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 도널드 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이 친서를 보내어 왔다"며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읽어보시고 훌륭한 내용이 담겨있다고 하시면서 만족을 표시하셨다"고 전했다.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김 위원장의 친서를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기 때문에, 2월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대화가 잇달은 '친서 외교'를 통해 돌파 국면을 찾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청와대 내부에 감지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발송은 우리 정부도 미리 알고 있었다"며 "지난번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처럼 이번에도 우리 정부과 관여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미 정상간 진행되는 친서 교환이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북한이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는 김 위원장의 지난 11일 친서에 대한 답신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한·노르웨이 정상회담 직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와 관련해 "미국이 대강의 내용을 알려줬다. 흥미로운 대목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의 친서에 대해 "아주 긍정적인 무언가가 일어날 것으로 본다"고 언급해 북미 비핵화 대화 돌파 국면이 마련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모았다.
특히 이날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한다"며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 볼 것"이라고 높이 평가한 대목도 눈에 띈다.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던 북한이 지난 4월 북러 정상회담과 지난 20일 북중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북미간 첨예하게 맞서던 비핵화 방법론에 대해 일정 정도의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시그널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주 일본 오사카에서 시작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문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잇달아 한중, 한러 정상회담을 여는 만큼,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북한의 의중을 판단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이번 주 방한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북미간 친서외교가 활발이 벌어진 것도 의미심장하다.
비건 특별대표의 방한 목적은 G20 정상회의 직후 이어지는 한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것이지만, 판문점에서 북미 실무협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지난 지난 15일(현지시간) 한·스웨덴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미 간 구체적 협상 진전을 위해서는 실무협상이 먼저 열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비건 특별대표가 북한 실무팀과 대화 테이블에 앉을 경우 이번 주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열기 위한 문 대통령의 '촉진자' 역할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