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일었다. 영상은 스페인을 넘어 프랑스까지 일파만파 확산되며 난민에 대한 혐오를 부채질했다. 문제의 영상은 2015년 11월 남아프리카 공화국 한 대학교에서 녹화된 것으로 등록금 인상에 반발한 학생들이 일으킨 시위 모습이었다. 스페인에서 벌어진 일도 아니었고 난민과도 관련이 없었다. 전형적인 가짜 뉴스이다.
논란은 의도대로 확산됐다. 네티즌들은 개정된 낙태법 지지자들을 비난하며 게시물을 공유하기 시작했고 이는 유럽으로까지 퍼져갔다. 하지만 이 사진은 다름아닌 2016년 10월 할로윈을 기념하면서 만든 케이크였다. 이 역시 가짜 뉴스로 확인된 것이다.
'글로벌 팩트 6(Global Fact 6)' 서밋에서 팩트체크 기사로 선보인 사례다. 앞선 예시를 통해 거짓 정보가 SNS에서 어떤 방식으로 둔갑돼 대중들의 일상에 확산되는지를 소개했다.
글로벌 팩트 서밋은 전 세계 팩트체커들이 한 자리에 모여 관련 현안과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로 올해는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개최됐다. 2014년 영국 런던에서 첫 선을 보인 서밋은 당시 50여 명의 참석자에서 6년 만인 올해 55개국 251명의 참석자로 5배 가까이 늘었다. 그만큼 팩트체크에 대한 관심이 매해 고조되고 있다는 말이다.
◇ "거짓 정보는 바이러스, 팩트체크는 백신"
아프리카체크 설립자인 피터 쿤리프 존스(Peter Cunliffe-Jones)는 지난 19일 기조 연설에서 "나이지리아 모스크에서 시작된 소아마비 백신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SNS에서 확산됐다"며 "일부 지역 신문들이 보도했고 이는 소아마비 백신을 금지하는 정책으로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백신을 금지한 뒤 나이지리아 일부 국민들이 소아마비 희생양으로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파상풍 백신에 대한 거짓 정보 또한 케냐, 카메룬, 세네갈 페이스북에서 확산 되면서 파상풍 희생자들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쿤리프 존스는 "잘못된 정보와 싸우는 것은 바이러스와 싸우는 것과 같다"며 "팩트체크는 백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정보가 전쟁을 유발하고 지속시킬 수 있다"며 "우리는 그들이 왜 틀렸다고 생각하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날 패널로 참가한 바투한 에르선(Batuhan Ersun) 터키 도그룰루크 페이(Doğruluk Payı')의 전무 이사는 팩트체크와 일반 보도에 대한 소신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바트한 에르선은 "팩트체커는 사람을 쫓는 것도, 정치적인 부분을 따라가는 것도 아닌 오로지 주장 만을 따라가야 한다"며 "(잘못된 정보를) 바로 잡으려고 오랜 시간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 앱으로 가짜 뉴스 막아…"인상적"
온라인 상에서 진위 불명의 메시지를 받은 독자들이 왓츠앱에 등록된 아프리카 체크에 보내면 담당자가 팩트체크에 나서는 구조이다. 여기에 독자가 앱으로 음성을 보낼 수 있게 되면서 상호 간의 소통 또한 높였다. 로이터에 따르면 왓츠앱은 브라질, 말레이시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홍콩 등에서 국민 과반수 가까이 쓰이고 있다. 왓츠앱이 거짓 정보의 창구였던 만큼 왜곡된 정보의 확산을 막고 새로운 고객층 확보 또한 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여기에 미국국제언론인센터(ICFJ) 소속의 한나 오조(Hannah Ojo)는 팩트체크를 통한 사실 확인을 비디오 형식으로 게시하자고 주장했다. 디지털 시청자들이 기사를 읽는 것보다 짧은 해설 비디오를 보는 것이 쉽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폴리티팩트를 창립한 빌 아데어 미국 듀크대 교수는 자신의 SNS에 "팩트체커들이 눈에 띄는 짧은 동영상부터 WhatsApp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혁신적인 방법으로 새로운 시청자들에게 컨텐츠를 전달하고 있다, 창의력이 정말 인상적"이라며 호평을 내놓기도 했다.
이 밖에 라우라 좀머(Laura Zommer) 체키도(Chequeado) 기자는 뉴스룸의 사실 확인 가능한 주장을 언론으로부터 자동 전송하는 시스템인 체케아봇(Chequeabot)을 선보이기도 했다.
◇ 학생들에게 '팩트체크' 교육 대안 제시도
젠시 제이콥(Jecny Jacob) 인도 붐 에디터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온라인 상에서 무분별하게 확산된 거짓 정보로 아이들이 영향을 받는다"며 "기사를 읽는 것에 대해 흥미를 잃는 것도 문제"라고 밝혔다.
굴린 카버스 (Gulin Cavus) 터키 테이트(teyit) 에디터도 "어른들이 나서서 아이들을 위해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시간이 들겠지만 포기말고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알렉산드르 카프론(Alexandre Capron) 프랑스24 옵져버 기자는 자국내 미디어교육기구인 클리미(CLEMI)를 소개했다.
클리미는 SNS상에서 올라온 무분별한 거짓 정보의 진위를 파악하도록 영상을 제작하고 학생들과 부모들을 상대로 미디어 교육을 진행한다. 최근에는 자국 내 문화부 지원을 받은 일부 기자들이 지역사회의 미디어 교육에 참여하는 프로젝트인 'Journalist-In-Residence'를 시작하기도 했다.
알렉산드르는 CBS노컷뉴스에 "끌리미를 통해 12~18살 학생들을 대상으로 1년에 20번 정도 교육을 한다"며 "SNS상에 확산되는 거짓 정보를 막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 이 취재는 한국언론학회와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산하 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