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동영(민주평화당 대표), 홍현익(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역사상 처음으로 남북미 정상이 한자리에서 만났고요. 미국의 지도자는 국경을 넘어서 북한 땅을 밟았습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오래 걸렸나.” 보면서 그런 생각 여러분 안 드셨어요? 지도자들이 마음만 먹으니까 이렇게 한 번에도 뚝딱 되는구나. 이런 생각이 저는 들던데요. 멋진 이벤트, 세기의 이벤트였음은 분명합니다만 그냥 이렇게 하루짜리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 되겠죠. 앞으로 어떤 일을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또 어떤 일이 펼쳐질지 예측을 해 보겠습니다. 오늘 특집 대담. 전 통일부 장관이시죠.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정동영> 안녕하세요.
◇ 김현정> 그리고 세종연구소 홍현익 외교전략연구실장도 나와 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홍현익>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제가요. 지난 주에 내로라하는 북한 전문가, 북한을 잘 아는 정치인들하고 얘기를 해봤을 때 ‘DMZ에 갈 거다’까지는 많이들 예측을 하셨는데 ‘김 위원장을 만나는 거까지는 무리다.’ 대부분 인터뷰에서 그러셨거든요. 제가 김 위원장 회동 질문을 하면서도 ‘좀 내가 너무 오버하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질문을 했었는데 솔직히 두 분 어떠셨어요? 정 대표님.
◆ 정동영> 그저께는 다 예측했죠. 그러니까 트위터 이후에 5시간 만에 최선희 부상의 담화가 나왔을 때 ‘이건 사전 조율이 있었구나’ 하는 그런 판단을 할 수 있었고요.
◇ 김현정> 그저께는 그랬습니다마는 지난주만 해도 예측이 어려웠다?
◆ 정동영> 지난주는 그렇죠. DMZ에서 이루어지리라고 상상하기는 어려웠고요. 그러나 트럼프니까, 트럼프 대통령이었으니까 가능했던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홍 박사님은 어떠셨어요?
◆ 홍현익> 저도 지난주에는 예측 못 했고요. 오히려 제가 걱정한 건 2년 전처럼 장마가 와서 구름이 잔뜩 끼어서 헬기 가다가 못 가는 거 아닌가. 그걸 걱정했는데.
◇ 김현정> (웃음) 날씨 걱정하셨어요.
◆ 홍현익> 왜냐하면 이번에 DMZ 방문을 트럼프가 하면 분명히 대화 제의를 할 거다. 그런 생각은 했지만 정상 회담을 하리라고 생각을 못 했고 굉장히 호의적인 메시지를 보내면서 실무 회담을 하고 정상 회담을 머잖아서 다시 하자. 이 정도 얘기를 할 줄 알았지 직접 만날 줄은 몰랐습니다.
◆ 정동영> 두 단계로 볼 수 있어요. 하나는 6월 11일 싱가포르 1주년이죠. 트럼프 대통령 생일 앞두고 김정은 위원장이 보낸 편지, 그리고 한 열흘 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에 보낸 편지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하면서 이제 또 ‘굉장히 흥미로운 제안이다’, 양쪽에서 그런 분위기 조성이 1단계였다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극적인 효과를 그제 아침 아닙니까. 불과 지금으로부터 딱 48시간 전이네요.
◇ 김현정> 그러네요, 그러네요.
◆ 정동영> 거기서부터 드라마를 만든 거죠. 리얼리티쇼를 만든 거죠.
◇ 김현정> 홍 박사님. 총평이자 촌평, 이 만남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 홍현익> 글쎄, 우리의 상상력을 넘어서서 북미 간에 있었던 70년 간의 불신의 벽을 크게 허물어서 단순히 회담이 재개되는 게 아니라 큰 고비까지 넘어가는, 상당히 진전이 희망적으로 예측이 되는 그런 발전이다.
◇ 김현정> 아니, 큰 고비까지 넘어가는 발전이다? 어떻게 그렇게까지 보세요?
◆ 홍현익> 왜냐하면 하노이에서 일단 낮은 수준의 합의를, 사실상 우리가 어디까지는 합의할 수 있다는 건 다 알게 됐고 그 다음에 저는 한 두 달 내에 다시 회담이 될 줄 알았어요. 왜냐하면 거의 낮은 수준으로 됐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상 이유로 일단 합의를 보류하자. 그렇게 했기 때문에 여건만 되면 다시 하리라고 봤는데 이번에는 아주 찬란하게 53분이나 정상 회담을 했죠.
◇ 김현정> 찬란하게?
◆ 홍현익> 찬란하게. 저는 ‘왜 안 나오지, 왜 안 나오지’ 계속 그랬는데요.
◇ 김현정> 저도요.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나갔나?’ 생각했어요.
◆ 홍현익> 아까 처음에 오프닝 하실 때 얘기한 것처럼 싱가포르나 하노이 때보다 더 회담 시간이 길었다고 하죠. 그러니까 이 두 사람 간의 불신이 있는 걸 상당히 넘어섰고, 결국 외교 문제는 정상들이 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정상 간의 신뢰가 이렇게 돈독하다고 하는 건 실무 회담이 그렇게 어렵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재개가 아니라 상당 수준의 합의를 볼 수 있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그런 행사였기 때문에 저는 굉장히 희망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 정동영> 핵심을, 드디어 본질에 도달했다. 이렇게 볼 수도 있어요.
◇ 김현정> 무슨 말씀이신지요?
◆ 정동영> 하나는 군복과 빨간 넥타이의 차이에서도 나타나고. 그러니까 2012년에 오바마 대통령이 군복을 입고 그 초소를 찾았고.
◇ 김현정> DMZ요.
◆ 정동영> 93년 부시 대통령도 그렇고. 서로 피 흘리고 싸웠던 고통과 유혈의 현장이거든요. 그런데 빨간 넥타이를 차고 나타난 최초의 미국 대통령.
◇ 김현정> 빨간색에도 의미가 있습니까?
◆ 정동영> 양복을 입고 나타난 거죠. (웃음)
◇ 김현정> 빨강은 특별히 북한 생각한 건 아니죠?
◆ 홍현익> 원래 빨간색 잘 매죠.
◆ 정동영> 66년 동안 적대와 증오의 현장이잖아요. 그리고 66년 전에 UN군 사령관이자 미군 사령관 마크 클라크 대장 그리고 조선인민군 사령관 김일성을 대신한 남일 대장. 그리고 중국 인민지원군 사령관 팽덕회. 셋이 서명하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막대한 고통과 유혈의 현장에서 최후적 평화가 달성될 때까지 정전에 상호 동의한다.’ 이렇게 했거든요. 그런데 ‘최후적 평화적 해결.’ 그것이 66년간 미뤄져 왔단 말이에요. 그런데 한 축인 미국 대통령 또 한 축인 북한의 지도자가 그 정전협정의 그 장소성. 거기서 만났다는 것은 이제 과거에서 현재를 믿고 미래로 넘어가는 그것을 세계에 보여줬다는 그 본질의 현장에 도착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정동영> 싱가포르와 하노이에는 간접적 의미가 있을 뿐이지 직접 의미를 갖는 건 DMZ입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게 어느 정도 물밑 조율이 조금은 있었겠지만 그래도 깜짝은 깜짝이잖아요. 사전에 길게 대놓고 공개 협상하는 회담이 아니었기 때문에 저는 진짜로 2분만 만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53분이나 만나서 사전에 큰 의제 조율도 없이 무슨 얘기를 그렇게 했을까요?
◆ 정동영> 결국 일괄 단계론 아니겠습니까, 홍 박사님? 일괄 단계론이라는 건 뭐냐 하면 일괄은 트럼프의 주장, 미국의 주장인 거죠. 한 번에 포괄적으로 목표를 분명히 해서 해결하자라는 것이고 뒤의 단계론은 북이 주장해온 동시적, 단계적으로 가자라는 건데요. 둘 다 완전하지 않아요. 미국의 입장은 목표는 분명한데 과정이 빠져 있어요. 북한의 입장은 과정은 설명하는데 목표가 그렇게 구체적이고 확실하지 않아요. 이 두 개를 결합하는 게 기술인데 이게 실무 협상의 가장 큰 장애죠. 그런데 일단 정상끼리는 일괄과 단계를 묶어서 일괄 단계론이라는 것에 합의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그 얘기를 어제 했을까요?
◆ 정동영> 깊숙이 협상 기술까지는 안 들어갔겠지만 그러나 어쨌든 좋은 결론을 내자는 총론에는 합의했을 것이고요. 양측에 이견, 서로 다른 입장은 이미 하노이에서 충분히 확인됐기 때문에 어떻게 이것을 넘어갈 것인지에 대해서 아마 일단 두 정상이 분위기 조성에 성공했고 그리고 실무 협상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죠.
◇ 김현정> 이 자유의 집에서 긴 이야기를 나누고 나올 때 홍 실장님. 김정은 위원장 표정 보셨어요?
◆ 홍현익> 아주 밝게 웃더라고요.
◇ 김현정> 너무 밝았죠? 자유의 집 들어갈 때, 일단 만났을 때는 좀 경직되어 있었는데.
◆ 홍현익> 처음에는 좀 경직돼서 ‘기분이 안 좋은데 나왔나?’ 그랬는데 결과가 좋은 게 좋은 거잖아요. 그런데 자유의 집에서 나올 때 특히 문 대통령하고 우리 말, 같은 말로, 한국말로 얘기하면서.
◇ 김현정> 중간에 트럼프 대통령 끼워놓고 두 정상이 그러더라고요.
◆ 홍현익> 트럼프 대통령은 전혀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 두 분은 소통이 되는 상황에서 두 분이 활짝 웃는 모습. 이게 어제 아주 제일 좋은 그림이 아니었나. 이렇게 생각이 돼서 웃는 낯으로 헤어졌다고 그러면 결국 실무 회담 잘 간다고 보고요. 지금 대표님 말씀하셨듯이 저도 그 큰 틀에서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실행. 이 큰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합의를 하고 그다음에 50분이면 사실 합의문을 만들 수도 있지만 안 만들고 한 건 국내의 여론을 생각해서. 이를테면 미국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뭔가 자기가 다 이뤄내고 싶은 걸 보여주고 싶지만 자칫하다가 실수로 또 김정은한테 양보했다는 소리 들을까 봐 ‘이제 실무 회담한다’라고 하는 거지 사실은 큰 틀의 그림은 그려놓지 않았을까 싶어요.
◇ 김현정> 그렇게까지 보세요?
◆ 홍현익> 그리고 김정은도 지난번에 수령의 무오류성에 흠집이 났잖아요. 그러니까 조금은 신중한 태도지 중요한 것은 큰 그림이 합의가 됐다, 그러면 실무진의 발걸음이 가벼워진다고 봅니다.
◇ 김현정> 지금 굉장히 중요한 말씀하셨어요.
◆ 홍현익> 그래서 지난번에 비건이 이도훈 한반도 평화본부장하고 같이 애틀렌틱 카운슬에서 연설했잖아요. 그때도 하는 비건이 하는 얘기가 ‘제발 좀 실무진이 지도자의 위임을 받고 왔으면 좋겠다. 실무 회담하는 사람이 아무 권한이 없어서 이건 수령님이 결정할 사안이다 다 그래버리니까 진전이 안 된다’라고 했는데 그 단계를 이미 트럼프하고 김정은이 지금 해왔기 때문에, 어저께 했기 때문에 앞으로 실무 회담은 훨씬 수월하게 될 것이다. 그런 기대를 갖게 됩니다.
◆ 문재인> 오늘의 만남을 통해서 평화 프로세스가 큰 고개를 하나 넘었다는 생각입니다. 양측에서 실무 이상 대표를 선정해서 실무 입장에 돌입하기로 한 것만으로도 좋은 결과가 성큼 눈앞에 다가왔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 트럼프> 우리는 김 위원장과 함께 아주 좋은 만남을 가졌습니다. 속도보다는 올바른 협상을 추구할 겁니다. 오늘은 위대하고 역사적이고 전설적인 날입니다.
◇ 김현정> ‘위대하고 역사적이고 전설적인 날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했고 ‘한반도의 평화 프로세스가 큰 고개를 하나 넘었다.’ 이런 얘기는 문재인 대통령이 했고.
◆ 정동영> 시간은 걸릴 거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1순위는 선거판이에요. 그런데 선거는 내년 11월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길게 남아 있어요. 그러니까 설사 쟁점이 해결된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하노이도 그렇고 이번 DMZ 회담도 그렇고 트럼프 대통령은 어쨌든 이 소재를 가지고 대선에서 어쨌든 지금.
◇ 김현정> 써먹어야죠, 쉽게 말하면.
◆ 정동영> 민주당 대선 경선 토론판을 완전히 덮었잖아요.
◇ 김현정> 이번에 덮었죠.
◆ 정동영> 그래서 속도는 중요하지 않는 걸 계속 강조하는 게. 저는 연말 또는 내년 초까지 끌고 가리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 지점에서 한번 얘기를 풀어가볼 것이, 어제 조셉 윤, 빅터 차. 미국에서 이런 사람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어요. ‘이거 미국의 민주당 경선 이슈를 덮기 위한 한바탕 리얼리티쇼다. 이게 뭐 성과가 나오겠느냐. 그냥 어제 하루 쇼하고 넘어간 거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홍 실장님?
◆ 홍현익> 저는 그 그림을 보면서 이게 미국판 햇볕정책이다.
◇ 김현정> 미국판 햇볕정책이요?
◆ 홍현익> 그러니까 김대중 대통령께서 사고방식을 바꿔서 바람을 세게 부는 것보다 오히려 따뜻하게, 덥게 하면 나그네가 옷을 벗듯이 김정은에게 불신의 벽을 허물어주면 스스로 핵을 내려놓게 하는 게 오히려 방법일 수 있다. 그런 새로운 방식을 지금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히 워싱턴을 만약 김정은 위원장이 간다고 그러면 ‘이게 과연 북미가 전쟁했던 나라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미국 내부에서도 ‘그거 뭐 이제 더 이상 제재할 필요가 있나?’라는 반응이 나오겠죠.
거꾸로 이제는 김정은 위원장도 좀 깨달았다고 여겨지는 게 제재 완화 이거 주장을 하지 않고. 거꾸로 보면 과정 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얘기하듯이 협상 과정 중에 자연히 풀리는 문제다. 이렇게 한 것이기 때문에 그러니까 하나하나 꼬치꼬치 따지면서 이렇게 하는 실무 협상으로 가면 이게 타결이 안 되는데 정치적으로 신뢰를 쌓고 그다음에 적대감을 없애는 것을 서로가 확인하면 핵이라고 하는 건 사실 억지력으로 쓰이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무기를 쓰려고 만드는 게 아니라 상대가 자기를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거기 때문에 상대를 믿게 되면 내려놓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새로운 방식이고 창의적이란 말이 저는 이해가 되고요. 그래서 희망이 다른 방향에서 생기니까 본래 미국의 견제하는 세력들이 하는 꼬치꼬치 따지는 거하고 그다음에 불신의 벽의 허무는 게 양쪽으로 진행되면 희망이 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리얼리티 쇼여도 좋다. 어쨌든 이건 긍정적인 햇볕정책이다’라고 말씀하시네요. 정 대표님 공감하세요?
◆ 정동영> 그러니까 말씀처럼 북한의 지도자와 미국의 지도자가 서로 지난 수십 년 동안 봤잖아요. 서로 독재자다, 폭군이다 또 미치광이다, 전쟁광이다. 이런 살벌한 언어로요. 그런 속에서 사실 양국 간에 신뢰가 쌓여지기는 힘들죠. 그런데 지금 벌써 미국과 북한의 지도자가 세 번을 만났단 말이에요. 싱가포르에서 만나, 하노이에서 만나, DMZ에서 만나.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과거에 적장이었잖아요, 서로 열전 3년 동안은. 냉전 66년 동안은 증오와 대결의 그런 66년이었고 이제 그걸 바탕으로 이제 ‘서로 좋아한다, 서로 친구다.’ 국가 간의 관계도 적대적 관계에서 정상적인 관계로 전환하는 것이 지금 비핵화 문제의 핵심이거든요. 결국 핵 문제는 관계의 산물. 적대적인 관계의 산물인데요.
◇ 김현정> 같은 말씀하시네요, 지금.
◆ 정동영> 그렇죠. 적대 관계가 사라지면 핵도 사라진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죠.
◆ 정동영> 아니죠, 좀 나간 게 뭐냐하면, 하노이에서 깨지긴 했지만 미국도 연락 사무소라든지 또 종전 선언 같은 건 내줄 용의를 이미 비쳤단 말이죠. 확인이 된 거고, 서로 입장이 확인됐으니까 거기서 이제 교착 4개월을 거쳐서 어제 한 봉우리를 넘어간 거죠.
◇ 김현정> 그렇게 보세요? 김정은 위원장이 워싱턴으로 가겠습니까? 백악관으로 초청을 했다는데.
◆ 홍현익> 비핵화에 진전이 있으면 가죠.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먼저 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겠지만 그러나 지금 어제 두 사람 간에 얘기를 할 때 저는 아주 기탄없이 이렇게 얘기했을 것 같아요.
◇ 김현정> 뭐라고요?
◆ 홍현익> ‘나는 당신을 믿지만 우리 국내 언론이나 또 국내의 여러 정치 지도자들이 당신을 못 믿는데 좀 어처구니없다. 나는 당신이 정말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걸 믿는데. 그런데 이것을 좀 깨기 위해서는 당신도 나를 믿고 좀 핵을 상당 부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이런 식으로 설득했을 거라고 저는 봅니다. 그러니까 ‘나는 당신을 못 믿는다’가 아니라 ‘나는 믿는데 나를 좀 도와달라. 그러니까 우리 친구 아니냐. 나를 도와주기 위해서도 비핵화 조금만 하면 나도 제재 완화 이건 문제도 아니다. 결국은 당신이 키를 갖고 있으니까 그걸 하고 그리고 워싱턴에 오면 미국 내에서도 당신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뀔 것이다.’ 그런 방식으로 한번 풀어보자. 이렇게 얘기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왜 폼페이오는 안 된다고 자꾸 그러냐. 그 사람 내가 임명한 사람인데 사실은 그 사람을 함으로써 오히려 철저한 검증을 통해서 미국 내에서의 반대를 무마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거꾸로 생각하면.’ 마치 김대중 대통령이 강인덕 장관을 통일부 장관 시켰던 것처럼 ‘자기도 당신을 믿지만 미국 내의 여론을 관리하기 위해서 폼페이오를 임명한 거니까 그 사람을 오히려 역이용해서 그 사람이 북한을 믿는다라는 식으로 나오면 오히려 당신에 대한 이미지는 미국에서 바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설득을 하면서 뭔가 진전을 보려고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 김현정> 홍 박사님 거기 앉아계셨던 것 같아요. (웃음) 지금 그냥 대화를 연기처럼 지금 재현해 주셨는데.
◆ 정동영> 거의 비슷한 것 같은데요.
◇ 김현정> 그랬을 것 같아요, 그랬을 것 같아요, 진짜.
◆ 정동영> 결국은 믿느냐 안 믿느냐의 문제거든요. 미국도 마찬가지도 우리 국내도 마찬가지입니다마는. 또 제가 벌써 십몇 년 됐지만 김정일 위원장 만나고 미국 갔을 때 미국 딕 체니 부통령이 저한테 던진 질문이 뭐냐하면 ‘당신 그 사람 믿느냐? Do You Believe Him?’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결국은 믿느냐 안 믿느냐는 비핵화의 진정성을 믿느냐 안 믿느냐. 이렇게 되는 건데 그 위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서로를 믿는다고 말하기 때문에 그 대화 시나리오 구성이 실제와 비슷할 것 같은데요.
◆ 홍현익> 감사합니다. (웃음)
◇ 김현정> 나는 믿는데 우리 국민들 중에 못 믿는 사람이 있으니 그걸 정확히 보여주기 위해서 워싱턴에 한번 와라, 와서 얘기해 다오. 그러면 김정은 위원장이 오케이를 했을까요?
◆ 정동영> 그러니까 역제안을 한 거죠. 평양에 오시면 영광이다. 그러니까 아마 평양에 먼저 가는 거, 그 다음에 워싱턴에 가는 것.
◇ 김현정> 결론은 안 났을 거라고 보세요?
◆ 정동영> 앞으로 그게 밀고 당기는 주제겠죠.
◆ 홍현익> 그런데 명분은 트럼프한테 있는 게 어제 잠시나마 북한 땅을 트럼프가 먼저 갔거든요. 그러니까 이번에 차례로 보면 김정은이 미국 땅을 밟을 차례죠. 괌이라도 가야죠.
◇ 김현정> 괌이라도 가야죠, 워싱턴은 못 가도. 그러면 두 분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홍 박사님은 갈 거라고 보시는 거고, 워싱턴?
◆ 홍현익> 비핵화 진전이 있으면 가는 거지 없으면 환영을 못 받습니다. 따라서 환영을 받는다면 가는 거죠.
◇ 김현정> 그러면 2, 3주 후에 물밑 협상이 아주 중요한 건가요?
◆ 홍현익> 거기서 이제 진짜로 이번에 어저께 대화에서 진전이 있었다면 2-3주 뒤에 잡음이 안 나오고 뭔가 순조롭게 보여야죠. 그런데 거기서 또다시 굉장한 원칙적인 문제에서 대립되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죠.
◆ 정동영> 어제 그 부분을, 원문을 정확히 봐야 되는데 2-3주 동안인지 2-3주 내인지인데 아마 지금 상식으로 보면 2-3주 내에 실무 협상팀을 구성한다고 봐야 됩니다.
◇ 김현정> 그러네요. 2-3주 간 실무팀을 구성해서 그 뒤로 협상을 하겠다. 맞습니다.
◆ 정동영> 2-3주 이후에 만남이 되겠죠.
◇ 김현정> 그렇죠. 1분 정도가 남았는데 어제 상황을 보면서 두 분이 앞으로의 전망, 어떻게 될 것이다. 뭐 조금 구체적인 전망이면 좋겠어요. 언제쯤 워싱턴 혹은 평양행이 있을 거고 남북 정상 회담, 북미 정상 회담. 정 대표님부터.
◆ 정동영> 저는 8, 9월 정도가 아마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4차 정상 회담이겠죠. 또는 연말 안에 저는 그것이 두 사람의 필요가 다 있거든요. 김정은 위원장도 올해 안에 성과를 내야 할 필요가 있어요. 작년 4월에 경제 건설 총력 집중 노선을 천명했는데 실질적으로 지금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거든요. 또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고 하기 때문에 저는 4차 정상 회담은 올해 안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홍현익> 비핵화 진전이 있어야 남북 정상이 만날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 정부도 너무 남북 정상 회담 서두르기보다는. 저는 서둘러야 된다고 항상 주장해왔는데 지금 보니까 비핵화가 돼야 개성공단, 금강산 되면서 철도, 도로 연결 사업 이런 것 진도가 나가면서 이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우리 정부를 자꾸 비난하고 했는데 어저께 문재인 대통령께서 아주 슬기롭게 뒤로 빠지면서 북미 정상 회담을 주선했기 때문에 향후에는 북한이 우리 정부를 좀 덜 궁지로 몰지 않을까. 이렇게 기대해 봅니다.
◇ 김현정> 두 분과의 대담. 오늘 두 분 귀한 시간 고맙습니다.
◆ 홍현익> 감사합니다.
◆ 정동영> 감사합니다.
◇ 김현정> 정동영 대표, 홍현익 수석연구위원이었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