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北 통미배남은 또 다른 대미 사대주의"

정성장 "남측 지원 없었으면 북미회담 불가능…이젠 빠지라며 배은망덕"
"김정은 서명한 4.27합의 부정하는 꼴…양봉음위 반민족적 간부 교체해야"

(일러스트=연합뉴스)
북한이 외무성 국장 명의 담화를 통해 북미대화는 남측이 참견할 문제가 아니라며 '신(新) 통미봉남' 기조를 취한 것은 오히려 대미 의존적 사고를 드러낸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28일 개인 논평을 통해 북한 외무성 권정근 미국담당 국장의 전날 담화 내용을 비판했다.

정 본부장은 "미국하고만 대화하고 남한과의 대화는 거부하겠다는 권정근의 '통미배남'(通美俳南) 입장은 공식적으로는 미제국주의를 반대한다고 하면서도 동족인 남한을 외면하고 미국만을 바라보는 북한 외무성의 대미 사대주의적이고 반민족적인 태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의 이 같은 입장은 내부적으로 비핵화 협상 주도권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넘어가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권정근은 전날 담화에서 "우리가 미국에 연락할 것이 있으면 조미(북미) 사이에 이미 전부터 가동되고 있는 연락통로를 이용하면 되는 것이고, 협상을 해도 조미가 직접 마주앉아 하게 되는 것만큼 남조선 당국을 통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개최는 우리 정부의 적극적 지원 없이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불가능한 것이었고, 그 밖에도 북미대화를 위해 남측이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은 사실을 거론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서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조미관계는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와 미국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에 기초하여 나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국은 대화에서 빠지라고 요구하는 것은 매우 배은망덕한 행위"라고 강력 비난했다.

그는 또 남북 정상이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합의한 사실 등을 거론한 뒤 북한 외무성 핵심 간부가 양 정상의 합의를 부정하는 발언을 한 것은 북한 최고지도자의 권위를 무시한 것이고 대외 신뢰도를 실추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본부장은 "김 위원장이 진정 남북 및 북미관계 개선 의지가 있다면 이처럼 겉으로는 반미 입장을 보이면서도 실제로는 대미 사대주의적이고 반민족주의적인 입장을 보이는 양봉음위(陽奉陰違), 면종복배(面從腹背)하는 인사를 보다 민족주의적이고 대외 협상에 적극적인 인물로 교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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