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이나 제대로 깔고"…통신사들, 낯 뜨거운 5G 신경전 3R

요금제→보조금→속도 경쟁
5G 이용자 "전화 잘 터지지도 않는데" 이통3사, 서로 "우리가 최고"

출처=KT 5G 커버리지 맵
5G(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상용화 이후 요금제와 보조금 경쟁을 벌였던 이동통신3사가 이번에는 5G 속도를 놓고 설전에 나섰다.

각사가 자체 측정한 5G 속도 자료를 근거로 "우리가 최고"라며 열을 올리고 있지만, 5G 최고 속도에는 턱없이 부족한데다 서비스 지역(커버리지)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상황이어 소비자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포문은 LG유플러스가 열었다. 유플러스는 지난 24일 일부 신문에 게재한 기사형 광고를 통해 지난 11일부터 사흘 동안 서울 25개구 내 186곳에서 LG전자 V50 씽큐를 사용해 벤치비(모바일 인터넷 속도측정 어플리케이션)으로 5G 속도를 측정한 결과 모든 지역에서 유플러스가 가장 빠르다고 주장했다.

이때만 해도 공식반응을 자제하던 SK텔레콤과 KT는 26일 같은 내용의 기사형 광고가 다시 게재되자 기자들을 불러 모아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KT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유플러스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KT는 "유플러스가 공개한 데이터가 조작되지 않았나 싶다", "치졸하다" 등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유플러스가 공개한 속도 수치에 대한 의문을 제시했다.

또 "(유플러스의 속도가 더 빠르다는 지역에서 KT가 속도를 다시) 확인하고 측정해본 결과 V50씽큐는 유플러스가 좋을지 몰라도 갤럭시S10 5G는 최하위로 나타났다"며 "점유율 30%를 못 넘는 자사 관계사의 제품으로만 측정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출처=KT 5G 커버리지 맵
KT의 기자간담회가 끝나자 마자 SKT도 반격에 나섰다. KT보다 표현은 다소 완화됐지만 "(유플러스의 5G 속도가 1위라는) 결과를 엔지니어로서 인정할 수 없다"며 "지금은 모수가 작아 제3자가 품질을 측정해준다고 해도 믿기 어렵고 (유플러스의 측정방법대로 측정했을 때는) 우리가 이기는 곳이 (경쟁사보다) 더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커버리지 측정의 기준이 되는 기지국 장비·장치를 브리핑하며 SKT의 장치가 경쟁사보다 더 많기 때문에 품질이 더 좋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같은 날 저녁 유플러스는 기다렸다는 듯 LG트윈스와 SK와이번스의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잠실 야구장에서 '5G 속도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6회 초가 끝나자 LG트윈스 치어리더들이 LG전자 V50으로 이통3사의 5G 속도를 측정한 것이다.

유플러스의 속도는 A사와 B사로 표기된 SKT과 KT보다 2배 가까이 빠른 것으로 나타났고 이런 결과는 잠실야구장 전광판을 통해 공개됐다. 이 내용을 촬영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공유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경품행사를 진행한 유플러스는 다음날 SKT과 KT의 기자간담회 내용이 기사화되기가 무섭게 "속도를 공개 검증하자"고 나선 상황이다.

이통3사의 이런 신경전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5G 상용화 직후 이통3사는 '무제한 요금제'와 '단말기 보조금' 등을 두고 이전투구를 벌여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통3사가 통신서비스의 기본인 통신망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상황에서 도토리 키재기 식 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사가 공개한 커버리지 맵(서비스 제공 지역 지도)를 봐도 각사가 5G 서비스 제공지역으로 제시한 지역은 아직도 일부에 불과하고 인구 밀집도가 높은 수도권, 특히 이통3사가 경쟁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서울 지역 안에서도 5G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지역이 있다.

KT가 서울 16개구 주요도로를 이동하는 상태에서 5G망 접속이 유지되는 시간 비율을 따진 '동작율'은 KT가 69%, SKT가 43%, 유플러스가 51%에 그친다. KT 조사라는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5G 이용자의 최소 31%, 최대 57%가 5G 요금제를 내면서 LTE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커뮤니티 반응)
각사가 발표하고 있는 이론상 최고속도도 2.1~2.7GPS지만 유플러스가 27일 잠실야구장에서 측정한 속도는 310~641Mbps에 불과하다. 이통3사가 5G 서비스에 대해 '초고속‧초연결‧초저지연'이라고 입을 모았던 상황이 낯 뜨겁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5G 이용자들은 "LTE(모드)로 바꿔놓고 사용하고 있다", "5G를 끄고 사용하고 있다", "최소한 터지고 나서…", "가격은 그렇게 높이 받으면서 서비스는 형편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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