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완전한 核폐기' 대신 '核동결'로 전략 수정?

美 인터넷 매체 "비건, 'WMD 완전한 동결 원한다'고 발언"
트럼프 행정부 부인에도 보도 잇따라...대선전 核동결 목표 가능성
北의 '단계적 합의'와는 여전한 간극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사진=연합뉴스)
북미 및 남북미 판문점 정상회동을 계기로 미국의 비핵화 협상 전략이 '완전한 핵폐기'에서 '핵동결'로 선회하고 있다는 미국 언론들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국무부가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뉴욕타임즈의 연이은 보도를 부인했지만 이 번에는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비보도를 전제로 그같은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2일(현지시간)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비건 대표가 지난달 30일 한국에서 워싱턴DC로 돌아오는 기내에서 "미국은 핵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 대량살상무기(WMD)의 '완전한 동결'(complete freeze)을 원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비건 대표는 이를 비보도(오프더레코드)를 전제로 말했지만 이 매체는 비행기에 동승하지 않아 비보도 요청을 따를 필요가 없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우리가 바라는 것은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의 완전한 동결"이라고 말했다.

또 "동결과 함께 (비핵화) 최종상태에 대한 개념, 그 개념 안에서 북한의 핵 포기를 향한 로드맵을 논의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신 "북한의 조치에 따라 인도적 지원이나 인적 대화의 확대, 양측 수도에서의 주재와 같은 관계개선 조치 등의 양보를 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북녘 땅에서 손 맞잡은 북미 정상(사진=연합뉴스)
앞서 뉴욕타임즈는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새로운 협상에서 미국이 북핵 동결에 만족할 수도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몇 주 전부터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핵 동결’을 첫걸음으로 시작하는 새로운 접근법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비건 대표가 “완전한 추측”이라고 반박하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트위터를 통해 “논의해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고 했지만 뉴욕타임즈는 다음날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고위 관리들이 점진적 접근법을 논의해왔다고 재차 보도했다.

그러나 악시오스가 보도한 비건 대표의 'WMD 동결' 발언은 뉴욕타임즈 보도와는 분명하게 결이 다르다.

비건 대표가 기내에서 했다는 발언은 비핵화의 최종상태(end state)와 거기에 이르는 로드맵에 대한 포괄적 합의를 전제로 우선 WMD 동결에 동의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궁극적인 목표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지만 한 번에 이 목표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중간 단계로 핵동결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동시적· 병행적' 추진을 강조하는 등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합의사항인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에서 핵동결과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등의 동시· 병행적 주고받기가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미국이 비핵화의 첫 조치로 핵동결을 제시하더라도 북한이 이를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현 단계의 신뢰수준에 비춰 우선 영변 핵시설 폐기와 상응조치를 맞바꾼 뒤 이행상황을 확인하면서 단계적으로 합의하고 이행해 가자는 '단계적 동시행동'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건 대표의 발언 내용은 또 지난 2월말 하노이 회담을 앞두고 미국 고위 당국자가 밝힌 협상 의제인 비핵화 개념, 로드맵, WMD동결과 같은 내용이기도 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3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강경화 외교부장관도 3일 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 변경 여부에 대해 "미국의 전략 변화는 없다고 믿고 있다"며 "이 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서도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목표를 공유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완전한 핵폐기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동결이 있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뉴욕타임즈 등에서 (목표를 수정했다는) 기사가 나온데 대해 의아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앞서 지난 3월 국회에서도 "미국이 (하노이 회담에서) 요구한 것은 (핵)폐기가 아니고 모든 핵·미사일·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의 동결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는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하는 과정에 WMD의 동결은 한 단계로서 늘 상정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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