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15~19:55)
■ 방송일 : 2019년 6월 21일 (금요일)
■ 진 행 : 이범 (교육평론가)
■ 출 연 : 은유 (작가)
◇ 이범> 학습도 실습도 아닌 죽음의 노동에 몰리다. 한 특성화고 현상실습생의 죽음을 통해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책. 얼마 전에 나왔는데요. 이 제목이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이라는 책입니다. 여기에 나온 소설 한 구절을 제가 지금 막 말씀드렸는데요. 오늘 이 책을 쓰신 작가님을 모시고 죽음의 노동현장으로 내몰리는 우리 청소년들의 현실 그리고 주변 이야기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은유 작가님 나오셨어요. 어서 오세요.
◆ 은유> 안녕하세요.
◇ 이범> 은유가 실명이십니까?
◆ 은유> 필명입니다.
◇ 이범> 우리가 직유법, 은유법 배울 때 그 은유인 것 같은데요.
◆ 은유> (웃음) 네 메타포.
◇ 이범> 이 책의 내용이 현장실습자의 죽음을 계기로 우리의 삶 자체를 다시 좀 생각해 보자. 이 책의 모티브가 된 게 고 김동준 군. 현장실습 하다가 산업재해로 사망한 이 사건이었는데, 이 김동준 군 어머니께 인터뷰 요청을 하시면서 편지에 이렇게 쓰셨다구요. 먼저 이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설명해주신다면요.
◆ 은유> 저도 원래 일하는 사람으로서 노동자들의 사건사고가 워낙 많으니까 계속 관심은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세월호 이후에는 우리 사회에 구멍이 많구나 하는 걸 알게 됐고 이 구멍을 메우지 않으면 아이들이랑 사회적 약자들이 많이 희생되겠구나. 그래서 제가 글 쓰는 사람으로서 그 구멍을 메우는 일을 해야 되겠다 이렇게 생각하던 중에 책 작업(요청)이 왔어요. 그런데 보니까 현장실습생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더라고요. 항상 무슨 사건사고가 나면 김 군, 이 군 이런 식으로 납작하게 호명만 되지 그 고인들이, 학생들이 어떤 삶을 살고 싶었는지 이런 자세한 삶의 이야기는 기록이 없더라고요.
◇ 이범> 그러니까 뉴스의 일부로 그냥 나올 뿐이지.
◆ 은유> 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한번 진지하게 이 친구들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지만 어떤 삶을 살고 싶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이런 생각에서 응하게 됐습니다.
◇ 이범> 작가시니까 아무래도 책을 생각하셨을 거고. 그런데 그 형식을 보면 인터뷰를 많이 활용하셨는데요.
◆ 은유> 그 인터뷰라는 형식을 택하게 된 건 전문가나 그런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의 분석 기사가 갖는 한계가 있잖아요. 그래서 이왕이면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주자. 청소년의 언어, 노동자의 언어가 사회적으로 잘 수용되지 않는, 아무래도 들리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는데요. 당사자가 직접 이야기를 해야 그 폭력이 발생하는 맥락 그리고 그런 일 다 누구나 있지, 그런 게 아니라 이 사람이 왜 이렇게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는지 구체적이고 섬세한 부분까지 살리고 그래야 현실적인 대안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인터뷰를 택했고요. 모든 정보가 많이 쏟아지는 시대인데 책이 아무래도 깊은 생각을 가능하게 하는 매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 이범> 김동준 군 사건이 몇 년에 있었던 일이죠?
◆ 은유> 2014년 1월에 있었습니다.
◇ 이범> 14년. 집필하시는 데 거의 2년쯤 걸렸다고 제가 들었는데 가만히 보면 그 와중에 2017년 11월에 있었던 사건이죠? 제주도의 역시 특성화고 학생인데 현장실습하다 산업재해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 은유> 이민호 군 사건입니다.
◇ 이범> 관련된 주제로 책 쓰시다가 또 이런 사건 터지니까.
◆ 은유> 계속 일어났죠. 구의역 김 군 사건도 있었고.
◇ 이범> 2016년에 있었던 일이고요. 구의역 김 군은 현장실습생은 아니었지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 은유> 그렇죠. 특성화고 졸업생.
◇ 이범> 만 19세에 그런 산업재해를 당해서 사망을 했는데.. 작가로서 작업하다가 트라우마 이런 거 생기지 않아요? 굉장히 마음 무거우셨을 것 같아요.
◆ 은유> 그렇죠. 저도 그냥 그런 사건이 났구나 안타깝다, 이렇게 보던 위치가 아니라 내부자로서 당사자로서의 위치변화가 좀 일어났고, 이걸 빨리 알리지 않으면 이 사건이 해결이 안 되겠구나 안타까운 죽음이 계속 일어나겠구나 해서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 이범> 사실 요즘 어떤 학교가 자사고에 지정이 되느냐 안 되느니 해서 또 크게 논란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 교육의 양극단을 우리가 지금 다 보는 것 같아요. 반대쪽에서는 또 사람들이 그리 신경 쓰지 않는 특성화고에 많은 학생들이 다니고 있고.
◆ 은유> 안타까워요. 이건 사람이 사실 죽고 사는 문제인데. 안전의 문제잖아요.
◇ 이범> 그렇죠.
◆ 은유> 그것은 자신의 이익을 조금 덜 누리느냐 포기하느냐. 어떻게 보면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인데 또 사회적으로 관심이 너무 떨어지니까 좀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범> 그래서 책의 제목도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이라고 하셨습니다. ‘알지 못하는’ 이라는 표현을 쓰신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짐작이 되는데요.
◆ 은유> 말 그대로 김동준 군은 모르는 타인이죠. 모르는 어떤 한 아이인데 저도 만난 적은 없고.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보면 자기 자신도 잘 알지를 못하는 것 같아요.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왜 회사를 다니는지. 그리고 이렇게 힘든지. 그래서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통해서 알지 못하는 또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중의적으로 썼어요.
◇ 이범> 책의 내용을 보면 어떤 사회적인 문제를 그냥 고발하고 드러내는 이러한 측면도 물론 포함돼 있지만 우리의 삶을 전체적으로 되돌아보게 하는.
◆ 은유> 그렇죠. 저희 삶에서 직업이라는 부분, 일이라는 부분이 너무 비중이 크잖아요. 그런데 일 때문에 한국 사회가 특히 스트레스가 많고 노동 강도가 강하다 보니까. 그래서 일에 대한 자기 직업관, 건강한 세계관이 있지 않으면 삶이 굉장히 피폐해지는 구조예요. 그래서 삶을 돌아보자 이런 뜻에서 정했습니다.
◇ 이범> 그러니까 우리의 구체적인 개개인의 삶의 문제하고 또 그것을 작동시키는 구조의 문제가 동떨어진 것도 아니죠.
◆ 은유> 그렇죠.
◇ 이범> 우리나라가 OECD 36개국 중에서 산재사망율이 제일 높은 나라입니다.
◆ 은유> 23년간 1위를 계속했습니다, 두 번 빼고.
◇ 이범>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계속 1등. 불명예스러운 일인데. 그러다 보니까 특성화고 학생으로서 현장실습 하는 이런 학생들도 그런 불의의 사고를 당하게 되고.
◆ 은유> 보호받을 수 없는 상황이죠.
◇ 이범> 아까 고 김동준 군 사건이 2014년에 있었다라고 말씀하셨고 이 이야기가 주로 이 책의 1부에 적혀 있는데요. 그런데 1부를 보면 이게 김동준 군이 직접 말하는 것처럼 이렇게 쓰여 있어요. 이렇게 하신 이유가 어떤 거죠?
◆ 은유> 1인칭으로, 동준 군은 지금 고인이 되고 없지만 김동준 군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 목소리를 최대한 잘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살아 있을 때 세상이 아무도 들으려고 하지 않았던 동준 군의 목소리를 책의 제일 앞자리에 내어주고 싶었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동준 군을 인터뷰할 수는 없었지만 동준이가 남긴 고2 때 쓰던 노트, 그리고 SNS에 엄청 많은 기록을 남겼거든요. 괴롭다, 친구들한테 하소연도 하고 나는 내일 맨 정신으로 회사를 갈 수 있을까요 ,이런 이야기도 남기고. 선생님 무서워요. 이렇게 고민도 남기고. 그래서 그 기록을 그대로 살려서 기록을 했고 동준이는 없지만 동준이가 하고 싶었던 말을 전하고 싶어서 그렇게 택했습니다.
◇ 이범> ‘알지 못하는 아이 죽음’ 이 책의 표지를 보면 김동준 군이 직접 쓰던 다이어리가 책 표지로 나와 있는데 그 다이어리에 큰 글씨로 'be happy' 라고 쓰여 있더라고요.
◆ 은유> 그래서 더 슬펐던 것 같아요.
◇ 이범> 구체적으로 김동준 군이 어쩌다 이런 사고를 당했는지. 특히 책에 보니까 폭력적인 사회화 과정의 희생자가 되었다, 이렇게 표현하셨던데 어쩌다가 사고를 당한 거죠?
◆ 은유> 그 사건에 여러 가지 결이 있을 거예요, 한 사람이 죽음을 택하기까지는. 제가 딱 이거다라고 말씀드리기는 그렇고 그전에 일어났던 사건, 직접적인 계기가 됐던 사건은 동준 군이 현장실습생으로 10월에 CJ 진천 공장을 다니게 됩니다. 그런데 장시간 원래 현장실습생이 7시간 일을 해야 되는 규정이 있는데 오전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굉장히 힘든 노동을 했어요.
◇ 이범> 12시간 장시간 노동을 했네요.
◆ 은유> 법을 어기고. 그러던 중에 회식 때 폭력사건이 일어나요. 그래서 선임이 때렸어요. 구타를 했어요, 동준 군을. 너네가 일을 잘 못해서 힘들다, 내가 위에서.
◇ 이범> 위에서 쫀다. 중간 관리자도 힘들다.
◆ 은유> 너희 제대로 일 좀 못하겠느냐 뺨을 때리고 발로 차고 이런 구타 사건이 목요일에 일어났어요. 그래서 선생님한테도 이야기를 하고 나 이렇게 괴롭힘을 당한다. 그리고 부모님한테도 이야기를 했고 월요일날 이제 담임 선생님이 그럼 내가 가겠다, 공장에. 찾아가보겠다 얘기했고 어머니도 더 높은 분한테 우리 아이를 잘 보살펴 달라 당부 전화도 드렸어요. 그런데 아이가 때린 선배가 아이한테 협박을 했어요. 너 내가 때린 거 누구한테 말하면 가만두지 않겠다. 나 이 근처에 조폭 형들도 많이 아는데 너 끝까지 따라갈 거다. 그래서 엄청난 협박을 하니까 이 아이는 무서워서 부모랑 선생님한테 이야기는 했지만 그 형을 보게 될 게 너무 두려웠던 거예요, 아이가. 그래서 월요일 날 출근하기 전에 기숙사 옥상에서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거예요.
◇ 이범> 그러니까 결국 자기가 처한 부당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 선생님과 어머니에 도움도 요청했는데.
◆ 은유>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보면.
◇ 이범> 또 반대쪽 어떤 작용에 의해서 본인 그냥 샌드위치처럼 껴버린 이런 상황이 됐던 거군요. 그래서 이걸 은유 작가님께서 폭력적인 사회화과정의 희생자가 됐다.
◆ 은유> 그렇죠. 그전에도 동준 군이 힘들어했는데요.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디딘 초년생인데 보호받고 배려 받아야 되는 게 아니라 강압적인 명령이 굉장히 많았던 거예요, 남긴 기록을 보면. 회식에 가기 싫어도 가야 되고. 누구는 가고 싶어서 가느냐. 그냥 해, 이런 이야기를 듣고. 담배도 피우기 싫은데 피우라고 하고. 술도 못 마시는데 마시라고 하고. 노래방 가서 노래도 불러야 되고. 그러니까 아이가 너무 부대꼈던 거예요. 여러 가지로 내가 존중받지 못하다는 걸 다 알고 있잖아요. 알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아이도 섬세한 친구였고 해서 그런 부분을 압박을 많이 느꼈던 것으로 보여요.
◇ 이범> 한국 사회 참 왜 이러지 싶은 경우들이 종종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술 강요하고 담배 강요하는 이 문화인데요. 이게 고질적으로 계속되고 있고 결국 이런 폭력적인 사회화 과정의 일부가, 이런 것들이 사회화 과정의 일부가 되고 있는데. 그런데 이게 왜 개선이 안 되고 있는 거죠? 작가님께서 자세히 들여다보시면서 그냥 우리 사회가 전체적으로 바뀌어야 된다 이렇게 얘기해버리면 약간 공허해지기도 하잖아요.
◆ 은유> 그렇죠. 아무래도 저는 내가 너희가 일 못해서 나까지 위에서 쪼임을 당한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사람을 배려하는 문화보다는 목표 할당량, 그러니까 생산성이나 효율성 위주로 돌아가는 조직 시스템의 문제 때문이 아닌가. 그 어떤 사람이 특별하게 악인이라서가 아니라 그 사람도 그렇게 사회화가 됐고 길들여졌고 나도 맞으면서 배웠고 그러니까 타인한테 어떻게 친절과 호의를 베풀면서 동료가 되어나가는 과정 자체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이것이 개선되려면 문화가 바뀌는 것인데 그 문화 바뀌는 게 어렵잖아요. 제도나 정책 몇 개 바뀐다고 바뀌는 게 아니라. 그래서 한국 사회 전체적으로 저도 너무 답답해요. 개선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 이범> 그런데 어떤 면에서 보면 어쨌든 이런 책을 내시고 이 책에 공감하는 사람이 늘어나야. 그래야 우리나라 문화가 바뀔 가능성이 있는 거니까.
◆ 은유> 네, 한 명, 두 명이라도 늘어나는 게, 그 마음으로 썼습니다.
◇ 이범> 책 중에 보면 고 김동준 군의 어머니 인터뷰가 나오는데 이 어머니와 인터뷰를 수록하시면서 서문에 또 이런 얘기를 하셨어요. 슬픔에 처한 사람과 관계 맺는 법에 대한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가장 큰 공부였다. 작가님이 이렇게 표현하셨는데 이게 어떤 의미로 쓰신 거죠?
◆ 은유> 이 사건이 동준 군이 외아들이었어요. 자식이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잃었고. 너무 큰 사건이다 보니까 주변에서도 모두 쉬쉬하게 된 거죠. 왜냐하면 그 아들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를 되게 금기시하는 분위기. 아픈 데 상처를 건드린다. 그래서 배려를 한답시고 주변에서는 그랬지만 어머니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배제가 된 거예요. 나는 아이 이야기를 하지 못하도록 어떻게 보면 사회적 입막음을 당한 꼴이 된 건데.
◇ 이범> 사회적 입막음.
◆ 은유> 그래서 슬픈 이야기 나 하고 싶다. 너희 아이들 군대 가고 대학교에 합격하고 이야기하듯이 나도 아이가 그립고 보고 싶다. 이런 이야기 편하게 하고 싶다. 그리고 하고 나면 후련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또 이야기 꺼내냐. 쉬쉬하게 하고 그런데 그런 감정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 통로가 있어야 되는 거죠. 슬픔을 금기시하는 문화도 바뀌어야 되겠다. 그리고 눈물 흘리는 것조차도 너무 막을 게 아니라 눈물도 언어라는 거. 울어도 괜찮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분위기여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 이범> 슬픔을 자꾸 가두지만 하지 말고 서로 터놓고 얘기하고 나누고 하는.
◆ 은유> 그렇죠. 그걸 나약하다고만 보지 말고 자연스러운 감정의 일부로 좀 포용해야 되지 않느냐. 그리고 왜 타인이 슬픈지를 자꾸 알아야 이해도 할 수 있고. 그렇죠. 공감도, 고통감수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이범> 그래서인지 이 책의 마지막 장에 현장실습생 유가족 모임의 좌담이 담겨 있어요. 이런 취지에서 좌담을 마련하신 거겠네요?
◆ 은유> 이 좌담은 동준 군 어머니랑 인터뷰하면서 같은 맥락에서 주변에서 같은 슬픔을 당한 사람이 없는 거예요, 가까이에는. 자식을 산업재해로 잃은. 그래서 그런 유가족 모임을 만들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셨대요, 2년 전에. 그래서 말상대가 굉장히 필요하다는 걸 알았는데, 불행하게도 2017년에 이민호 군 사건이 일어났잖아요. 그래서 제가 아버님 인터뷰를 한 번 하고 두 번째 하러 가는데 민호 군의 어머님이 너무 아들을 잃고 충격을 받으셔서 정신과 치료를 굉장히 오래 받으셨어요. 그런데 병원에 입원 중이시라는 걸 제가 알아서 그러면 두 분을 만나게 해 드리고 싶다. 이야기할 상대를 찾는 동준 군 어머니와 역시 너무 큰 슬픔에 잠겨 있는 민호 군 어머니, 두 분이 만나서 손이라도 잡으면 좀 좋지 않을까 해서 동준 군 어머니한테 제가 같이 가자 그랬어요. 저 제주도에 가는데 어머니 같이 가시죠. 그랬더니 가시겠다고 그래서 만났는데 두 분이 또 동갑이신 거예요. 그래서 만나자마자 손 붙잡고 한바탕 우시고 또 웃으면서 애들 이야기도 하고. 두 분 어떻게 만났는지, 결혼했는지 이런 이야기도 하고.
◇ 이범> 2014년에 세상을 뜬 김동준 군 어머니하고 2017년에 제주도에서 세상을 뜬 이민호 군 어머니가 작가님을 통해서 만남을 가지게 된 거군요. 그래서 결국 산업재해 피해자 모임이죠. ‘다시는’ 이라는. 이게 이런 계기로 만들어진 건가요?
◆ 은유> 이 계기도 있었고 그 전에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용균 군의 사건.
◇ 이범> 그분도 참 나이가 어렸죠. 만 24살인가 그랬는데.
◆ 은유> 그렇습니다. 어머니도 있고 또 황상기 아버님. 삼성반도체 황유미 양의 아버님, 이렇게 다 활동들이 각각에 있다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결합을 하게 됐어요.
◇ 이범> 그러니까 현장실습생이든 아니든 간에 어쨌든.
◆ 은유> 특성화고를 졸업한.
◇ 이범> 젊은 나이에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이분들의 유가족들이.
◆ 은유> 산재피해자 유가족.
◇ 이범> 단체 이름이 ‘다시는’ 이라고요?
◆ 은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뜻에서 ‘다시는’ 입니다.
◇ 이범> 이 책 내용 중에 보면 김동준 군의 산재 인정 사건을 담은 대리한 노무사의 목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이 문제를 사적인 죽음이 아닌 공적인 죽음, 사회적 죽음으로 남겨야 한다는 표현이 인상적이던데 어떤 맥락에서 이렇게 얘기하신 거죠?
◆ 은유> 이 사건이 개인이 불운해서 혹은 가난해서 심정이 나약해서 생긴 일이 아니라 이런 내리갈굼을 용인하고 또 안전장치나 이런 것에 대해서 경각심이 없잖아요. 그런 폭력적인 게 허용되는 일상적인 문화, 안전에 대한 미흡한 인식. 그리고 청소년을 존중하기보다는 부려먹기 좋은 되게 어린 사람으로 취급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사회 초년생을 위한 적응 시스템이 또 없고. 이런 맥락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걸 드러내야 된다. 그래서 한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이건 어디까지나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서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섬세한 사람을 섬세하게 대할 수 있는 그런 사회 분위기라면 동준 군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 거다. 이런 뜻에서 나온 이야기예요.
◇ 이범> 그러니까 고 김동준 군은 비록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이것도 일종의 산재로 인정해야 된다 해서 이 작업 중에 노무사 분께서 이런 의견을 내놓고.
◆ 은유> 유가족 분들도 그렇게 사회적인 의미 이건 분명히 개인적인 어떤 사건이 아니라 직장 내에서 발생한 문제다, 그래서 그런 걸 해결하기 위해서 목소리를 많이 냈었어요. 초반 적응 시스템을 만들어라. 노무사님이랑 같이 이런 부분에 힘썼습니다.
◇ 이범> 노무사님께서 김동준 군이 겪었던 고통을 인식되지 않는 폭력, 이렇게 또 표현하시고 하던데.
◆ 은유> 인식되지 않는다는 게 폭력이 너무 만연하니까, 한국 사회가. 미세먼지처럼 보이지가 않는다는 거죠.
◇ 이범> 무감각해졌다는 거군요.
◆ 은유> 네, 동준 군 사건을 두고도 아니, 남자아이가 몇 대 맞더니 죽어,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조직 생활 그렇지라고 생각을 하잖아요. 그럴 정도로 폭력이 굉장히 일상화되어 있다라는 뜻에서 인식되지 않는 폭력이라는 표현을 한 것입니다.
◇ 이범> 책을 준비하시면서 청년 또 청소년들의 노동현장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 많은 목소리를 들어보셨을 것 같은데 해결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작업을 해야 할까요. 사실 2017년에 있었던 이민호 군 사건 때도 이게 산재사망 사건이기도 하면서 또 어쨌든 특성화고에 다니고 있는 재학생이었기 때문에 교육 당국에서도 부랴부랴 대책도 발표하고 그랬었거든요. 그런데 현장을 많이 다녀보시면서 이런 대책들이 실효가 있었던 것 같나요?
◆ 은유> 글쎄 이게 너무 애매한 게 청소년 특성화고 학생들이, 노동부에서는 교육부 문제고 교육부에서는 노동부 문제고. 뭔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 아이들을 위한 사회적으로 뭔가 정책을 고민하는 사람이 너무 없다고 할까요. 그러니까 각자 기존에 돌아가던 시스템이 있는데 거기서 이 아이들을 위한 다른 아이디어를 내고 전담해서 대책을 내놓을 구조적인 문제 개선을 할 만한 인력과 시스템이 너무 없더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서로 민호 군 아버님께서 특히 그 부분에 목소리를 높이셨는데 떠넘기기 바쁘다.
◇ 이범> 떠넘겨진다.
◆ 은유> 산업안전관리공단에서는 내 문제 아니다. 그래서 너무 분통을 많이 터뜨리시고.
◇ 이범> 노동부와 교육부가 서로 공을 미루는군요.
◆ 은유> 그런 식으로 되고. 이 아이들은, 그러니까 기성세대의 이해가 없고 민호 군 아버님 목소리가 다 자기 손가락 잘릴 위험이 없는, 그런 자식을 둔 부모들이 너무 다 힘을 갖고 있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신 거죠.
◇ 이범> 참 가슴 아픈 이야기네요.
◆ 은유> 너무 가슴이 아파요.
◇ 이범> 우리나라가 OECD 국가들 중에서 고등학교 때 직업 교육 받는 비율이 상당히 낮은 나라입니다. 특성화고하고 마이스터고 다니는 학생이 20%인데. 그러니까 수적으로도 적고. 늘 우리가 무슨 명문대 어떻게 진학하냐 입시 문제, 이런 거 가지고는 참 그동안 많이 봐왔지만 특성화고 다니는 학생들이 어떤 삶을 지금 살고 있고 살게 될 것인지.
◆ 은유> 너무 이해가납작해요. 그래서 입체적이지가 않은 거예요.
◇ 이범> 납작하다는 표현 참 의미심장하네요. 책 제목 마지막으로 말씀드립니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지금까지 이 책을 쓰신 은유 작가님 말씀 들어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은유> 감사합니다.
(* 주 - 방송시간 문제로 인터뷰 종료 후 은유 작가가 전해온 말을 덧붙입니다)
◆ 은유> 우린 힘든 일이 있어도 “사회생활이 원래 그래” 라고 말하지만 원래 그런 건 없고, 부당하면 참지 않아도 된다는 것, 사회생활 잘 하는 것보다 자기를 잘 지키는 게 우선이죠. 우리가 꿈을 설계하고 미래를 계획하는데 어쩌면 이 불안정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건 ‘하루를 살아갈 용기’가 아닐까요. 그래서 서문 제목도 ‘하루를 살아갈 용기’라고 했습니다. 어떻게든 하루를 살아내서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같이 바꿔내면 좋겠습니다.