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홍콩의 반정부 시위에 대해 "나는 그들의 대부분은 민주주의를 원한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불행히도 일부 정부는 민주주의를 원하지 않는다"며 중국 정부를 겨냥했다. 이어 홍콩에서 발생한 폭력사태에 대해서는 "안타깝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국무부는 홍콩 정부가 범죄 용의자를 중국 본토로 송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범죄인 인도법 개정을 추진하는데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10일 성명에서 법 개정에 대한 미국 정부의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시 주석이 통일 대상으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타이완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내년 총통선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홍콩 시위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 대한 타이완 국민들의 불신이 높아지면서 친중 정당인 국민당에 대한 지지가 하락하고 반중 정당인 집권 민진당과 차이 총통에 대한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모양새다. 차이 총통은 이같은 지지를 바탕으로 카리브해 우방 순방길에 미국 뉴욕을 경유하기로 하는 등 거침없는 반중행보를 보이고 있다. 1일 홍콩 반환 22주년 시위 행렬에서는 타이완의 청천백일기를 지참한 타이완인 시위대의 모습이 발견되기도 했다.
서방 언론들도 홍콩의 시위가 시 주석의 정치적 영향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 시작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일(현지시간) “홍콩의 확산하는 시위가 시진핑의 독재적인 통치에 대한 개인적인 도전을 불러왔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지금까지 홍콩의 시위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왔지만 시위 규모가 확대되면서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렵게 됐다는 설명이다.
가디언은 홍콩 시위에 시 주석이 계속 개입하지 않을 경우 시 주석의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시 주석이 직접 개입할 경우 강력한 권한을 감안할 때 30년 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때와 같은 유혈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지난 1989년 톈안먼 광장에서 학생과 시민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이자 중국 공산당 정권은 탱크를 동원한 무력으로 진압해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했다.
이런 우려와 관련해 중국과 홍콩 반환 협상의 최종 순간 영국의 외무장관을 지낸 맬컴 리프킨드는 중국이 톈안먼 시위 때처럼 홍콩 시위에 대한 무력 진압에 나설 경우 국내외적으로 중대한 후유증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프킨드 전 장관은 1일(현지시간)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에서 200만 홍콩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온 것은 민주주의와 인권이 아시아에서는 효력이 없는 서방의 개념이라는 시 주석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홍콩이 전투에서는 승리했으나 전쟁에서 승리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위기에 몰린 시 주석이 입법회 점거를 구실로 홍콩 시위대에 대한 본격적인 탄압에 들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리프킨드 전 장관은 중국이 인민해방군을 동원해 홍콩을 점령할 경우 영국과의 관계 악화가 뒤따를 것이며 홍콩의 자치를 보장한 일국양제를 기반으로 한 홍콩반환협정의 폐기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중국이 홍콩의 자유 보장에 대한 약속을 포기할 경우, 영국은 단지 형식상의 항의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홍콩은 중국의 특별행정구이고, 홍콩의 사무는 중국 내정에 속한다"면서 "우리는 관련국들이 홍콩 사무와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반대하고, 강렬한 불만을 표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중국군 당국은 홍콩에 주둔하는 인민해방군 육해공 3군이 연합순찰훈련을 했다고 2일 공개했다.
해방군보는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공식 계정을 통해 지난달 26일 홍콩 인근 해상에서 인민해방군 3군이 군부대의 긴급출동, 임시대응, 연합작전 등 작전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연합훈련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군 당국이 약 일주일 전 훈련 내용을 공개한 것은 홍콩 시위가 과격해질 경우 무력 동원 가능성을 시사하는 경고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