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서사' 강화된 영웅들의 이야기…'엑스칼리버'

[노컷 리뷰] 뮤지컬 '엑스칼리버'
오는 8월 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뮤지컬 '엑스칼리버' 공연 중 아더와 멀린 (사진=연합뉴스)
인생이란 정해진 운명의 순리에 따르는 것인가, 자신의 길을 따라 개척해 나가는 것인가.

평범한 시골청년 아더는 고향인 카멜롯에서 친구들과 함께 평온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아더가 성인이 되는 날 드루이드교의 대사제이자 마법사인 멀린이 찾아오게 되고 아더는 자신이 왕이 될 운명을 타고났음을 알게된다.

아더는 멀린의 도움으로 아무도 뽑지 못했던 전설의 검인 '엑스칼리버'를 손에 넣는다. 그리고 오랜 지기(知己)인 랜슬롯과 동반자인 기네비어와 함께 진정한 영웅에 다다르는 고행길에 오른다.

뮤지컬 '엑스칼리버'는 국내에도 너무나 잘 알려진 영국의 서사인 '아더왕의 전설'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오랜 역사 속 아더왕과 엑스칼리버 그리고 원탁의 기사 등은 애니매이션과 영화 등의 소재로 다양하게 변주되며 소비돼 왔다.

뮤지컬 '엑스칼리버' 공연 중 랜슬롯 (사진=연합뉴스)
뮤지컬 '엑스칼리버' 또한 앞선 작품과 마찬가지로 기존 서사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블록버스터급의 화려한 무대 연출과 웅장한 음향 효과가 보완되며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여기에 더해 '엑스칼리버'는 종전의 스토리와 확실한 차별점을 뒀다. 바로 '여성에 대한 서사'다.

뮤지컬 '엑스칼리버' 공연 중 아더와 기네비어 (사진=연합뉴스)
그간 작품에서 공주라고 소개되며 수동적인 인물로 표현되는 아더왕의 부인 '기네비어'는 '엑스칼리버'에서 당당한 여성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매력적인 시골 처녀로 첫 등장하는 기네비어는 운명이라는 것을 고민하는 아더에게 진취적이며 자립적인 개척의 길을 제시한다.

또 무기술에도 능하며 자신의 주변 여성들에게 남성과의 힘 차이를 극복하는 여러가지 무예를 가르치는 강인한 캐릭터로 묘사됐다.


이번 작품에서 독보적인 캐릭터로 평할 수 있는 '모르가나'는 그야말로 '신 스틸러'다.

뮤지컬 '엑스칼리버' 공연 중 모르가나 (사진=연합뉴스)
모르가나는 왕의 딸로 태어났지만, 이복동생인 아더의 등장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잃고 광기와 분노에 사로잡힌다.

멀린의 옛 제자이기도 한 모르가나는 그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사랑과 절규를 내뱉으며 극을 절정으로 이끈다.

배신과 음모 그리고 암중에서 벌이는 모르가나의 술수는 한 없이 악(惡)에 가깝지만, 자신의 비관적 인생을 극복하기 위한 그의 여정을 지켜보다 보면 안타까운 마음도 들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다.

아울러 이를 뒷받침 하는 배우의 폭발적인 성량과 혼신의 고음은 절규에 가까운 그녀의 심정을 십분 대변하며 절정의 몰입감을 전해준다.

이 작품의 작곡을 맡은 프랭크 와일드 혼의 명반은 작품의 깊이를 더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흔든다. 배우들 역시 이같은 장엄한 서사의 노래를 흠 잡을 곳 없는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유려하게 풀어냈다.

또 배우들이 입은 형형색색의 의상은 그들의 감정과 농밀하게 연결돼 있다. 시시각각 바뀌는 의상과 배우들의 감정선은 극의 조밀한 재미를 더한다.

'엑스칼리버'는 아름다운 음향 효과, 웅장한 무대 장치와 화려한 의상,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이 특별하게 돋보이는 작품이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극적 장치들은 관객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옥에 티라고도 부를 수 있을 다소 개연성이 떨어지는 스토리 전개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더왕 역에는 김준수, 카이, 도겸이 캐스팅 됐고, 랜슬롯은 엄기준, 이지훈, 박강현이 배역을 맡았다. 멀린 역으로는 김준현, 손준호, 모르가나는 신영숙과 장은아, 기네비어는 김소향, 민경아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한편, 뮤지컬 '엑스칼리버'는 오는 8월 4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관객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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