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9:05~19:50)
■ 방송일 : 2019년 6월 28일 (금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이택광 (경희대 교수), 강유정 (강남대 교수)
◇ 정관용> 금요일 저녁 다양한 사회문화현상들 잡학하고 박식하게 수다 떨어보는 금요살롱. 경희대 이택광 교수, 강남대학교 강유정 교수 어서 오십시오.
◆ 이택광> 안녕하세요. 이택광입니다.
◆ 강유정> 안녕하세요, 강유정입니다.
◇ 정관용> 배우 하연수씨의 자필 사과문? 자초지종을 일단 소개해 주세요.
◆ 이택광> 배우 하연수 씨가 자필 사과문을 올린 적은 과거에 있었어요.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본인이 직접 그렸다는 그림 사진을 올리면서 거기에 대해서 여러 가지 설명을 달았는데 그 인스타그램에 온 팬들이 질문을 던졌죠. 전시회에 가면 하수연 씨를 볼 수 있나부터 해서 시작해서 직접 그린 그림이냐,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답변을
◇ 정관용> 뭐라고 했는데요?
◆ 이택광> 그러니까 전시관에 가면 작가가 있을 수도 없고 없을 수도 있잖아요. 작가가 있는 시간이 있는데, 검색해 보면 나오는데 인터넷에 검색해 보시지 왜 이런 걸 직접 물어보느냐 이야기를 했어요. 물론 충분히 할 수 있는 그런 답변인데.
◇ 정관용> 그리고 이게 진짜 하연수 씨가 그림 맞는 것에 대해서는 당연히 내가 그린 그림이다 그랬나요?
◆ 강유정> 그게 아니라 그 얘기를 내가 몇 십번 했다, 내가 그렸다고.
◆ 이택광> 그래서 이분은 계속 답변을 해왔는데 팬들이 거기에 대해서 알아보지 않고 직접 질문을 했다는 것이 조금 그랬던 거 같아요.
◇ 정관용> 한마디로 질문에 대한 응답이 까칠했다?
◆ 이택광> 그렇죠.
◇ 정관용> 그 답변 까칠한 것에 대해 자필 사과문을 게재했다?
◆ 이택광> 그냥 사과를 한 게 아니라 자필 사과문을 직접 써가지고 게재를 했죠.
◇ 정관용> 손으로 쓴 자필사과문을 사진을 찍어서 올렸다?
◆ 이택광> 그렇죠. 이전에도 댓글 논란이 있어서. 하연수 씨가 또 자필사과를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댓글로 역시 비슷한 말싸움을 하는 바람에 결국 하연수 씨가 사과를 하게 됐죠. 그래서 그때도 논란이 상당히 많이 됐어요. 그런데 자필 사과문을 올린 연예인들은 이병헌 씨도 있고 티파니 씨도 이제 아마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과거에 애국심이 없다, 민족의식이 희박하다, 이런 이야기로 자필 사과문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왜 연예인들이 자필 사과문을 올리는가 이게 이야기의 중심적인 내용인 것 같아요.
◆ 강유정> 방금 얘기를 나눈 하연수 씨 같은 얘기를 자필 사과문 올릴 일이냐라는 거죠. 욕설을 쓴 것도 아니고 어찌 보자면 말투와 어조와 어떤 매너의 문제인데, 이병헌 씨는 저는 어떤 점에서는 이해가 가요. 결혼을 했던 배우였고 스타였다 보니까 성추문에 대해서 굉장히 불쾌하셨을 팬에게 내가 좀 죄송하다. 이런 말을 자필 사과로. 이건 사실 법적인 문제도 그때 당시에는 걸려 있었던 문제였기 때문에 잘잘못에 따라서 자필 사과문이 있을 수 있는, 자기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 사실은 자발적으로 시작한 일이란 말이에요. 그런데 이제는 그게 바뀌어서 자필 사과문을 써내라는 식의 일종의 외압을 하는 거죠. 압력을 주는 거죠.
◆ 이택광> 과거에는 자발적으로 본인의 진심을 보여주기 위해서 자필사과를 했다고 한다면.
◆ 강유정> 내 손으로 써서.
◆ 이택광> 지금은 이제 연예인들이 뭔가 논란이 되면, 잘못한 것도 아니에요. 논란이 되면 자필 사과문을 올려야 하는 것처럼.
◇ 정관용> 자필이 아니라 타이핑이 된 거면 기획사에서 써준 거다. 이렇게 되나요?
◆ 강유정> 그 노력을 보겠다는 건데 사실 우리가 자필사과문이라는 게 생각보다.. 우리 어렸을 때 반성문도 가끔 쓰기도 했지만 지금 제가 알기로는 초등학교에서도 그렇게 반성문을 직접 쓰게 하는 거는 오히려 인권에 저해된다는 점에서 굉장히 지양되는 행동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사과문을 쓰기 시작한 게 어느새 대중이 스타에게 일종의 도덕적 혹은 여러 윤리적 태도를 입증(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하나의 사례가 되고 나서부터 조금은 경계가 없이 요구가 되고 있는 거죠.
◇ 정관용> 어떤 언론에서는 연예인들에게는 지나치게 친절함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있다 이런 표현도 쓰더라고요.
◆ 이택광> 그게 연예인을 대하는 한국의 기본적인, 한국사회의 기본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거 아닌가 싶은데요. 기본적으로 연예인들을 상품으로 본다는 거죠. 그러니까 내가 구매한 상품이 하자가 있을 경우에는 당연히 애프터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논리가 좀 숨어 있어요, 그 안에. 그래서 연예인들을 소비재로 바라보는, 팬이면 얼마든지 그런 사과를 요구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거죠. 그래서 사실 이게 논란이 됐었는데
제가 생각할 때 약간 지금은 경계를 좀 넘어와버렸다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들거든요. 그게 뭐냐 하면 과거에는 연예인 인권이라든가 연예인들에게 그런 거를 요구하는 게 지나친 거 아닌가라고 했지만 또 역설적으로 말하면 연예인들이 그런 공적 발언들을 또 스스럼없이 해오는, 그래서 논란이 일어나고 그 논란에 대한 대처가 소속사들이 이런 자필 사과문을 써서 하는 방식으로 바뀌어버렸어요. 그러면서 그런 어떤 연예인 인권이라든지 그런 걸 논의하는 경계가 사실 지금은 조금 허물어버렸죠. 그래서 당연히 연예인들은 공인이라는 생각들을 더 조금 대다수를 차지하는 의견이 되어버린 거 아닌가 생각이 들고. 그게 또 상당히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 강유정> 저는 한편으로는 이런 글들이 주로 어디에 올라오냐면 SNS에 올라와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데 올라오는데 이게 하연수 씨 말하자면 팬이 아니라면 전혀 모를 사실인 거죠. 그런데 왜 어떻게 저까지 알게 됐느냐. 기자들이 이런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열독하면서 이런 사안이 생기면 기사화한다는 거죠.
◇ 정관용> 연예계 가십 기사가 너무 많아요.
◆ 강유정> 이게 저는 근본적으로 뉴스 가치가 있느냐라는 질문을 좀 하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만약에 아까 잠깐, 계속 얘기를 해서 죄송하지만 이병헌 씨 같은 경우에 이미 뉴스가 나온 상태에서 자필 사과문을 올리는 것과 개인적인 SNS 공간에 어투나 여러 가지가 기분이 나빴다라는 거를 불쾌하다고 기사로 쓰는 것, 뉴스 가치의 문제도 한 번 생각해 봐야 될 문제 아닌가 싶습니다.
◇ 정관용> 저는 이 대목 관련된 기사 가운데 이거는 눈에 띄었어요. 뭐냐 하면 과거에 걸그룹 누가 안중근 의사를 못 알아봤다고 막 비난을 받았는데 반대로 남자 연예인들은 무슨 예능 프로에 나와서 퀴즈, 역사 퀴즈 하나도 못 맞혀도 그냥 웃으며 다 지나가고. 왜 그 대목에서도 남녀를 차별하느냐는 문제 제기도 있더라고요.
◆ 강유정> 훨씬 여성에게 가혹한 부분이 있습니다.
◇ 정관용> 그거는 왜 그래요?
◆ 강유정> 그러니까 이렇게 하연수 씨가 당당한 어투로 말할 때, 남성 연예인 특히 김의성 씨 같은 경우는 한 번 적극적으로 조금 옹호도 했는데요.
◇ 정관용> 영화 배우 김의성 씨.
◆ 강유정> 김의성 씨도 워낙 자신의 공간에서 발언하는 걸로 유명하잖아요. 그런 분들한테 과하게 사과를 요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훨씬 더 조금 과하게 그리고 여성 연예인분들이 조금 더 그 반응을 좀 더 많이 보여주는 것도 사실이고 위축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니까 그것도 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이택광> 아무래도 여성 연예인들에 대해서 바라는 상이 있죠. 그러니까 당연히 말씀하신 것처럼 남녀 연예인들의 역할 차이에 대한 어떤 편견이 있는 것 같고요. 특히 그거는 여성사회에 대한 편견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고. 그래서 특히 여성 연예인들이 실질적으로 더 그런 대상화되는 측면이 있다고 봐요. 그게 이제 이렇게 여성연예인이 감히 어디에 대드느냐. 얌전해야 되는데. 뭔가 할 말을 하면 튀는 느낌이 많이 나는 거죠.
◇ 정관용> 여성 연예인은 얌전하고 조신해야 합니까?
◆ 강유정> 전혀 그렇지 않은데. 춤이나 이런 것들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걸 대중이 요구하고 있으면서 또 그게 아마 그런 거 있죠. 상품이니 소비의 대상으로서는 모르겠으나 일종의 연예인이 스스로 스피커로서의 자각심을 가지고 사회적 발언을 어떤 방식으로든 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데. 아주 대표적 예 중에 하나가 82년생 김지영을 읽은 아이린이라는 여성 아이돌 가수가 있어요. 읽었다, 재미있게 읽었다라는 것만으로 어마어마하게 많은 악플에 시달렸습니다.
◇ 정관용> 그 소설을 읽었다고 해서? 악플을 뭐라고 써요?
◆ 강유정> 남성팬들이 그 책을 읽고 재미있다고 권하는 걸 보니 약간 나쁜 용어로 X페미다.
◇ 정관용> 일종의 남혐, 여혐의 연장선상으로.
◆ 강유정> 네, 그래서. 나는 이런 상품을 쓰고 있어, 입고 있어, 이런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책에 대해서는 아마 그런 부분도 없지 않은, 단순히 어떤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뿐만 아니라 책에 대해서 뭔가 자신이 얘기했다는 것에 대해 더 극렬했던 게 저도 의외로 기억나는 것 중에 하나예요.
◆ 이택광> 연예인들이 사실 남녀를 불문하고 어느 정도 이 사회적인 이슈에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서 대단히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어요. 정우성씨도 난민 문제
◇ 정관용> 난민 문제. 저희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었어요.
◆ 이택광> 그런 발언을 했을 때 대중적인 반응은 상당히 이제 우려스러운 게 많이 있었죠. 그런데 그게 특히 여성 연예인들에게 집중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고요. 여성연예인들(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있는 것이고 거기에 맞춰서 이렇게 행동하지 않을 때는 상대적으로 많이 비난을 받는 건 사실이죠.
◇ 정관용> 반대로 근데 또 아주 당당한 여성 연예인들을 칭찬하는 분위기도 또 있잖아요.
◆ 강유정> 네, 있죠.
◇ 정관용> 사회적 발언을 거침없이 하는 그런 연예인들을 좋아하는 분위기도 있고. 최근에 또 무슨 김숙 씨. 그런 분들은 또 상대적으로 거침없이, 상처받을 때는 상처받았다고 주장하고 하는 것이 인기 끌기도 하고.
◆ 강유정> 분위기는 있지만.
◆ 이택광> 그게 약간 미묘한 측면이 있는데 아이돌이나 약간 섹슈얼한 그런 이미지를 많은 팬들이 그런 이미지를 원하는 그런 연예인들 같은 경우에는 그걸 되게 불편하게 생각을 하고. 김숙 씨 같은 경우에는 코미디언이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거기에서 당당한 모습을 보였을 때.
◇ 정관용> 알겠어요. 그냥 연예인도 한 명의 인간으로 보면 안 됩니까?
◆ 강유정> 인간으로 봐야 하는데 저희는 조금 더 과도한 도덕적 기준을 요구하는 건 분명히 있는 듯합니다. 물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범법이 되어서는 안 되죠. 거기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 있어야 하고 어떤 점에서는 사회적인 처벌도 따라야 되는 건 맞지만.
◆ 이택광> 버닝썬 같은 경우도 그렇죠.
◇ 정관용> 오히려 그런 진짜 범법행위 하잖아요. 그럼 한 2년 있다가 컴백하면서..
◆ 강유정> 그런 부분에는 오히려 더 경계선이 모호하고 특히 할리우드 같은 경우에는 이런 악플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오히려 활용하는 그런 스타들도 많거든요. 요즘에 우리 사회에도 조금씩 문화가 들어오기는 하지만. 어그로 끈다는 말이 있어요. 그렇게 자신의 악플 같은 거에 또 당당하면 저 연예인은 자신에 대한 반응을 좋거나 나쁘거나 다 받아들인다가 아니라, 저렇게 관종이다, 어그로 끈다라는 새로운 용어로 또 비판을 하기도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너무 우리가.. 공인이라는 개념을 저는 엄격하게 써야지 공인이 더 책임감을 느끼는데 연예인을 그렇게, 잘 알려진 스타라는 것과 공인을 너무 섞어서 과도한 윤리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정관용> 그냥 간단히 신경 끕시다 이러면 되는 거 아닙니까?
◆ 강유정> 그럼요.
◇ 정관용> 마지막 한마디씩.
◆ 이택광> 사실 연예인들에 대한 이런 시선들은 사회적 차별을 반영하는 것 같고 그래서 조금 연예인들 문제라기보다는 한국사회의 전체를 점검해 보는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강유정> 좋아하는 것과 굴복을 원하는 건 다르다고 봅니다.
◇ 정관용> 명언입니다. 그냥 좋아하면 되죠.
◆ 강유정> 아니면 싫어해도 됩니다. 그런데 굴복을 원하는 건 좀 비굴합니다.
◇ 정관용> 네, 금요살롱 경희대학교 이택광 교수, 강남대학교 강유정 교수 고맙습니다.
◆ 강유정> 감사합니다.
◆ 이택광>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