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분계선에서 마주 오는 김정은 위원장을 기다리고 있던 트럼트 대통령은 그와 손을 맞잡고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감격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미국 대통령이 정전상태에 있는 가장 적대적 국가의 영토에 스스럼없이 들어 섰다는 것만으로도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엄청난 진전으로 평가받을만하다
돌발적인 제의로 이뤄진 이 놀라운 만남은 두 지도자의 극적인 성격탓에 이뤄졌지만, 미국과 북한 모두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같은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이후 무력도발을 통해 불만을 표시했지만 '사정거리'를 넘지 않았고, 미국 역시 북한의 미사일을 '발사체'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평가하면서 날선 대응을 자제했다.
그리고 'say hello'정도의 의례적인 인사치레만 해도 만족할 것이라던 트럼프의 기대조차 뛰어넘어 무려 53분동안 이어진 북미정상의 대화는 실질적이고 유효한 회담이 됐다.
인사치레가 회담으로 성과를 낸 것은 두 정상이 두 차례나 직접 만나 신뢰관계를 쌓았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로써 긴장관계로 돌아섰던 북미, 남북관계는 다시 대화국면으로 바뀌게 됐다.
특히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를 끌어들이면서 외세의 개입가능성이 높아졌던 상황이 급반전되면서, 북한과 미국 그리고 남한의 3자구도로 되돌아 온 것은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북미회담의 숨은 공로자는 문재인대통령이라고 할 만하다.
문 대통령은 긴장국면이 이어지면서 '중재자'로서의 역할과 신뢰를 잃어가는 것 같았지만,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이끌어내고, 영변 핵을 시발점으로 삼아야한다는 제안을 하는등 꾸준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
이런 노력과 세 차례나 이어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쌓은 신뢰감이 트럼프의 방한을 계기로 극적인 만남을 이뤄낸 바탕이 됐음이 분명하다.
그래서 군사분계선을 넘기 직전 문 대통령을 끌어안는 김정은 위원장의 포옹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은 것은 이제 7월부터 재개될 실무협상이다. 두 정상간에 만남으로 극적인 돌파구가 열렸지만, 양측의 이견은 아직도 좁혀지지 않았다.
단계적 비핵화와 일괄적인 '빅딜'의 사이는 여전히 멀다.
하지만 두 정상간에 협상을 통한 해결의지가 확인되고, '톱-다운' 대화방식의 허점이 드러난 만큼, 실무협상에서 간격을 좁혀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려는 노력이 이뤄질 것이다.
또한 '촉진자'와 '중재자'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해 온 문재인 대통령의 도움이 더해진다면, 극적인 만남만큼 한반도 평화를 위한 극적인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