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북 목선' 경계실패 사과했지만 축소·은폐 의혹 해소 한계

사건 발생 직후 대응방안 논의한 군수뇌부 대책회의 조사 안 돼
군 입장 "국민 눈높이 고려 못하고 안이하게 판단"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 전 대국민 사과 후 자리를 뜨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정부가 3일 북한 소형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과 관련한 합동조사 결과를 내놨으나 제기된 의혹들을 해소하기에는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날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브리핑을 열고 "군부대들의 경계근무태세 등에서 문제가 있었지만 사건 자체를 축소 은폐하려는 시도는 없었다"는 내용의 합동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인 사건 축소·은폐 의혹은 정부의 해명에도 명확히 해소되지 않았다.

군이나 정부가 북한 목선이 이미 삼척항에 들어와 정박했다는 사실을 인지해 심각한 경계실패라는 것을 인식했으면서도 삼척항 인근에서 표류하는 북한 목선을 발견한 것처럼 발표한 것인지가 핵심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는 지난 15일 사건보고를 받은 뒤 합참 지하벙커에서 사건조치와 언론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고 이후 이틀 뒤에 국방부(합참 공보실장)가 사건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삼척항 인근에서 표류하는 북한 목선을 발견했고 군은 정상적으로 경계작전 임무를 수행해 전반적으로 경계태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였지만 이후 북한 목선이 이미 삼척항에 입항했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장관이 사과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정부가 의도적으로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졌지만 정부는 이날 "군이 국민 눈높이를 고려하지 못했거나 안이하게 대처했고, 청와대 안보실이 초기 상황을 공개하지 말자고 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수준으로 해명하는데 그쳤다.

군수뇌부의 대책회의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회의 내용 자체를 조사하지는 않았지만 이후 장관이나 합참의장 등이 내린 지침 등은 파악한 바 있다"고 말했다.

군 수뇌부가 사건이 엄중하다고 보고 대책회의를 했으면서도 군의 경계에 이상이 없었다거나 이미 부두에 접안한 배를 인근 해상에서 발견한 것처럼 밝힌 경위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

정부는 "삼척항 인근 표현은 군이 군사보안적인 측면만 고려하여 국민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깊이 생각하지 못한 점이 있다"고 밝혔다.

합참이 첫 브리핑 때 잘못된 사실을 발표한 과정에 청와대 안보실이 직·간접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남아있다.

정부는 "15일 당시 상황을 군은 공개하자고 했는데 안보실이 공개하지 말자고 했는지를 확인한 결과, 안보실이 초기상황을 공개하지 말자고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 내부적으로 여타 군사상황과 같이 사실관계 위주의 1보를 신속히 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내부 논의를 거치면서, 이 사안은 대북 군사보안과 연계된 사항이기 때문에 정부 매뉴얼에 따라 안보실, 국정원, 해경, 통일부 등 유관기관과 협의하여 해경에서 사실 위주의 1보를 내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안보실에 근무하는 행정관이 17일과 19일 국방부 브리핑에 참석한 것에 대해서는 "해당 행정관이 국방부 관계관들과 어떤 협의나 조율을 한 사항은 일체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북 및 안보관련 중대 사안에 대해서는 국방부나 합참이 청와대와 조율하는게 당연해 향후 진행될 수 있는 국정조사에서 핵심 논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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