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앓던 용산참사 철거민, 스스로 목숨 끊어

10년 전 용산참사 당시 살아남았다가 3년 9개월 복역
진상규명위 "철거민들에 책임 떠넘긴 경찰·검찰 국가가 그를 죽인 것"

지난 2009년 용산참사 당시 상황(사진=연합뉴스)
지난 2009년 용산참사 당시 삶의 터전을 잃었던 철거민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서울 도봉산에서 용산4구역 철거민이었던 김모(49)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전날 저녁 가족과의 통화에서 "내가 잘못되어도 자책하지 말라"고 말한 뒤 연락이 두절됐고, 다음 날 시신으로 발견됐다.

용산참사가 일어난 남일당 건물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던 김씨는 당시 망루 농성에 참가했다가 4층에서 뛰어내려 생존했다. 이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져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3년 9개월간 복역한 뒤 2012년 10월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위원회 측은 "김씨가 출소 이후로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우울 등 트라우마 증세를 보이며 괴로워했다"며 "최근 몇 개월 전부터 증세가 나쁘져 우울증 약을 복용했고, 가족들도 김씨가 속내를 이야기하지 않고 혼자 많이 힘들어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씨의 죽음은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 아니다. 과잉진압과 잘못된 개발에 책임지지 않고 철거민들에게 죽음의 책임을 뒤집어쓴 채 살아가게 떠민 경찰·검찰·국가가 그를 죽였다"며 "10년이 지나도 (진상이) 규명되지 않은, 용산참사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결론으로 종결된 결과가 그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빈소는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위치한 정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발인은 오는 25일 오전 5시로 예정돼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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