 해결되는 걸까요. 전문가들은 전혀 아니라고 말합니다. 왜인지 하나하나 짚어보죠. 우선 이 사건을 취재하고 있는 광주CBS 박요진 기자부터 연결을 해 보겠습니다. 박요진 기자.
◆ 박요진> 네, 박요진입니다.
◇ 김현정> 이게 언제 어떻게 벌어진 사건인가요?
◆ 박요진> 이번 사건은 지난 4일 밤 9시쯤 피의자인 한국인 남편 36살 A씨와 베트남 출신 아내 30살 B씨가 사는 전남 영암 자택에서 발생했습니다. 평소 남편 A씨는 아내 B씨가 한국어를 쓰지 않고 베트남어를 사용할 때마다 강한 불만을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범행 당일 남편 A씨는 아내 B씨와 함께 법무부 출입국 사무소를 찾아 출입국 관련 업무를 봤는데 A씨는 경찰에서, 출입국 사무소에서 베트남 국적 지인을 만난 아내가 베트남어로 이야기 나누는 모습에 화가 났다고 진술했습니다. 이후 집에 돌아와 소주 3병 정도를 마신 남편은 자신이 가져다달라는 물건을 아내가 갖다 주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아내 B씨를 손과 주먹 등으로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기 시작했습니다.
◇ 김현정> 가져다달라는 물건이 있는데 가져다주지 않았다?
◆ 박요진> 네.
◇ 김현정> 그런데 이 영상, 아내가 찍은 영상을 보면 “내가 치킨 시켰는데 왜 자꾸 음식을 만드느냐, 음식 만들지 말랬잖아.” 이런 게 나오던데.
◆ 박요진>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낮에부터 불만이 컸던 상황에서 하나하나 폭행을 위한 빌미를 만들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이 폭행 영상은 베트남인 아내가 촬영을 한 겁니다. 촬영한 내용을 지인에게 보냈고 이 지인이 그걸 보고 놀라서 경찰에 신고를 하면서 알려지게 된 건데 이 베트남인 아내. 어떻게 촬영을 결심하게 됐다고 해요?
◆ 박요진> 피해자인 아내 B씨는 남편이 술을 마시면 자신을 위협하거나 폭행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에 큰 두려움을 느꼈다고 합니다. 지난 4일 낮에도 자신에게 화를 낸 남편이 술을 마시자 오늘도 폭행을 당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휴대전화로 촬영을 결심하게 된 겁니다. 무엇보다 얼마 전 두 돌이 지난 아들이 울면서 지켜보는 상황에서 폭행을 지속하는 모습에 많은 분들이 분노를 느꼈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폭행. 이제 표면적인 이유는 갖다달라는 물건을 안 갖다줬다. 베트남말을 자꾸 썼다. 이런 거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 다른 원인이 있을 거라고 짚이는 것도 있습니까?
◆ 박요진> 피의자인 남편과 피해자가 실제 가정을 꾸려 산 시간은 채 한 달도 안 됐습니다. 아내 B씨가 지난달 16일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후 함께 살기 시작했기 때문인데요.
◇ 김현정> 아니, 지금 그런데 아이가 두 돌이 지난. 그러니까 한국 나이로 3살 된 아이가 있던데 베트남 아내가 들어온 게 며칠이 안 됐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 박요진> 일단 두 사람이 만난 것은 2016년 이전인데요. 2016년도에 아이를 갖게 됐고 혼자 베트남으로 건너간 아내가 2017년도에 출산을 하게 됩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가 생긴 거군요, 과거에.
◆ 박요진>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베트남에 가서 출산을 하고 거기서 키우고 있었던 거예요, 혼자?
◆ 박요진> 네. 혼자 키우게 됐고 그 이후에 남편 A씨가 아내에게 연락을 한 뒤에 자신의 친자라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 지난 3월 혼인 신고를 했고 지난달에 한국에 들어와서 함께 살게 됐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같이 산 게 채 한 달도 안 된다?
◆ 박요진>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채 한 달도 안 되는 시간을 같이 살면서도 폭행이 여러 번 있었다는 얘기예요.
◆ 박요진> 일단 최소 경찰은 두 차례 이상 폭행이 발생했다고 지금 확인했는데요.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남편 A씨는 아내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A씨는 경찰에 긴급 체포된 이후 폭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폭행을 당한 이유는 자신이 아닌 아내 B씨에게 있다는 그릇된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평소 자신에게 말대꾸를 한다거나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등 살림을 제대로 하지 않아 아내가 맞을 만한 행동을 했다는 입장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지금도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거예요? 맞을 짓을 해서 때린 거다?
◆ 박요진> 네, 그렇습니다. 상식적으로 맞을 만한 행동이라는 건 없는데 아내가 빌미를 제공했다. 그래서 자기는 폭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으로 추정됩니다.
◆ 박요진> 지난 5일 오전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일단 이주여성보호센터 등을 통해 아내 B씨와 아이를 남편 A씨와 격리하고 보호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리고 이미 동영상 등을 통해 경찰이 사건의 핵심 증거를 확보한 상황에서 남편을 긴급 체포했습니다. 일단 경찰은 특수 상해와 아동 복지법을 위반한 혐의로 A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한 상황인데요. 아내에 대한 폭행이 상해를 입힐 정도로 심각했고 두 돌이 갓 지난 아들 앞에서 무차별적으로 폭행을 진행한 점은 아동 복지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계기가 됐습니다.
◇ 김현정> 지금 그 아내와 베트남인 여성과 아이는 쉼터에서 보호하고 있고 남편은 수사받고 있는 상황. 여기까지 박요진 기자, 다른 새로운 내용이 들어오면 바로 알려주세요.
◆ 박요진>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광주CBS 박요진 기자를 먼저 만나봤습니다. 그런데요. 저희가 어제 전문가들과 접촉을 하면서 좀 놀란 부분이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이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놀라운 영상을 보고도 놀랄 일이 아니라고 하는 이유는 뭔지 직접 들어보죠. 한국이주여성연합회 왕지연 회장 연결이 돼 있습니다. 왕 회장님, 나와 계세요?
◆ 왕지연>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회장님도 이주 여성이시라고요?
◆ 왕지연> 네, 저도 한국 이주 온 지 17년 넘었거든요.
◇ 김현정> 어느 나라에서 오셨습니까?
◆ 왕지연> 저는 중국에서 왔습니다.
◇ 김현정> 중국에서 오신. 그래요, 그런데 어제 저희 제작진한테, 화는 나지만 놀랄 일은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다던데 이게 무슨 말입니까?
◆ 왕지연> 그만큼 저희 주변에서 지금 이런 일이 번번이 일어나고 있는 거고요. 이번에 그분이 그래도 똑똑한 편이니까 이렇게 (영상을) 공개를 했고요. 가끔씩 저한테도 얼굴에 피가 묻은 사진도 오고요. 남편한테 진짜 폭력 아니더라도 정서적인 학대도 많이 받고 있다는 상담도 많이 오고요.
◇ 김현정> 정서적인 학대.
◆ 왕지연> 그런데 신고조차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 김현정> 왜요?
◆ 왕지연> 첫 번째는 한국에 입국한 지 얼마 안 되신 분들이 신고하는 절차를 몰라요.
◇ 김현정> 몰라서 못 하고.
◇ 김현정> 아, 벌금형이 남편한테 내려지지만 그거 결국은 가정의 돈으로 내야 되는 거니까.
◆ 왕지연> 그렇죠, 그렇죠. 그래서 신고 철회하는 경우도 많고 또 가장 큰 문제는 2차, 3차 피해 일어날 수 있으니까 그게 두려워서 신고 못 하는 경우도 많고요.
◇ 김현정> 그 얘기는 남편이 가벼운 처벌받고 다시 가정으로 돌아올 때 혹은 벌금만 내고 다시 살아야 할 경우에 2차, 3차 가해가 또 벌어진다?
◆ 왕지연> 어차피 내가 신고해도 그 정도 처벌밖에 안 되니까 남편은 고쳐지지 않으니까 아이를 위해서 계속 한국에서 살아야 되거든요. 솔직히 저희도 국제 결혼하면서 더 나은 환경에서 살고 싶었거든요. 특히 아이가 있는 경우, 다문화 가정 엄마들이 오히려 아이를 낳고 나서 내 뿌리를 한국에서 뿌리를 내렸다고 생각해요.
◇ 김현정> 뿌리 내렸다고 생각해요.
◆ 왕지연> 쉽게 아이를 버리고 나가거나 그런 경우는 많지 않거든요. 그래서 진짜 이혼까지 가게 되면 이제 체류 문제가 가장 큰 문제가 되고요.
◇ 김현정> 이혼하게 되면 한국에서 살 수 없고 돌아가야 되는 상황. 거기에 대한 불안함.
◆ 왕지연> 그런 경우 많고 여기서 국적, 체류권을 갖지 않으신 분들. 또 한 가지는 저희는 외국인 신분이기 때문에 양육권 관련 판결에서도 (많은 경우에) 양육권을 주지 않더라고요.
◇ 김현정> 양육권을 주지 않는다, 이혼할 때.
◆ 왕지연> 네. 그래서 저희를 보호해 주는 법이 별로 없어서 폭행을 당해도 참고 사는 경우 가장 많습니다.
◇ 김현정> 체류권이라고 지금 표현하셨는데 그러니까 이게 한국 국적, 한국 국적을 얻는 거는 몇 년이나 지나야지 가능한 건가요?
◆ 왕지연> 2년 뒤부터 이제 사회통합시스템도 몇 단계를 통과하고 나서 가능하거든요.
◇ 김현정> 그러니까 한국 남성과 결혼해서 산다고 해서 그때부터 바로 국적 획득이 아니라 최소 2년 체류를 하고 그 후에도 여러 가지 테스트를 봐야지 귀화가 가능한 거군요.
◆ 왕지연> 네.
◇ 김현정> 그전에 이혼하게 되면 돌아가야 되는 상황, 머무를 수 없는 상황.
◆ 왕지연> 100%는 아니지만 그걸 잘 모르니까 그거 가지고 우리를 협박하거나 이런 경우가 많거든요. 시집와서 솔직히 한국에서 멋지게,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본국 가족들한테 보여주고 싶거든요. 오자마자 이혼하고 이런 거 본국에 있는 식구들한테도 상처를 주는 거고 또 한 가지, 아이도 걸린 문제니까. 그래서 이혼 같은 것도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 거군요. 그러저러한 이유들이 다 복합적으로 엮여서 이런 일을 당하고도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지금 말씀 듣고 보니까 이번에 피해당한 여성도 남편이 보나마자 가벼운 처벌밖에 안 받게 될 거예요, 법으로 보면. 가벼운 처벌받고 돌아오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되는가. 지금이야 쉼터에서 머문다지만 쉼터에서 아이 데리고 평생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 이혼할 여건도 안 되고 걱정이 되겠습니다.
◆ 왕지연> 그래서 저희가 그거 보고 앞으로 2차, 3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법을 아직까지 저희도 찾지 못했거든요. 어제도 회의를 열었는데.
◇ 김현정> 뾰족한 대안이 없어요.
◆ 왕지연> 대안이 없어요. 그래서 저희한테 뭐 동정심을 주는 것보다 정말 제대로 된 울타리를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한 가지는 저희 사회통합시스템에 들어가서 교육을 받아요, 이주 여성들이. 남편들한테도 좀 인권 교육, 이런 가정 폭력 방지 이런 교육들을 좀. 저희한테만 교육하지 말고.
◇ 김현정> 남편들에게도.
◆ 왕지연> 제대로 된 법적인 교육. 그렇게 받았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그분들도 모를 수도 있잖아요, 그렇죠.
◇ 김현정> 그렇죠. 국제 결혼을 하게 되는 경우라면 기본적으로 받아야 되는 어떤 인권 교육 같은 게 바탕이 됐으면 좋겠다.
◆ 왕지연> 와이프한테 그런 행동 아니면 언어적 학대 말아야 한다든지 또 처벌을 받을 수 있다든지 그런 교육도 해야 되고 그다음에 그런 법을 또 만들어줘야 되고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도록 하죠. 고맙습니다.
◆ 왕지연>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지금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베트남 아내 폭행 사건에 대해서 하나하나 짚어봤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