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4일 오후 2시 23분쯤 서초구 잠원동 신사역 근처에 위치한 지상5층·지하 1층짜리 건물이 철거 중 무너져 인근 차량 3대를 덮쳤다.
이 사고로 차량 안에 있던 20대 여성 1명이 숨지고 3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현장에서는 사고 전날부터 건물 붕괴 징후가 보였다는 목격담이 나왔다. 이 건물은 1996년 '근린생활시설'로 지어져 지난달 29일 철거가 시작돼 오는 10일 완료예정이었다.
인근 주민 김모(34)씨는 "인근 아파트에 살던 아주머니가 어젯밤에 시멘트 조각이 떨어지고, 건물이 '배불뚝이'처럼 휘는 것을 목격했다고 하더라"면서 "나도 건물 무너지고 나니 뭔가 훅 올라와서 보니까 시멘트 가루인 걸 알았다"고 말했다.
인근에 사는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평소 다닐 때 숨을 막고 뛰어가야 할 정도로 먼지가 많이 날렸다"며 "사실 대도시에서 신사쪽이면 번화가인데 먼지가 사람이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날린건데 이건 안전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고 공사를 서둘러서 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이 건물이 무너지는데 단 '10초'정도 걸렸다고 공통되게 증언하는 것도 부실공사일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현장에 나온 구청 관계자는 "기존에 위험 관련 민원이 접수된 바는 확인이 안 되며, 철거과정에서 무너졌기 때문에 위험건물로 등록돼 있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초구청은 철거 전에 이 건물에 대한 안전 심의를 재심사 끝에 통과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구청 관계자는 안전 심의에 대해 "1차 심의 때 저희가 부결했는데, 2차 심의 때 보완해서 심의를 통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안전조치가 미비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이번 사고로 4시간만에 구조된 20대 여성이 끝내 숨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여성 A씨(29)는 동승자 B(31)씨와 차량에 타고 있다가 건물 더미에 깔린 뒤 사고발생 4시간만인 오후 5시 59분쯤 가까스로 함께 구조됐다. 하지만 병원으로 옮겨진지 35분여만에 숨졌다. 두 사람은 약혼한 사이로 알려졌다.
다른 차에 타고있던 60대 여성 2명도 비교적 가벼운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구조당국은 두 사람이 탑승한 차량 위에 떨어진 구조물이 무게가 많이 나가 구조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인근 CCTV를 분석하고, 구조견을 투입해 추가 사상자 여부를 파악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장 수습 작업을 마치는대로 관계자들을 불러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