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사회수석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가 지난해 11월 장하성 초대 정책실장 후임으로 발탁된 김수현 전 정책실장은 7개월만에 물러났다.
지난해 6월 홍장표 전 경제수석과 반장식 전 일자리수석 동시 교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직을 던지고 급하게 투입된 윤종원 전 경제수석 역시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이번에 옷을 벗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정책실장, 경제수석 동시 교체 인사가 단행되기 몇 시간 전 아침 회의에서 두 사람이 작별인사를 하면서, 청와대 내 참모들도 두 사람의 동시 교체를 알았을 정도로 이번 인사는 비밀에 붙여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수석 동시 교체 처방은 집권 3년차를 맞아 현 경제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동시에 그동안 미진했던 각종 경제지표에 대한 분위기 쇄신 차원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집권 중반기로 본격 진입하면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경제라인을 새롭게 꾸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던 경제상황은 대외 여건악화 등의 영향이 지속되고, 국내 혁신 성장 분야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가 도출되지 못하면서 올해 하반기 경기하방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인구 구조적 문제가 여전히 크게 작용하면서 고용 성과도 지난해와 견줘 월등히 나아지고 있지 않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고용 지표가 나쁜 부분은 참으로 아픈 대목이다. 고용이 나쁘니 정부가 할 말이 없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달 집권 2주년 기념 방송대담에서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0.3% 역성장한 것과 관련해 "정부나 한국은행에서는 2분기부터 좋아져 하반기에는 2% 중후반 수준으로 회복할 전망과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지만, OECD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 3월보다 0.2%포인트 낮은 2.4%로 수정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수석 동시 교체라는 카드로 분위기를 쇄신하고 대신 출범 직후부터 견지해온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이를 수정보완할 것으로 보인다.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전부터 'J노믹스'의 큰 그림을 그렸고, 현 정부 경제정책 기조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호승 신임 경제수석 역시 정통관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초기 청와대 일자리기획비서관을 거쳐 기재부 1차관으로 승진했다가 6개월만에 다시 청와대로 돌아왔다.
두 사람 모두 현정부 경제정책의 큰 그림을 그렸던 인물인 만큼, 소득주도·혁신성장·공정경제 등에 있어 우선순위 조정을 하더라도 이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 실장은 취임 일성으로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등 3대 축으로 국민이 모두 잘 사는 사람중심 경제의 길로 가고자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에 청와대에서 나가게 된 김수현 전 정책실장과 윤종원 전 경제수석은 잠시 숨을 돌린 뒤 내년 총선 준비가 본격 시작되는 올해 하반기 주요 보직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실장은 정책실장 자리를 7개월만 맡았지만, 문재인 정부 청와대 초기 멤버로 2년 넘게 청와대에서 근무를 했다는 점에서 많이 지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실장은 이르면 오는 8월로 예정된 개각(改閣) 때 김현미 현 국토부장관 후임으로 기용될 것이란 관측이 벌써 나온다.
참여정부 때부터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 부동산 정책을 주도했고, 이번 정부에서도 부동산 정책에 일부 관여해왔기 때문이다.
윤 전 수석의 경우 청와대 근무가 1년이 조금 안됐지만 청와대 입성 직전 OECD 대사와 IMF 상임이사 등을 잇달아 맡으면서 휴식기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수석은 여권을 중심으로 총선 출마 얘기가 나오는 홍남기 경제부총리나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임으로 거론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경질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며 "두 분 모두 휴식기를 일정정도 가진 뒤 중임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