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올해 물가상승률 1.1%보다 낮아질 전망"

"통화정책으로 물가 직접제어 어려워…중앙은행의 고민"
"수요·공급·정책 요인 외 경제 구조적 변화도 물가상승률 낮춰"
"물가,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 종합 고려해 적절 대응"
"현재 통화정책 여력이 없진 않으나 아주 많지도 않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오찬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의 저물가 상황이 통화정책으로 직접 제어하기 어려운 복합적 여건에서 벌어지고 있어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월 전망치인 1.1%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25일 오찬기자간담회에서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압력이 미약한 가운데 공급 측면과 정부정책 측면에서 모두 당분간 물가의 하방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금년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 전망치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 4월 금융통화위원회 뒤 기준금리 1.75% 동결을 발표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2.5%, 소비자물가 상승률 1.1%를 전망한 바 있다. 이 총재 전망대로라면 올해 물가상승률은 1%에 못미칠 가능성이 있다.

올들어 5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기대비 0.6%에 그쳤다. 지난해 하반기 상승률 1.7%에 비해 상당폭 낮아진 데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 2%에도 크게 밑돈다.

이 총재는 "먼저 수출과 투자가 감소하고 소비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성장세가 주춤한 모습을 보임에 따라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압력은 약화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공급 측면에서 보면 금년 들어 국제유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 이상 하락했으며, 양호한 기상여건 등으로 농산물 수급여건도 개선됐다"고 원인을 설명했다.


이어 "아울러 정부정책 측면에서는 일부 공공요금이 인상됐으나, 무상교육이 확대되고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됐다. 공급측 요인과 정책 요인은 모두 물가의 오름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내년 이후에는 기조적 인플레이션이 1%대 초중반 수준을 나타내고 있고 공급충격에 따른 물가의 하방압력이 올해보다 줄어들 것인 만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차츰 높아질 것으로 이 총재는 내다봤다. 그럼에도 "목표수준(2%)에 수렴하는 속도는 당초 예상에 비해 완만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이 총재는 수요·공급·정책의 단기적 변동요인 외에도 중장기 시계에서 경제구조적 변화도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 통합과 기술 진보와 같은 경제의 구조적 변화도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대외개방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인플레이션 변동에 대한 해외 요인의 설명력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데다, IT기술에 기반한 온라인 거래의 확산도 물가를 낮추는 방향으로 점점 더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렇듯 통화정책으로 직접 제어하기 어려운 영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중앙은행의 입장에서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고 토로했다. 기준금리를 내린다고 물가가 목표 수준만큼 올라갈 것으로 단언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 총재는 "저인플레이션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주요국에서도 공통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은 경기순환적 요인 외에 인플레이션 동학에 변화를 주는 구조적 요인에도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어서, 중앙은행은 과거에 비해 물가 움직임에 대응하기 점점 어려워지는 난관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물가여건 외에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 전반을 감안한 통화정책을 펴겠다는 게 이 총재의 입장이다.

이 총재는 "물가안정이라는 통화정책의 기본 책무에 충실하게 현재의 저인플레이션 상황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최근의 저인플레이션을 조금 끌어올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일 필요는 없다는 신중한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에서는 물가 여건뿐만 아니라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창립기념사에서 언급했듯이 상황변화에 따라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총재는 금리인하 여력이 충분한지 여부에 대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응 과정에서 기준금리가 한때 1.25%까지 낮아지기도 했지만, 현재 1.75%가 과거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높던 시절에 비해 여유가 많다고 볼 수는 없다"며 "현재 통화정책 여력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아주 많은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경제성장 전망과 관련해서는 "미중 무역분쟁 등 리스크 요인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번주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 산업활동 동향과 실물경제 지표를 더 지켜봐야 정확한 성장흐름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7월 경제전망 발표 때까지 3주 정도 시간이 있으니 이러한 요인의 전개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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