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 차질 등 1차적 피해는 한국 업체들이 입을 가능성이 있지만 한국에 부품을 수출하는 일본 수출 업체들 역시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다 혹시라도 무역분쟁이 장기화돼 국내 경기에 악영향을 줄 경우 국내 자본시장에 투자한 일본 투자자들의 이익 감소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총 상장주식 보유액은 532조 4,43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일본 투자자의 상장주식 보유 비율은 전체의 2.3%, 보유액은 12조 4710억원에 이른다. 일본이 전체 외국인 투자자 가운데 8번째로 많은 돈을 한국에 투자하고 있는 것.
상장채권의 경우 각 국가별 보유현황이 공개되지 않아 일본 투자자의 정확한 투자액을 알 수는 없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상장채권 총 보유 규모(119조 2천억원)를 고려했을때 2~3조 가량을 일본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또,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외국인 투자자는 4만 7319명이며 이 가운데 일본 국적 투자자는 2807명으로 전체 투자자의 6%에 이른다.
여기다 일본 자본이 대주주로 국내 자본시장에서 직접 '선수'로 뛰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SBI저축은행, JT친애저축은행, JT저축은행, OSB저축은행 등 4곳은 모두 일본계 저축은행이다.
SBI저축은행은 일본의 종합금융그룹인 SBI홀딩스가 지분 84.27%를 보유한 곳으로 지난해 130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JT친애. JT저축은행 역시 일본계 J트러스트카드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각각 264억원과 17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OSB저축은행도 일본계 자본이 지분 76.77%를 보유하고 지난해 24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이들 일본계 저축은행은 한국 자본시장에서 괜찮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일본 투자자들이 한국의 자본시장과 연결돼 있고 그 결과 일본 투자자들이 한국으로부터 얻어가는 수익도 상당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투자자에게 지급된 투자소득지급액은 총 48억 5330만 달러, 한화로 5조 6807억원에 달한다.
또, 일본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얻어가는 투자소득 규모도 최근 3년간 크게 증가했다. 지난 2016년 지급된 투자소득은 30억 2750만 달러였지만 지난해에는 40% 가까이 늘었다.
이처럼 일본 투자자들이 한국 자본시장에서 큰 돈을 굴리고 있는 상황에서 중요 무역 대상국인 일본과의 무역분쟁이 한국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 이들 투자자들 역시 손해를 볼 수 있다.
특히, 이번에 일본이 타깃으로 삼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산업의 경우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1/4 가량으로 그만큼 일본 투자자들의 투자 비중도 높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일본의 무역보복은 단기적으로는 한국 반도체 산업을 혼란에 빠뜨릴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전으로 갈 경우 일본 투자자들 역시 주가하락으로 인한 손실, 배당액 감소 등을 감수해야만 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국내 산업이나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혹시나 무역분쟁이 장기전으로 갈 경우 일본의 제조업은 물론 한국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도 일정부분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