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서외교'로 북미대화 촉발…7월 '릴레이협상' 선순환 이룰까

"흥미로운 내용, 심중히 생각해볼 것" 교착국면에 돌파구 역할 기대
북핵 '계산법' 놓고 北美 절충 가능성…실무협상 재개 신호탄
비건-최선희 회담 성과 주목…한미·남북·북미정상회담 선순환 관심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친서외교'가 재개되면서 비핵화와 체제보장 등을 둘러싼 북미 간 협상의 교착국면에 돌파구가 뚫렸다.

북한 주요 매체들은 23일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받고 "훌륭한 내용이 담겨있다고 하면서 만족을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한다"면서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친서는 지난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김 위원장의 '아름다운 편지'에 대한 답신 성격으로 보인다.

두 정상 간의 편지 교환은 하노이 회담을 앞두고 지난 연말과 연초 이뤄진 이후 거의 반년 만에 재개됐다.

1,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에 중요 매개체가 된 '친서외교'가 재가동하면서 한때 비관적이던 협상 전망을 다시 밝게 하고 있다.

이번 친서 교환에서 알 수 있듯 양측의 물밑접촉은 최근 미약하게나마 시작됐다. 하지만 이제 본격적인 협상 단계로 접어드는 형국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북미 실무접촉 재개의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국무부가 김 위원장의 친서가 전달된 직후인 지난 12일 실무회담을 공식 제안한 것과, 비슷한 시점 문재인 대통령도 북유럽 순방 중 북미 실무회담을 촉구한 사실을 거론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답신에 대해 '훌륭한 내용', '흥미로운 내용'이라며 만족감을 나타내고 '심중히'(깊고 침착하게) 생각하겠다고 밝힌 부분도 주목된다.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갖고 오지 않는 한 협상에 절대 응할 수 없다던 북한 입장을 고려할 때 모종의 전환점이나 절충안이 마련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조성렬 위원은 "친서의 성격상 구체적인 얘기는 없었겠지만 하노이 회담 잠정합의안의 연장선상에서 더 발전시키고 구체화하자는 정도의 내용이 담겼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럴 경우 김 위원장으로선 미국의 셈법 전환을 이끌어낸 성과라고 대내 선전할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비욘드(beyond) 영변'을 통해 보다 현실적인 빅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자력갱생·버티기 태세에 돌입하면서 제재완화 대신 체제보장이라는 보다 근본적 문제를 상응조치로 요구했다.

하지만 이는 김 위원장의 실제 본심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판돈'을 높이는 허장성세로 대미협상에서의 열세를 막고, 대내적으로는 회담 실패로 훼손된 리더십을 복원하고자 하는 의도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가 공개된 시점도 흥미롭다.

앞뒤 정황을 감안할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20~21일) 직후 베이징 주재 외교공관 등을 통해 답장이 전달됐고 북한이 곧바로 공개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 입장에선 시 주석의 방북과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가 노동신문 1면 등을 통해 연일 대서특필되면서 손상된 체면을 다시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시 주석 방북에 따른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심중히 생각해 볼' 답신 한 통으로 관심의 눈길을 돌려놨다.

북미 실무접촉이 본격 재개되면 미국 측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한 측은 기존 김혁철 대미특별대표를 대신해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전면에 나설 공산이 크다.

이번 주 방한하는 비건 대표는 판문점이나 평양에서 북측과 실무회담을 벌이고 이를 토대로 이달 말 한미정상회담에서 모종의 대북 메시지가 발신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흐름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다음 달부터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개최의 선순환 구조도 기대해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시점을 예상하긴 어렵지만 시진핑 주석의 한국 방문과 한일 정상회담 개최 등을 통한 동북아 외교전이 본격 전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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