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으로 회귀한 여의도…'반쪽 국회' 장기화 우려

한국당, 2시간 만에 합의 번복…민주 "국민 여망을 정면으로 배반"
민주 "예정대로 국회 일정 돌입" vs 한국 "패스트트랙 철회해야"…여야 '마이웨이'

나경원 자유한국당,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기자회견을 한 후 자리를 나서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자유한국당이 여야 3당 교섭단체의 국회 정상화 합의를 뒤집으면서 국회는 또다시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모양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24일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합의문에 대해 의원들이 '조금 더 분명한 합의가 있어야 된다'는 의사표시가 있었다"며 "우리 당에서는 (합의문에 대한) 추인이 어렵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쯤 나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이인영.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와 함께 국회 정상화 합의문을 발표한 지 2시간 만에 합의를 뒤엎는 모양새다.

한국당 의총에서는 강경파의 반발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패스트트랙에 대한 사과와 철회를 민주당의 유감표명으로 대체한 부분이나 5.18진상규명 특별법 등을 합의한 것을 두고 강한 불만이 쏟아졌다.

여야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국회 정상화의 길은 더욱 요원해졌다.

일단 여야의 협상 문턱은 더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회동을 하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당장 한국당은 민주당에 패스트트랙 철회와 사과를 다시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나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의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선거법,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을 원천 무효화 시키라는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패스트트랙에 대한 철회와 사과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온 만큼 이 부분에서는 어느 한 쪽의 주장이 일방적으로 관철될 가능성은 낮다.

또 한국당에서 북한 목선의 월남 논란과 관련해 군의 경비 실패와 은폐.축소 의혹에 대해 국정조사를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바른미래당에서 야4당에 북한 목선 월남 논란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추진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한국당의 합의 파기에 민주당은 격양된 분위기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합의 파기 선언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합의를 부정하는 행위는 민심을 거스른다는 면에서 국민의 국회정상화를 바란 여망을 정면으로 배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민주당 이원욱 수석부대표도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합의를 뒤집으면, 앞으로 어떻게 한국당을 믿고 합의를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며 북한 목선 월남 사안과 관련한 국정조사에 대해 "지금은 논의할 단계도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당분간 민주당과 한국당 사이에 물밑 접촉마저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원내대표는 향후 협상과 관련해 "저쪽 상황이 정리돼야 판단할 문제"라고 했고, 이 수석부대표도 "언제 만날지 생각 좀 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관계가 더욱 틀어진 가운데 각 당은 자신들만의 계획표대로 움직인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여야 3당 합의문에 명시된 일정대로 교섭단체 연설과 대정부 질문, 추경 심사 등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애초 여야 3당이 서명한 합의문에 따르면, 28일부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새로 구성해 추경 심사에 들어가고, 이후 교섭단체 연설과 대정부 질문 등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예결특위 등 한국당이 위원장을 맡는 상임위는 한국당의 동의 없이 현실적으로 열리기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반쪽 국회'가 될 공산이 크다.

한국당은 기존에 밝혔던 대로 북한 목선 월남 등 현안과 관련한 상임위만 선별적으로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 역시 국방위는 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국방위 역시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사진=연합뉴스)
안규백 의원은 CBS기자에게 "국회를 열었는데, 상임위를 선별적으로 들어오는 게 어디 있느냐"며 "국방위 역시 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 역시 한국당의 요구대로 열리기는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가 버린 국회는 25일을 기준으로 파행 81일째를 맞는다.

또 61일째 표류하는 추경과 탄력근로제 단위시간 연장,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유치원 3법', 택시.카풀 합의 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민생.경제 과제들이 국회에 산적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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