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볼모" vs "응원한다" 여론 갈린 파업…유종의 미 거둘까

학교 비정규직의 사흘 파업 마지막 날…연장 여부는 오후에 발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파업 이틀째인 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급식 대신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기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이 급식‧돌봄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는 5일 '호불호' 여론이 극명하게 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정된 파업 일정은 3일 차인 이날까지지만, 노동자들은 교섭에 나서는 교육 당국에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요구하며 파업 '연장'에도 나설 수 있다는 의지를 밝혔다.

우선 파업 여파로 단축 수업이나 빵과 우유 등 대체 급식이 제공된 학교 현장에서는 아쉬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울 중랑구의 한 초등학교에 자녀를 마중나왔던 엄마 이모(42)씨는 "엄마들이 다들 난리였다"며 "돌봐줄 엄마가 없는 애들은 또 어디로 가나 싶은데, 이런 상황을 누가 좋아하겠냐"고 토로했다.

"급식이 안 나온다고 해 하던 장사도 잠시 멈추고 아이를 데리러 왔다"고 한 초등학생 아빠 이모(57)씨나 "어른들의 이익을 위해 아이들이 볼모가 된다는 게 너무 속상하다"는 할머니 고모(62)씨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노조는 "이대로라면 파업을 연장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파업 자체가 "교육공무직에 대한 차별의 심각성이나 사용자인 교육 당국이 교섭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에 문제 해결의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인 데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민주노총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학교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정규직화가 국정과제로 내세워진 상황에서도 '비정규직 종합백화점'이 된 학교의 현실이야말로 진짜 대란"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파업에서는 학생이나 학부모, 교육 현장의 동료 정규직 교원 공무원들의 응원도 계속됐다"며 실제 현장에서 '불편해도 괜찮다'는 피켓, '응원한다'는 포스트잇 등의 메시지가 노조 측으로 전해졌다고 밝혔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파업 여파로 돌봄‧급식 등이 중단된 학교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

서울 중랑구의 한 초등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 백모(40)씨는 "파업으로 인한 불편도 있지만, 열악한 환경에 놓인 분들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며 "그분들이 정규직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나쁜 마음은 안 든다"고 말했다.

아들이 집에 두고 간 도시락을 들고 온 학부모 김모(50)씨 역시 "저 역시 시간제 근로를 하는 입장에서 학교 노동자분들에게 마음이 간다"며 "오래 근속하신 분들에게 혜택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교섭에서 이견을 보인 교육당국과 노조의 간극은 아직까지도 팽팽한 상황이다.

교육부는 전날 박백범 차관과 17개 시도교육청 부교육감이 영상 회의를 통해 "성실한 노사 협의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부합하는 합리적인 임금 체계를 만들자고 의견을 모았다"며 "재정여건 등을 감안해 오는 9일 예정된 교섭에서 조금이라도 실마리를 풀 수 있도록 노조 측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합리적인 수준'과 '소통 노력'은 파업 전에 보인 입장과 똑같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며 "저희 역시 여러 사정을 고민하고 있는데, 이날 오후쯤에야 파업 연장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1만 584개 국공립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의 이날 파업 참여자의 수는 1만 3196명으로 예측된다.

파업 1일 차인 지난 3일 2만 2004명과 2일 차인 전날 1만 7342명에 비해 각각 8800여 명, 4100여 명이 줄어든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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