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훅!뉴스] 前프로선수 '야구교실'…유소년도 스테로이드

식약처, 前프로선수 운영 야구교실 압수수색
스타노조롤 등 금지약물·투약 매뉴얼 적발돼
야구교실 대표 "사실무근→내가 투약하려던 것"
학생 일부 도핑 '양성'…식약처 수사결과 곧 발표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오수정 기자 (CBS 심층취재팀)

◇ 김현정>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 훅!뉴스. CBS 심층취재팀 오수정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얘기를 해볼까요?

◆ 오수정> 올해 초였죠. 보디빌더들 사이에서 이른바 '약투'바람이 불었습니다.

◇ 김현정> '약투'라면, '사실 약을 써서 몸을 만들었다' 이런 고백이었죠. 뉴스쇼에서도 약투 폭로로 해고당한 보디빌더 선수 겸 트레이너 인터뷰를 했었어요. 몸을 키우려고 하루에 주사를 18방을 맞았었다는 고백을 하셔서 굉장히 화제가 됐습니다.

◆ 오수정> 그렇게 스포츠계의 불법 투약 관행이 드러났는데, 전업 선수들뿐 아니라 운동을 하는 유소년 학생들 역시 불법 약물에 노출돼 있다면 어떨까요?

◇ 김현정> 성인들한테도 위험한 약물을 어린 청소년 학생들도 투약이 됐다? 오늘 훅뉴스, 이 소식을 갖고 오셨군요?

◆ 오수정> 네. 유소년 스포츠에까지 퍼진 불법 투약 실태, 전해드리겠습니다.

◇ 김현정> 그런 사실이 확인된 거예요? 한 두명이 그냥 호기심 차원에서 투약한 게 아니라?

◆ 오수정> 문제가 드러난 곳은 서울의 한 야구교실입니다. 전직 프로선수가 직접 운영하는 곳이에요.

자료사진.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음
◇ 김현정> 야구선수들이 은퇴하고 야구를 가르치는 곳이네요?

◆ 오수정> 취미반이나 사회인 야구 지도를 넘어서, 선수를 양성해 프로선수로 보내기까지 하는데, 이곳에서 스테로이드 계열의 약물이 투약되고 있다는 소문이 흘러나왔습니다.

◇ 김현정> 스테로이드라면, 근육량을 급격히 늘리는 그런 약물이잖아요? 각종 부작용 때문에 이런 약물을 선수들이 투약하는 건 금지돼 있고요. 전직 선수가 운영하는 야구교실에서 이런 약물들이 투약돼 왔다고요?

◆ 오수정> 그런 첩보를 입수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이 최근 이곳을 압수수색했습니다. 그 결과 스타노조롤, 에페드린, 테스토스테론 등 스테로이드 계열의 약물이 대량으로 보관돼 있던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현재 마무리 수사 중인데, 식약처 관계자의 말로 들어보시죠.

[녹취 / 식약처 관계자]
"일단은 저희가 수사 중인 상황이고 아마 자세한 내용은 수사 중인 사항들이라서 아마 결과 나오면 곧 발표할 예정이거든요? 야구선수가 운영하는 야구교실... 저희가 스테로이드 관련 제보도 들어오기도 해서 그 이후에 계속 수사 중인 사항들이 있습니다."

◇ 김현정> 식약처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태반주사제에 다른 약물까지 섞어은 정황까지?

◆ 오수정> 네 그렇게 임의로 약물을 조제한 정황까지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김현정> 지난번 뉴스쇼 인터뷰에서 전직 보디빌더가 뭐라고 했느냐면, '더 하면 의사가 죽는다고 하더라' 했거든요. 스테로이드 약물 남용이 그 정도로 위험한 것인데, 이런 약물들이 유소년 야구교실에서 사용됐다는 거예요?

◆ 오수정> 네 그렇습니다. 성인에게도 위험한 스테로이드를 성장이 끝나지 않은 유소년들이 맞는다면 그 부작용은 더 심하겠죠. 유소년들의 스테로이드 투약에 대해서 한국도핑방지위원회 자문위원인 경희대 이종하 교수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하는데,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 경희대 재활의학과 이종하 교수]
"제일 위험한 것이 뭐냐면 성장판이 조기에 닫히게 됩니다. 그래서 키가 크지 않는 그런 행태가 됩니다. 또 성적 조숙현상, 성조숙증이 생깁니다. 남성 호르몬을 장기간 고용량을 투여할 경우에 심장 근육이라든지 심장 속에 있는 혈관에 변화를 줘서 심장마비가 생기게 되죠."

◇ 김현정> 성인이 되어서도 장기간 고용량을 복용하면 심장마비까지... 성장이 한창 진행 중인 미성년자들인 거잖아요. 앞으로 선수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성장판이 닫힌다는 부작용도 치명적일 거 같은데. 그 야구교실에선 대체 어떻게 이런 약물이 사용됐다는 거예요? 그 야구교실을 운영하는 전직 선수는 뭐라고 해요?

◆ 오수정> 해명을 듣기 위해 직접 야구교실을 찾아갔습니다. 선수 출신의 이 업체 대표는 처음에는 이런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더라고요. 들어보시죠.

[녹취 / 유소년 야구교실 대표]
"압수수색이요? 잘못 알고 계시는 거 아닌가요? 다른 곳 아니고 저희가 압수수색을 당했다고요? 누가 그래요? 식약처요? 제가 한 번 확인해봐야 할 거 같은데. 지금 다른 곳이랑 착각하신 거 아니구요?"

◇ 김현정> 아니, 식약처가 압수수색까지 하고 수사가 마무리 단계라는데 이분은 모른다?

◆ 오수정> 저희도 뭔가 착오가 있나 싶어서 재차 확인을 했습니다. 사실이 맞았고요, 취재 결과를 바탕으로 다시 물으니 이제는 말을 바꾸더라고요. 대표의 말을 또 들어보시죠.

[녹취/ 유소년 야구교실 대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이제 은퇴를 하면서 제가 살이 좀 많이 빠졌었어요. 야구교실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운동을 했는데 몸이 너무 왜소해지는 거예요. 그래서 쉽게, 인터넷에 보니까 이런 것들이 즐비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어서, 제가 준비를 했던 부분이에요. 헬스하시는 분들이나 유튜브 보면 워낙 많이 나오잖아요. 보니까 손쉽게 구입할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갖고 있던 것뿐인데 너무 억울한 부분이 많이 있어요."

◇ 김현정> 말이 바뀌었네요. "전혀 모르는 사실"에서 "약을 가지고는 있었다." 청소년들한테 투약하고 그런 것은 아니라는 얘긴데, 이 말도 믿을 수 있을까 싶네요.

◆ 오수정> 확인을 해봐야겠죠? 그래서 식약처 조사단이 이 야구교실을 다녔던 일부 학생들을 상대로 도핑테스트까지 해봤다고 해요.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몇몇 유소년 선수들에게서 약물이 검출됐다고 합니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에서 금지약물로 지정된 스타노조롤. KADA 홈페이지 캡처
◇ 김현정> 그럼 야구교실을 운영하던 대표가 자기가 맞으려고 그냥 보관만 했던 게 아니라, 유소년 선수들에게 실제 투약됐다는 거 아니에요?

◆ 오수정> 그런데도 대표는 끝내 부인하더라고요. 그런 사실이 있다 해도, 자기는 영문을 모르겠다고요.

◇ 김현정> 그럼 학생들이 보관된 약물을 자기 마음대로 투약했다는 거예요?

◆ 오수정> 이 증거를 앞에 두고도 계속 부인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조사단은 야구교실에서 쓰던 문건도 확보를 했는데, 훈련일지와 메모지도 포함돼 있었다고 해요. 거기엔 유소년 선수들이 스테로이드 약물을 언제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적혀있었다고 합니다. 첫째주에는 몇 알, 둘째주에는 몇 알, 셋째주는 휴약, 먹지 않는 식으로. 선수 한명 한명의 복용방법이 매뉴얼처럼 기입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김현정> 아주 구체적인 복용 매뉴얼이 적힌 메모까지. 이 정도면 조직적으로 약물을 투약해온 셈이네요.

◆ 오수정> 그렇죠. 자신이 투약하려 보관했다는 게 대표의 변명이지만, 그 말을 따른다 해도 양이 엄청났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식약처는 대표의 해명에 설득력이 없다고 보고 있네요.

◇ 김현정> 그럼 유소년 선수들은 어떻게 투약하게 됐는지가 궁금한데, 선수들도 직접 만나봤어요?

◆ 오수정> 해당 야구교실을 다녔던 선수들을 수소문해봤는데, 아직까지 스테로이드 약물을 투약하거나 봤다는 증언을 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있다 해도 쉽게 고백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 김현정> 스테로이드 약물을 투약한 사실이 알려지면 그 선수들도 불이익을 받을 거 아니에요?

◆ 오수정> 한국도핑방지규정에 따르면 금지약물을 투여한 선수에게는 최소 4년의 자격정지 조치가 내려집니다. 만약 투약했더라도 순순히 사실을 인정할 수 없겠죠.

◇ 김현정> 프로선수들이 도핑검사에서 걸리면 얼마 동안의 자격정지, 이런 게 이뤄지는데 미성년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돼요?

◆ 오수정>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학생들은 대개 프로진출을 목표로 야구교실을 찾아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거든요. '스테로이드를 투약했다' 이런 소문에 휩싸인다면 선수생명 자체가 끝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 부분은 기영노 야구평론가의 설명으로 들어보시죠.

[녹취 / 기영노 야구평론가]
"문제는 프로출신 선수가 아니라 피해자일지 모르는 어린 학생인데. 이 선수가 약물에 오염된 이상 앞으로 학원 스포츠를 하건 프로선수가 되건 앞으로 진로에 엄청나게 장애를 초래받을 가능성이 높아요."

◇ 김현정> 앞으로 진로가 확정되지 않은 유소년 선수들이잖아요. 선수들의 진로문제가 걸려있으니 투약문제가 더 드러나기 힘든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의 최근 5년간 유소년 선수 도핑 적발 현황. 바른미래당 이동섭의원실 제공
◆ 오수정> 네. 저희가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실을 통해서 최근 5년간 유소년선수 도핑검사 적발현황을 살펴봤는데요. 도핑 양성 반응이 나온 20세 이하 유소년 선수는 한 해 적으면 1명에서 많으면 9명 정도가 적발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 김현정> 많아야 한 해에 9명 정도가 공식적으로 적발이 돼요. 그런데 이 야구교실 한 곳에서만 몇몇의 선수들이 적발이 된 거예요. 그러다보니 빙산의 일각이 아니냐,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있는 것 아니냐 의심을 해볼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닌가요?

◆ 오수정> 네. 아직 유소년 스포츠계에서는 프로스포츠에서처럼 도핑검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진 않습니다. 전국체전이나 국가대표 후보선수 대회처럼 규모가 큰 일부 대회에서만 이뤄지다보니 유혹에 빠질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앞서 들으셨다시피 걸리는 순간 선수생활이 본격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날 수 있다 보니 더욱 쉬쉬하는 경향이 있고요,

◇ 김현정> 저희가 올해 초에도 '약투' 인터뷰를 내보내드리면서도 이런 것들이 공론화돼서 근절되기를 바랐는데 이런 약물이 유소년들에게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니 참 충격적이에요.

◆ 오수정> 용기를 내서 약물사용을 고백했던 분들도 씁쓸한 심정이라고 하네요. 유튜브를 통해 일명 '약투' 폭로를 이어가고 있는 박승현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 박승현 전직 보디빌더]
"일단은 약투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게 되었지만 여전히 약투가 끝나고도 많은 분들이 약물의 위험성에 대해 알고 나서도 저에게 약물 사용법을 '그래도 위험하지만 쓰고싶다. 알려달라'는 무지한 분들이 많습니다."

◇ 김현정> 심지어 약투를 폭로하는 분에게 약물 사용법을 문의하는 사람들도 많다? 스테로이드 약물 남용이 오히려 더 심각해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네요. 이번에 새로 드러난, 유소년 선수들에게 약물 투약이 이뤄진 야구교실의 대표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 오수정> 수사 결과에 따라 약사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법에 따르면 스테로이드를 포함한 전문의약품을 일반인이 취급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지도자로서도 영구 자격정지가 논의될 수 있고요.

◇ 김현정> 스테로이드 약물을 투약하게 했거나 방조했다면, 더 이상 학생들을 가르쳐선 안 되겠죠.

◆ 오수정> 지난 4월 스테로이드를 불법 유통한 보디빌더를 적발했던 식약처로는 계속해서 관련된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고 해요. 이번 유소년 야구교실 스테로이드 사건도 그런 제보의 연장선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수사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 김현정> 지금 한 청취자가 문자를 주셨는데 '이 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이런 문자가 왔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제보를 주실 분들 있다면 저희 앞으로 주십시오. 연락드리겠습니다. 오수정 기자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더 전해주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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