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3년' 배우 김혜수를 지금 여기까지 이끈 욕망은

[제23회 BIFAN 현장] '매혹, 김혜수' 배우 특별전 기자회견
"매혹, 가장 누군가를 통해서 들어보고 싶었던 단어… 이 특별전이 더 의미 있는 이유"
"성별을 넘어서는 존재감을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배역이라면 도전해 보고 싶어"
"나이와 상관없이 순도를 유지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믿어"

28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3층 그랜드볼룸에서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 '매혹, 김혜수' 배우 특별전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황진환 기자)
"배우로서 느끼는 행복함이라는 건 단순히 기쁨만으로 표현하기에는 어… 부족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기쁨이 정말 단순히 원색적인 기쁨일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그동안 작게 또 크게 그런 감정들을 연기하면서, 혹은 연기와는 무관한 작업을 하면서, 작업을 하면서 만나는 인간들을 통해서 저 역시 느껴가면서 지금 이 자리까지 왔어요. 그런 행복감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혹은 앞으로도 이 일을 해내기에 저는 너무 배우로서 재능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특별전의 주인공으로 선정된 배우 김혜수는, 자신의 33년 연기 인생을 돌아보면서 '부족'하고 '미흡'했으며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배우로서 느끼는 복합적인 '행복'의 감정을 느끼며 이 자리까지 왔다고 밝혔다.

28일 오후 2시, 경기도 부천시 고려호텔 3층 그랜드볼룸에서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 '매혹, 김혜수' 배우 특별전 기자회견이 열렸다. 배우 김혜수와 신철 BIFAN 집행위원장이 참석했다. 김혜수는 특별전을 준비하면서 작품 선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이번 특별전에는 배우 김혜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 '매혹'이 붙었다.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관객들을 매혹시켜 온 그의 대표작들이 영화제 기간에 상영될 예정이다.

'첫사랑'(감독 이명세), '타짜'(감독 최동훈), '열한번째 엄마'(감독 김진성), '바람피기 좋은 날'(감독 장문일), '모던보이'(감독 정지우), '이층의 악당'(감독 손재곤), '도둑들'(감독 최동훈),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 '굿바이 싱글'(감독 김태곤), '국가부도의 날'(감독 최국희) 등 총 10편이다.

또한 김혜수 특별전에 걸맞은 다양한 기념품도 판매 중이다. '타짜' 명대사와 명장면을 활용한 마스킹테이프, 배지, 티셔츠와 '첫사랑' 이미지를 활용한 책갈피 3종과 스티커 세트 등이 준비돼 있다. 김혜수 굿즈 수익금은 김혜수의 의사에 따라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 기부된다. 수익은 독립영화 발전과 후배 영화인 양성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기념품은 오늘(28일)부터 BIFAN 기념품샵 부천시청점에서 살 수 있다.

다음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온 질문과 답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김혜수 특별전 '매혹, 김혜수'에서 상영되는 영화들. 상영 시간표는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홈페이지)
▶ 배우 김혜수를 제23회 BIFAN 특별전 주인공으로 초청한 소감은.

신철 집행위원장 : 제가 제일 아쉬운 건 제가 영화를 계속해 오면서 혜수 씨하고 일할 기회가 없었다는 점이다. 어떻게 그렇게 됐다. 보통 연기자들과 배우들한테는 블랙홀이 하나씩 있다. 우리 대중의 마음을 확 빨아들여서 확 녹여버리고 형체도 질량도 없이 만들어버리는 블랙홀이 하나 있다. 그 블랙홀이 하나 정도 잘 존재하면 큰 배우 같다. 근데 혜수 씨는 블랙홀이 두 개인 배우다. 마성이란 블랙홀이 있고 또 하나 순수라는 블랙홀 두 개를 가지고 있다. 어떨 때는 마성의 블랙홀이 커지고 어떨 때는 순수의 블랙홀이 커지면서 끊임없이 변신하는 거다.

일반적으로 엔터테이너가 (대중에게) 지루해질 수도 있는데, 혜수 씨는 두 개의 블랙홀이 스파크를 일으켜서 늘 긴장을 일으킨다. 그런 배우가 어디 있을까. 그걸 말로 표현한다면 매혹이라고밖에 표현 못 하겠다. 다른 더 좋은 표현이 있으면 여러분이 한 번 찾아봐주시기 바란다. 그런 두 개의 블랙홀 가진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BIFAN 배우 특별전에 김혜수 씨를 모시게 됐고 대단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 김혜수 씨 소개한다. 두 개의 블랙홀이다. (웃음)

▶ 특별전 '매혹, 김혜수'의 작품 선정부터 같이 참여했다는데.

김혜수 : 거창하게 저를 소개해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다. (웃음) 오늘 이 자리, BIFAN에 대해서 함께 인사드리게 돼서 너무 반갑다. 멀리 찾아와주신 기자분들께 감사드린다. 특별전 준비하면서 지금까지 제 삶에서 정말 많은 시간, 많은 부분을 영화와 함께해 왔고 그 속에서 제가 성장해왔다는 걸 새삼스럽게 깨달은 것 같다. 그동안 제가 지내왔던 시간을 차분히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지 못했는데, 이번 특별전은 저에게 지난 궤적들을 찬찬히 복기하는 의미있는 시간인 것 같다.

처음 영화제 측에서 제안을 받았을 때 너무 영광스럽고 감사한 마음이 있었지만, 사실 그런 감정을 넘어서는 부담감 같은 것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저에게 지속적으로 용기를 주시고 독려해주시고 매우 세심하게 하나하나 준비해주신 BIFAN 운영진 덕분에 제가 부천에서 큰 용기와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 자리를 빌어서 신철 집행위원장, 배장수 부집행위원장, 모든 영화제 관계자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그동안 영화와 함께 한 걸음씩 성장해 왔듯이 앞으로 영화와 함께 해 나갈 도전, 모험, 그 속에서 오늘 이 자리 이 시간이 제게 큰 용기와 응원의 자리가 될 거라고 믿는다. 여러분께서도 특별전을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고맙다.

배우 김혜수가 미소짓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매혹'이라는 단어를 특별전 제목으로 썼는데, 배우 본인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김혜수 : 사실 개인적으로 '매혹'이라는 단어를 거부할 힘이 없는 것 같다. 매혹이라는 말 자체가 정말 매혹적이지 않나. 특히 영화를 하는 제 입장에서는 영화라는 매체, 배우라는 직업이 매혹과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특별전을 제안해주시면서 김혜수에 '매혹'이라는 단어를 얘기해주셨을 때 사실 정말 너무 기뻤다. 제가 매혹이란 말에 적합해서가 아니라 배우로서 그 많은 수식 중에, 성별을 떠나서 가장 적합하고 가장 누군가를 통해서 들어보고 싶었던 단어였기 때문이다. 사실 이 특별전이 정말 저에게 의미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매혹이라는 단어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영화를 통해 경험한 시간은 매혹이기도 했던 것 같다. 앞으로 제가 더 나이를 먹고 배우로서도 더 성숙해져야겠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매혹에 대한 열망, 그것을 잃지 않아야겠다는 다짐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상영작 선정 기준이 있다면.

김혜수 :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특별전이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보람을 느꼈다. 또, 지나온 제 작품들을 다시 여러분께 소개해야 하는데 정말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는 작품이 어떤 게 있을 수 있나 고민이 깊기도 했다. 운영진에서 나름대로 챕터 정해서 가이드 주신 덕에 나름대로 부담 덜고 선정할 수 있었다. 특별전이라는 거, 지나온 나의 작품들, 나와 함께한 영화, 그 시간들을 복기하는데, 정말 그럴듯하고 영화적으로 잘 완성된 작품뿐만 아니라 다소 미흡하고 다시 꺼내 보기 부끄럽고 그 영화를 다시 한번 스크린으로 마주하기 두려운 것도 있었다. 영화를 보신 관객분들이 부끄러워하실지라도 그것도 정직한 저의 과거이고 그 부족한 시간의 총체가 저다. 어찌 보면 배우로서 부끄럽고 아쉬운 부분이 많았던 저에게 좀 더 스스로를 정직하게 대면할 수 있는 계기, 여러분께도 좀 더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용기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던 것 같다.

▶ 33년차 배우 생활을 지금 하고 있는데, 직업적으로 30년 한 게 대단하다. 여성이자 배우로서 직업인으로서 오래 걸어온 소감이 궁금하다.

김혜수 : 제가 좀 어린 나이에 문화적인 소양도 없고 철없게 시작했던 일이었기 때문에 저 스스로 배우라는 자각을 갖기 시작했던 건 20대 넘어서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라는 게 제 삶에, 제 인생에 어떤 방향성을 줄지, 어떤 영향을 줄지 가늠을 사실은 전혀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어찌 보면 매번 반복되게 느끼는 저 스스로에 대한 불만족, 미흡함을 확인해야 하는 괴로운 과정, 이런 것들을 어떤 식으로 극복하고 배우로서 느끼는 카타르시스에 도달하고 싶은 욕망이 지금까지의 저를 이끌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지점에 있어서는 배우라는 저의 일, 저의 직업이 제 삶의 많은 부분에 이미 들어와 있다. 어릴 때 우연히 시작하게 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운명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분도 생기게 됐던 것 같다. 배우로서 느끼는 행복함이라는 건 단순히 기쁨만으로 표현하기에는 어… 부족할 수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기쁨이 정말 단순히 원색적인 기쁨일 수가 없기 때문에. 그동안 작게 또 크게 그런 감정들을 연기하면서, 연기와는 무관한 작업을 하면서, 작업을 하면서 만나는 인간들을 통해서 저 역시 느껴가면서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 그런 행복감이 없었다면 사실은 지금까지 혹은 앞으로도 이 일을 해내기에 저는 너무 배우로서 재능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맨 윗줄 왼쪽부터 영화 'YMCA 야구단' 민정림, '미옥' 나현정, '모던보이' 조난실, '국가부도의 날' 한시현, '타짜' 정마담, '도둑들' 팹시 역을 맡은 배우 김혜수 (사진=각 제작사 제공)
▶ 33년 동안 많은 작품을 해 왔고 다 애정이 갈 거라고 생각한다. 흥행에 관계없이 조금 더 애착 가는 캐릭터나 작품이 있나.

김혜수 : 말씀하신 대로 작품의 성패와 상관없이 개인적으로는 다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가 있다. 많은 분이 보셨던 영화는 배제하고 선택하면 '이층의 악당'이라는 작품이 있었다. 촬영을 준비하고 촬영하는 과정이 제작 규모와 영화의 성격에 맞게 너무나 컴팩트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제가 사실 코미디 장르를 상당히 겁내는 편인데, 제가 가지고 있었던 코미디라는 장르에 대한 편견 같은 것들을 그 작품을 통해서 많이 지워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한석규 선배와 함께 영화에서 재회할 수 있다는 것도 너무 감동이었고, 손재곤 감독님만이 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이 좀 더 나왔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 있다.

▶ 독립운동가, 조폭 두목, 금융 엘리트 등 남성 배우가 주로 맡았던 역할을 많이 해 왔는데 그에 대한 소회가 궁금하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도.

김혜수 : 네. 제가 배우로서 영화와 함께한 시간이 짧다면 짧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짧다고 단정하기에는 저에게 엄청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최근 10년 내 그런 캐릭터들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 같다. 그거는 사회적 요청, 영화계 내부적인 흐름하고도 무관하진 않았던 것 같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저 말고도 실력 있고 훌륭한 배우들이 많이 있다. 운 좋게 제가 그런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영화계 내부에서도, 일반적인 관객들 시선에서도 이를테면 영화로 보이는 캐릭터의 다양성, 혹은 어떤, 캐릭터의 점유하는 비중들을 놓고 형평성에 대한 얘기들을 많이들 한다. 저는 지금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내부적으로 그런 고민 같은 것들은 끝없이 해 왔고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그것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기까지는 여러 우여곡절이 있다. 기획 차원에서 결과물로 이어지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시도들이 좀 더 가치 있고 좀 더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면서 매우 당연하게 이뤄질 수 있는 그런 환경을 저 역시도 꿈꾸고 있다. 그리고 배우로서 영화인으로서도 그런 다양성, 성별을 넘어서는 그런 존재감을 관객들에게 선사할 수 있는 그런 배역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도전해 보고 싶은 그런 욕망이 있다.

▶ 후배들에게 롤 모델로 자주 언급되는데.

김혜수 : 그, 롤 모델이라는 건 어찌 보면 엄청난 부담감이나 책임감이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기도 하지 않나. 제가 참 비겁하게도 고맙다는 마음과 동시에 (후배들은) 정말 나를 지칭하지 않는 것 같다는 감정도 동시에 느낀다. 후배들이 보는 것처럼 썩 괜찮거나 갖춰진 선배가 아니라는 걸 제가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배우 김혜수와 신철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사진=황진환 기자)
▶ 아직 커버하지 못한 캐릭터, 장르나 개인적으로 만들어졌으면 하는 영화 이야기가 있는지.

올해는 정말 뜻깊다. 한국영화 100년, 그리고 그 100년이란 시간이 결코 짧지 않지만 그때 우리 역사는 요동쳤고 우리 영화는 진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던 것 같다. 제가 경험한 30년 동안도 영화는 큰 폭으로 계속 진보해왔다고 생각한다. 사실 어릴 때는 그런 구체적인 욕망이 있던 것 같다. 왜 아직 나에게는 이런 캐릭터가 제안되지 않는 걸까, 이런 영화를 기획해보면 어떨까… 지금은 어떤 면에서는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다. 구체적인 어떤 것들을 욕망하기에 앞서, 그런 것들을 제대로 마련할 수 있는 준비 과정을 해낼 수 있는 구성원들을 만날 수 있어야 하고 혹은 찾아내야 한다고. 그 이후에 욕망에 대한 것들이 구체화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우리 영화가 굉장히 다양하게 변화해왔고 어떤 시기에 특별히 어떤 장르에서 비약적인 성과가 있었던 때도 있었던 것 같다. 지금,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대형 상영관 그리고 기업화된 영화 구조 이런 것들로 인해서 스케일이 큰 영화, 상업적 폭발력이 있는 영화를 관객들이 더 많이 접할 기회가 생겼다. 그 반대급부에 있는 독립영화를 포함한 작은 영화, 소수의 취향을 존중하는 그런 영화들이 좀 묻히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게 숫자로 줄어들었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환경에 대해서 영화 관계자들과 언론인 여러분들께서 함께 고민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전 세계적으로 사실 엄청난 기술력을 자랑하는 영화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 않나. 우리의 상상 속에 있던 것들을 만날 수 있는 작품도 있고. 저는 이런 기술적인 것들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발전해가고 있지만… 엄청난 눈부신 기술들의 발전 속에서 오히려 새로운 아이디어, 어떤 가 보지 않은 미래의 환경, 인물들을 제시하지만 고도의 기술을 뽐내지 않은, 영화 고유의 기법에 더 집중하는 이런 영화들도 우리도 좀 기대해 볼 수 있지 않나 한다. 저는 '매드맥스'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 정신과 신체 모든 면에서 건강한 연예인의 대표주자로 꼽히는데,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

아, 관리! 제일 먼저 저는 좀 낙천적으로 타고난 것 같다. 사실은 낙천적이고 너무 느슨한 제 기질이 영화 일을 하는 데 굉장한 핸디캡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부분 섬세함을 잡아내야 하고 느끼고 알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저는 제가 그런 쪽에서 무디거나 둔하거나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을 놓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이 일을 짧지 않게 해 오는 순간에도 제 천성이 달라지진 않았지만, 일하는 동안에 필요한 예민함은 조금씩 훈련이 되면서 쌓여갔던 것 같다.

그리고 건강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 제 입으로 이렇게 얘기하는 게 좀, 이게 부끄럽기도 하다. 신철 집행위원장님이 그런 언급을 해 주셨기 때문에… 저는 살면서 인간으로도 배우로도 또 제가 훌륭한 선배님들을 대하면서도 느껴왔고 제 스스로도 매우 중요하다고 느끼는 게 있다. 내가 살아내는 인생을 깊이 있게 느끼고 진짜 내 것으로 체험하고 간접적인 경험도 잘하는 것,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본다. 나이와 상관없이 순도를 유지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믿고, 늘 그 의식을 붙잡고 있다고 해야 할까. 그런 게 있다.

실제 김혜자 선생님을 비롯한 이름을 정말 거론하기 힘들 정도의 훌륭한 대선배님을 가까이서 볼 때 제가 도달하지 못한, 지금의 저로서는 가질 수 없는 엄청난 통찰, 직관, 이해, 그리고 불가능할 정도의 순도가 느껴졌다. 어찌 보면 제 안에 내재된 열망 중 그런 순수함을 잃지 말아야겠다, 그런 순수함을 지켜야겠다 유지해야겠다, 하는 게 늘 있었던 것 같다.

배우 김혜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마지막 인사.

신철 집행위원장 : 우리 김혜수 씨를 옆에 이렇게 모시게 돼서 영광이다. 정말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와 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그 말씀밖에 드릴 게 없다.

김혜수 : 네, 저 역시 매년 눈부시게 비약하고 있는 전 세계 영화인의 축제로 거듭나고 있는 BIFAN 특별전으로 초대받게 돼서 너무 영광스럽다. 영화제를 준비하고 어제 개막식을 경험하면서 '아, 정말 1년 동안 너무나 많은 작업들을 하셨고 너무나 성실히 준비하셨다' 하는 게 느껴졌다. 그 열정에 감탄했고 감동했다.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여러분들께서도 그동안 BIFAN의 궤적과 앞으로의 행보를 응원해주시면, 영화제 이끌어주시는 분들이나 우리 영화에 정말 큰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오늘 이 시간 함께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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