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고 싶은 박항서, 베트남은 간절하다

베트남축구협회는 계약 만료가 임박한 박항서 감독과 재계약을 맺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하지만 베트남 현지에서는 거액의 연봉을 제시했다거나 '라이벌'인 태국과 계약을 추진한다는 등의 악의적인 기사로 인해 협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노컷뉴스DB)
서로가 원한다. 하지만 협상이 진행되는 만큼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박항서 감독은 지난 2017년 10월 베트남 축구협회와 계약을 맺고 베트남 축구대표팀, 그리고 23세 이하(U-23)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박항서 감독은 이영진 수석코치 등 여러 한국인 지도자와 함께 베트남 축구의 빠른 체질 개선을 이끌었다.

덕분에 베트남은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사상 첫 준우승을 경험한 데 이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대회 참가 역사상 처음으로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박항서 매직'이라고 이름이 붙은 베트남 축구의 가파른 상승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동남아시아 축구의 최강을 가리는 스즈키컵에서 정상을 밟았다. 박항서 감독의 영입은 스즈키컵 우승이 목표였다. 앞선 두 대회는 U-23 대표팀이 이룬 성과였지만 스즈키컵은 성인 대표팀가 만든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2019년 AFC 아시안컵에서는 8강까지 베트남을 이끌었다. 2019 AFC 아시안컵에 출전한 동남아 국가 중 가장 뛰어난 성적이다. 무엇보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라이벌' 태국을 능가하는 덕에 베트남 축구의 자존심을 확실하게 세웠다.

지난 2월 아시안컵이 끝난 뒤 계약 만료를 1년가량 남긴 상황에서 박항서 감독은 '선택'과 '집중'을 언급했다. 2019년 한 해 동안 AFC U-23 챔피언십 예선과 2020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2019 시 게임(Southeast Asian Games)까지 빡빡한 일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다급해진 베트남은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재계약에 나섰다. 지난 26일 베트남축구협회(VFF)와 박항서 감독 측은 첫 협상을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베트남 현지에서는 VFF가 3년의 장기 계약을 제안했으며 재계약에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그에 앞서 일부 현지 매체는 박항서 감독이 거액의 연봉을 요구했다거나 태국축구협회와 협상에 나섰다는 등의 보도를 내놔 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박항서 감독의 소속사 디제이매니지먼트는 27일 언론자료를 통해 "첫 협상은 급여 문제로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었다"면서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 박항서 감독과 VFF가 베트남 축구의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지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전 협의도 중요하지만 협상의 우선 순위가 아니다. 영측의 입장과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한 뒤 금전 협상에 들어갈 것"이라며 "박항서 감독은 천문학적인 연봉에 크게 관심이 없다. 베트남을 동남아 챔피언으로 만들었다는 점, 한국인 지도자의 지위와 위상을 토대로 VFF의 재정 상황을 고려해 합리적인 금액을 논의하겠다"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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