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빈 살만 왕세자와 공식 오찬을 주최한 데 이어 친교만찬까지 함께 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연로한 아버지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을 대신해 국정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적 2인자다.
빈 살만 왕세자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에 앞서 이날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해외 정상급 인사의 공항 영접은 통상 외교부 장관이 수행했지만 이날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맡기도 했다.
청와대는 공식 환영식에서 빈 살만 왕세자를 위해 해외 정상의 국빈 방한에 동원되는 의장대 사열까지 준비했다.
청와대가 해외 정상이 아닌 '정상급' 인사'인 빈 살만 왕세자에게 이같은 파격적인 의전을 수행한 이유는 그가 사우디 내에서 추진하고 있는 '비전 2030'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비전 2030' 정책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신산업 육성과 국가 에너지 전환이라는 비전을 수립하고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빈 살만 왕세자의 회담에서 "사우디는 우리의 제1위 원유 공급국이자 제1위 해외건설 수주국이고, 또한 중동 내 우리의 최대 교역국일 뿐만 아니라 최대의 대한국 투자국"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한국은 사우디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비전 2030'의 전략적 파트너국이기도 하다"며 "양국이 사우디의 비전 2030 성공을 위한 전략적 협력을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에 빈 살만 왕세자는 "양국 간에 역사적이면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왔던 형제와 같은 관계가 있다"며 "양국 간 기업들이 활발한 활동을 통해 부가가치를 서로 창출할 수 있는 전략적이고도 중요한 협력 관계를 계속해서 구축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우리는 투자에 유망한 국가로 변모하기 위해 다양한 계획을 세우면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이번에 에너지와 자동차, 관광, 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약이 준비됐지만 아직 양국이 개발하지 못한 유망한 분야도 무척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사우디 양국 인사가 50명씩 참석한 공식 오찬이 열렸고, 이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 등이 참석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오찬 이후에도 이례적으로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에쓰오일의 복합 석유화학시설 준공 기념식에 빈 살만 왕세자와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또 저녁에는 청와대 상춘재에서 빈 살만 왕세자와 별도의 친교 만찬을 가졌다. 우리 정부에서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참석하는 등 소수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이 방한한 해외 정상급 인사와 친교 만찬까지 가진 것은 극히 드물다.
이는 형제국가를 강조하면서 해외 정상급 외교를 진행하는 아랍국가의 특성도 작용했지만,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해외 투자에 적극적인 사우디와의 교역 확대를 통해 무역 다변화를 노리는 우리 정부의 이해관계와도 맞아 떨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빈 살만 왕세자는 문 대통령과의 청와대 만찬 이후에도 서울 한남동에서 국내 5대 그룹 총수들과 '깜짝' 회동을 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 SK 최태원 회장, ㈜LG 구광모 대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이날 오후 8시 전에 삼성의 영빈관 격인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 도착해 빈 살만 왕세자를 맞았다.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승지원에서 이들 5대 총수와 별도로 티타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