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30일 오산 공군기지에서 기자들과 짧은 문답을 통해 "(북한) 외무성이 우리의 협상 상대방이 될 것"이라면서 "누가 대표로 올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두 명(a couple of people) 중 한 명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따라서 북미 판문점 회동에서 김 위원장을 수행한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실무협상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 측은 실무협상 총괄책임을 폼페이오 장관이 맡고, 실제 협상에 대해서는 스티븐 비건 대북 특별대표가 주도하는 기존 틀이 유지된다.
이번 판문점 회동을 계기로 공식적으로 북미대화의 핵심축이 외무성으로 돌아가면서 향후 북미 대화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 외무성에 힘이 실렸다는 분석은 꾸준히 나왔다.
최선희 부상은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리용호 외무상과 기자회견에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같은 달 15일 평양에서는 북한 주재 대사들을 상대로 브리핑을 하며 적극적으로 전면에 나섰다.
또 북한에서 대미·대남 외교를 총괄해온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통일전선부장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외무성에 실린 무게추는 상대적으로 더욱 무거워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향후 비핵화 실무협상에 있어 외무성의 역할이 공식화되면서 외교가에서는 여러가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전문가들은 지금 시점에서 외무성이 북핵 협상에 나서는 것이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봤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그간 사회주의식 외교의 형태였는데, 상대적으로 보통 국가와 같은 대외적, 외교적인 국가운영을 원하는 김정은 위원장 시대에 외무성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면 여전히 통일전선부를 통해야겠지만, 앞으로 북측이 '평화외교'를 이끌어나가겠다는 차원에서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것이라면 외무성이 실무협상에 나서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통전부 김영철에 대한 미국 측의 이미지는 좋지 않았던 편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뢰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다"면서 "최선희 제1부상은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까지 대외적으로 전달하기도 했던 인물로서 회담 당사자인 미국 입장에서는 더 신뢰감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김혁철 등 이전 실무협상 담당자들이 사실상 비핵화 논의에 있어서는 김정은 위원장에 넘기고 (실무 차원에서) 전혀 협상이 진행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번에는 좀 다른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 체제의 특성상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과 결단이 최우선이라는 점에서 향후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현재까지의 협상 역시 모두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에 좌지우지된 점을 고려하면 외무성으로 협상 상대가 바뀐다고 해도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핵 문제를 (통전부보다) 더 전담해왔던 사람들이고 정보라인이 주축이 되는 통전부와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협상의 형태가 (비핵화를 논의하기에) 보다 안정적일 수 있겠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