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성폭력 여전…"너 페미지?" 거세진 낙인찍기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주최 '2019 성평등주간 기념 오픈 컨퍼런스'
[혐오와 차별을 넘어, 변화를 위한 시작-성평등 대학에서] ②
대학생들은 '성평등 대학' 위해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성평등 대학에 관한 101개 아이디어'
대학생과 청년들이 말하는 성평등 대학의 조건
백래시·성폭력에 대한 문제 제기
대학 내 구성원의 역할과 방향에 대한 논의도
대학생·청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해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주최 '2019 성평등주간 기념 오픈 컨퍼런스-혐오와 차별을 넘어, 변화를 위한 시작: 성평등 대학에서' 포스터. (사진=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제공)
2015년 페미니즘 리부팅 이후 대학은 페미니즘 활동의 중요한 공간이 됐다. 그러나 대학 내 미투 운동이 무색하게 대학 내 성폭력은 여전하다.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의 성폭력 사건은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세대 총여학생회 폐지로 서울지역 총여학생회가 모두 사라진 것은 성평등과 페미니즘에 대학 '백래시'(backlash, 페미니즘 등 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한 반발 심리)가 거세졌음을 반증한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주최로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1층 국제회의장에서 '2019 성평등주간 기념 오픈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날 오픈 컨퍼런스에는 성평등 대학 실현에 관심 있는 대학생과 청년 활동가 등이 모여 '성평등 대학에 관한 101개의 아이디어'를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직접 생활하거나 대학의 '성평등' 실현을 바라는 청년들은 여전히 대학 내 성평등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성평등 활동의 제도적 기반이 약해진 상황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대학이라는 공간이 '성평등'한 곳이 되길 바라는 이들은 과연 대학과 우리 사회를 향해 어떤 목소리를 냈을까. 대학과 교수, 학생들, 그리고 대학을 바라보는 우리들이 한 번쯤 돌아보고, 귀 기울이고, 고민해 봐야 할 지점들을 소개해 본다.

다음은 그룹별 토론을 통해 나온 정리된 내용의 일부이다.


◇ 대학 내 '백래시'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대학 내 백래시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학과 활동 등에서 여학생은 배제되고 페미니즘 단체에 대한 비난과 공격이 잦다. 개인에 대해 '너 페미니스트지?', '너 메갈이지?'라며 낙인을 찍는다거나, 관련 대자보를 훼손하는 일도 있다. 해결 방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지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대학 간 페미니즘 단체들의 연대체가 필요하다. 만들어지면 좋겠다. 한 가지 더해 재학생과 졸업생이 연대할 수 있는 단체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 학생자치로 어떻게 성평등을 이룰 수 있을까

"학생자치로 어떻게 성평등을 이룰 수 있을까. 총여학생회는 왜 필요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총여학생회는 총학생회에 대응할 수 있는 독립적 기구이자, 총학생회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는 기구다. 총여학생회는 학내 성폭력 문제를 가시화할 수 있고, 문화적으로 공동체 차원에서 가해자를 벌할 수 있다. 또한 남녀 문제를 넘어 소수자 문제에도 관심을 갖는다. 학내 성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성평등 문화를 이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총여학생회가 필요하다. 총여학생회는 여성만을 위한 기구가 아니라 성평등 문화를 위한 곳이다.

그리고 동아리·자치기구 내에서도 문화 개선이 필요하다 사회, 노동 등 권력 관계 속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사회 전반적인 문제인 만큼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사진=자료사진)
◇ 대학 내 성폭력은 왜 발생할까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대학 내 성폭력은 왜 발생할까. 의식 부재가 첫 번째라고 생각한다. 성인지 감수성이 없고 젠더의식이 부족하다. 그래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발생하고, 남성들이 자신을 '잠재적 가해자'라 하지 말라는 논쟁이 있을 만큼 문제가 심각하다.

성교육의 문제도 있다고 본다. 성적인 이야기를 배제하고 성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성에 대해 터부시하고 개인의 문제로만 보는 시선, 가해자만 교육하면 된다는 인식이 있다. 잘못된 여성관으로 여성을 품평하고 객체화하는 것, 애정표현과 성추행을 구분 짓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결국 남성 중심적 대학 문화가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여성 연대의 공간이 부족하고, 나이와 학번에 따라 서열이 생기고 권위가 생긴다. 남성 공동체 안에서 새로운 생각을 가지기 힘든 구조가 문제다. 대학 밖 사회 자체가 불평등하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기 때문에 학교를 떠나서도 문제가 있다.

그러면 무엇이 필요할까. 대학 내 페미니즘 교육이 필수화되어야 한다. 학교 내 여성학 교양 수업이 증가할 필요가 있다. 감수성, 행위, 관계 등에 대한 체계적인 성교육도 필요하다.

그렇다면 학생 사회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여성 연대 공동체의 활성화, 총여학생회를 뛰어넘어 피해 예방에 대해 공동으로 노력하는 연대가 생겨야 한다. 젠더 관련 기구도 설치되어야 한다.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학교 안에서 전폭적인 지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성학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인권센터에 있어야 한다.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대학끼리 연대하고 안전하게 토론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고, 권위 있는 여성의 존재가 필요하다."

◇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문제

"'에브리타임'이라는 익명성이 보장되고 자체 필터링 기능이 없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다. 일명 '에타'(에브리타임의 줄임말)의 특징은 '익명 온라인 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혐오와 차별의 표현을 쉽게 사용한다. 혐오가 곧 유머로 소비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자정이 불가능한 상태다. 어느새 여론몰이의 장이 되고, 정치세력화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플랫폼 수정 요구가 가장 중요하다. 에타 관리자는 학생들의 자정 작용을 믿기에 플랫폼 수정을 안 하겠다고 한다. 문제를 공론화 하고, 대학 문화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 공론화해야 한다.

혐오를 유머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온라인 공간의 상황은 타인에게 전달됨에도 그걸 하나의 사회로 인식을 못 하고 있다. 온라인 공간 사용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연세대와 동국대 총여학생회(총여)와 성균관대 총여 재건 단체 등 관계자들이 지난 1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최근 총여 폐지 흐름과 관련한 '백래시'(페미니즘 등 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한 반발 심리) 규탄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대학 내 성평등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

"대학 내 성평등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 인권센터에 가면 심리학 박사가 앉아 있다. 성폭력에 대해 잘 모른다. 인권센터 고용 형태도 문제다. 대부분 비정규직인데, 계약 기간 동안 학교 구조를 인식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교수님들은 잘하고 계시는가. 교수님들의 혐오 발언을 들었을 때 이걸 해결할 주체가 불분명하다. 반성폭력 교육이 실행되고 있지만 교육의 질 자체가 강사에 따라 달라진다. 학생회는 얼마나 기능하고 있나. 학생 공동체가 사라지고 있다. 민주주의와 다수주의를 쉽게 헷갈린다. 대안적인 공동체가 필요하다."

◇ 성폭력 발생 시 학내 구성원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성폭력 발생 시 학내 구성원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일반 학우들은 가해자에 대한 태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피해가 존재하고 가해자가 존재하는데, 학우들의 태도가 자칫 피해자에게 '공동체가 나를 지켜주지 않는구나', '연대하지 않고 있구나'라고 느끼게 만들 수 있다.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공동체 차원의 해결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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