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실시한 근로조건 자율개선사업에도 자율 개선에 나서지 않은 11개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수시 근로 감독을 진행해 24일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노동부는 2017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종합병원 43개소를 대상으로 1차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연장근로 수당,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 등 690여억원을 체불하고, 직장내 성희롱이나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 등을 적발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종합병원 50개소를 대상으로 연장근로 수당 미지급, 서면 근로계약 미작성 등 노동관계법 위반사항(268건)을 확인해 개선하기를 권고하고, 근로조건 자율개선사업을 진행해왔다.
그럼에도 자율개선에 나서지 않은 병원 11개소에 대해 노동부는 지난 2월부터 약 4개월에 걸쳐 추가 근로감독을 벌여, 37건의 노동 관계법 위반 사항을 확인했다.
우선 감독 대상인 11개 모든 병원에서 각종 수당 및 퇴직금 등을 미지급하고 있어 이른바 '공짜 노동'이 병원업계 전반에 널리 퍼져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실제로 감독 대상 병원에서 체불한 연장·야간·휴일수당이나 퇴직금, 최저임금 미달,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등 각종 체불 금품을 합하면 63억여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대 근무를 하는 간호사들은 환자 상태 확인 등 업무 인수 인계가 필요해 정해진 근무시간 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관행이 널리 퍼져있는데도, 대부분의 병원은 출퇴근 시간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아예 갖추지도 않고 있어서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정규직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수당을 동종·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지급하지 않는 차별적 처우 사례도 확인됐다.
심지어 일부 졍원은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조차 주지 않거나, 서면 근로 계약도 제대로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논란으로 불거졌지만 병원 업계는 여전히 쉬쉬해왔던 '태움' 관행도 확인됐다. 노동부는 이번 근로감독에서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 등으로 폭언과 폭행을 벌인 직장 내 괴롭힘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부 병원에서 자정 노력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 등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노동부의 판단이다.
노동부는 노동 관계법 위반 사항은 규정에 따라 위반 사항별로 시정 기간을 부여해 시정 조치할 예정이다. 또 '공짜 노동'을 예방하기 위해 출퇴근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막도록 인사 노무관리 시스템을 개선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태움' 관행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발생 시 조치 등에 관해 취업 규칙에 반영하는 등 예방·대응체계를 만들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아울러 병원업계에 근로 감독과 근로 조건 자율 개선 사업의 결과를 정리해 안내 자료를 제작하여 배포하고, 정기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하기로 했다.
노동부 권기섭 근로감독정책단장은 "이번 종합 병원에 대한 수시 근로 감독이 병원업계 전반에 법을 지키는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